정말 운전하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어렸을 때는 차를 타는 것조차 무서웠는데...
고등학교를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다니게 되며 차 타기에 대한 두려움은 어느 정도 해소했지만,
여전히 저는 운전하는 것은 무섭고 싫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 생활을 하며 상사들이 '아직도 운전면허가 없어?'라며 핀잔주는 것이 싫어서
억지로 운전면허는 취득했지만 그 후로도 저는 차를 살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제 면허증은 장농 면허가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며칠전 사장님과의 면담에서 사장님께서 대뜸 '그런데 왜 운전을 안하나?'라고
기습 질문을 하시는 바람에 얼떨결에 '올해는 차를 살 생각입니다.'라고 대답을 해버렸습니다.
사장님께 거짓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결국 무리해서 차를 사고, 운전 연수도 받았고,
지금은 제 차로 출퇴근을 한지 이틀이 지났습니다.
네, 말 그대로 저는 초보운전자입니다.
초보운전자에게 도로는 무시무시한 정글과도 같은 곳입니다.
처음엔 정말 아찔했는데, 그래도 운전연수를 받으며 조금은 익숙해졌습니다.
그래도 아직 무서운 도로 위의 두려움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언젠가는 이 글을 읽으며 '내가 저럴 때가 있었지.'라며 씨익 웃을 날이 오겠죠?
5위 도로에 주차된 차들
초보운전자에게 도로 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끼어들기입니다.
그래서 왠만하면 차선 바꾸기를 최대한 자제하며 가게 됩니다.
그런데 제가 가는 차선에 차가 주차되어 있으면 이거 난감합니다.
주차된 차를 피해 끼어들기를 해야하는데...
차가 많을 경우는 이게 쉽지 않거든요.
그렇다고 주차된 차 뒤에 서서 그 차가 출발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제게 운전연수를 해주시던 강사님이 항상 제게 하시던 말씀은
앞을 잘 살피고 앞에 방해물이 있으면 얼른 차선 바꾸기로 대처를 해야한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초보에겐 앞의 방해물을 대처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운전연수를 다 받고나니 끼어들기 어느정도 수월해지긴 했습니다.
4위 내 뒤의 경적소리
제가 두번째 운전연수를 받던 날은 출근길이었습니다.
바쁘게 출근하기 위해 혼잡한 그 도로에서 초보운전인 저는 쩔쩔매며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해합니다.
바쁜데... 앞에서 초보운전자가 얼쩡거리면 화가 난다는 것을...
그래서 '빵빵'거리며 화풀이를 하십니다.
그럴 때마다 전 깜짝 깜짝 놀라며 당황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당황한 저는 뒷 차에게 갈길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 무리하게 속도를 높이거나 옆 차선으로 끼어들기를 시도합니다.
그러다가 사고날뻔 했습니다.
지금도 뒤에서 경적소리가 들리면 나 때문인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하지만... 초보운전자가 그러한 무시무시한 경적소리를 이길려면 한가지 방법 밖에 없습니다.
마음속으로 '죄송합니다.'를 외치며 귀를 닫고 내 갈길을 가는 수 밖에...
안그랬다간 당황해서 사고를 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 이미 경험했거든요.
3위 버스는 무서워.
아직도 그렇지만 처음엔 정말 버스가 무서웠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압도적인 1위가 버스였으니까요.
특히 버스가 제 옆에서 제 앞으로 끼어들기를 하면
뭐랄까 거대한 벽이 절 압사하기 위해 달려드는 착각에 빠져 저도 모르게 옆 차선으로 핸들을 꺾어 버렸습니다.
물론 옆 차선은 확인하지 않고 무의식 중의 행동인 것이죠.
그러면 바로 접촉 사고가 납니다.
저도 그럴뻔 했던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운전연수 강사가 그때마다 제 핸들을 잡아줘 접촉사고는 다행히 면했습니다.
이에 대한 대처는...
버스가 끼어들면 그냥 브레이크를 밟으라고 하시더군요.
옆 차선으로 끼어드는 것보다 그것이 안전한 방법이라고...
요즘은???
아예 버스가 있는 차선 근처로 안갈려고 노력합니다.
버스... 차를 사기 전에는 제 이동수단으로 고마웠는데,
차를 사고나니 두려움의 존재가 되어 버리는 군요.
2위 뒤로 갈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운전연수를 무려 8일이나 받아서인지 몰라도
(남들은 5일 받을때 전 중간에 운전연수강사를 바꿔 8일 받았습니다.)
이제 앞으로 가는 것은 어느정도 두려움 없이 해냅니다.
물론 끼어들기도 이젠 능숙하진 않지만 무조건 직진을 해야할 정도까지는 아니고요.
그런데 아직도 적응이 안되는 것이 바로 '빽'입니다.
주차할때도 전면 주차를 해야 하기 때문에 뒤로 가야하는데...
그럴때마다 저는 핸들을 거꾸로 돌려 항상 낭패를 봅니다.
운전연수강사도, 제 주위의 운전자들도 뒤로 갈땐 가고자 하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돌리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를 해주는데...
왜 막상 그러한 상황이 오면 전 반대로 핸들을 돌리고 있는 것일까요?
그 덕분에 처음 차를 받고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를 할때 저는 주차만 무려 30분이 걸렸습니다.
제 주차를 지켜보던 구피는 한동안 제 차는 안타겠다고 선언하더군요.
그럴때마다 전 '앞으로 가는 건 잘해~'라고 설득하지만...
언젠가는 뒤로도 능수능란하게 잘 가겠죠?
1위 골목길... 내 앞으로 다가오는 차들.
저희 집은 골목길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저희 회사 역시 골목길 한가운데 있습니다.
처음엔 골목길이 만만해 보였습니다.
속도를 낼 필요도 없고 천천히 브레이크에서 발만 떼고 가면 되니까요.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 좁은 골목길에서 제 앞으로 다가오는 차가 있을때,
길을 비켜주거나 해야하는데... 아님 맞은편 차가 길을 비켜주면 얼른 빠져 나가야 하는데...
좁은 골목길에서 초보운전자에게 그러한 것을 바란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나마 운전연수강사가 옆에 앉아 있었을 때는 수월했습니다.
아슬아슬하게 닿을 것 같지만 강사가 '넉넉해요.'라고 한마디만 해주면 모든 것이 만사 오케이로 해결되었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강사 없이 혼자 제 차를 끌고 골목길을 한바퀴 돌면서 발생했습니다.
그것이 제가 처음으로 제 차를 끌고 나간 것이었는데...(그 전에는 강사의 차를 끌고 다녔습니다.)
골목길에서 맞은 편 차를 만났고, 옆으로 길을 비켜줬습니다.
맞은 편 차가 지나갔고,
저는 다시 제 갈길 가겠다고 출발했지만 제 오른쪽 앞 범퍼가 약간 흔들리더군요.
제가 너무 꺾어 버린 것입니다.
결국 집에 돌아와 확인해보니 앞 범퍼에 엄청난 긁힘자국이...
그 후로 저는 절대 골목길 안다닙니다.
차라리 차가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가 낫지... 골목길은 초보운전자가 다릴만한 곳이 못되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제 차에 난 긁힘 자국을 보고 있으면 제 속은 타들어가는 듯이 아픕니다.
운전연수강사 없이 혼자 운전을 하며 출퇴근을 한 것이 오늘로써 이틀째입니다.
어제는 무사히 넘겼고, 오늘 아침 출근도 무사히 넘겼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무사히 넘기다보면 전 초보운전 딱지도 떼어 버리고
제가 두려워하던 것들에 대한 두려움로 떨칠 수 있겠죠?
그때쯤 되면 구피와 웅이를 태우고 시외로 여행을 갈 생각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때가 언제가 될까요?
올해 여름 휴가가 지나기 전에는 그런 날이 오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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