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데이비드 슬레이드
주연 : 로버트 패틴슨, 크리스틴 스튜어트, 테일러 로트너
개봉 : 2010년 7월 7일
관람 : 2010년 7월 8일
등급 : 12세 이상
처음엔 당혹스러웠다.
처음 [트와일라잇]이 개봉했을 때, 제가 예상한 영화는 [언더월드]의 틴에이저 버전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 여자 아이가 뱀파이어를 사랑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트와일라잇]은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대립을 소재로한 [언더월드]와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는 뱀파이어 영화라기 보다는 틴에이저 로맨스 영화였습니다. 기대했던 액션은 별로(아니 거의) 없었고, 인간인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착하고 매력적인 뱀파이어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의 사랑에 모든 촛점이 맞춰져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전 좋았습니다. 물론 제가 기대했던 영화가 아니라 처음엔 당혹스러웠지만 영화 자체는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트와일라잇]에 만족했던 것은 저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멜로 영화라면 질색을 하는 구피 역시도 [트와일라잇]에는 만족감을 나타냈던 것입니다. 바로 로버트 패틴슨의 매력 덕분이었죠.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10대 소녀의 똘망한 표정으로 '에드워드, 너무 멋있다.'를 연발하는 구피의 모습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제겐 [트와일라잇]을 좋아할 충분한 이유가 되었습니다.(구피의 소녀같은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게 아마도 결혼전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뉴 문]이 개봉했을 때는 구피가 먼저 영화를 보러 가자고 졸랐습니다. 저 역시 이젠 [뉴 문]이 어떠한 영화일 것이란걸 각오하고 있었기에 [트와일라잇] 때처럼 초반의 당혹스러움이 없이 편안하게 [뉴 문]의 애정 전선을 즐겼습니다.
하지만... [뉴 문] 역시 당혹스러웠습니다. [트와일라잇]보다 오히려 액션이 줄어든 [뉴 문]은 [트와일라잇]보다 더욱 강력하게 벨라와 에드워드의 사랑을 어필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영화 속에서 그들은 이별을 한 채 시작되지만 [트와일라잇]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닭살은 더욱 강력하게 절 조여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최소한 [트와일라잇]보다는 강력해진 액션을 조금이라도 기대했던 저는 오히려 액션은 퇴화하고 멜로만 진화한 [뉴 문]에 약간의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구피 역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단지 구피가 실망한 것이라고는 저처럼 액션이 줄어든 것 때문이 아닌 로버트 패틴슨의 출연이 생각보다 적었던 것에 기인했습니다. '아니, 어떻게 에드워드는 안나오고 제이콥(테일러 로트너)만 주구장창나와? 주인공이 도대체 누구야?'라며 노골적으로 실망감을 드러낸 구피. 하지만 [뉴 문]의 실망감은 [이클립스]의 재미를 위한 전초전이었습니다.
매력상승 제이콥, 여전한 매력 에드워드. 드디어 황금의 삼각 연애가 시작된다.
구피는 [뉴 문]을 보며 '도대체 주인공이 에드워드야? 제이콥이야?' 라며 투덜거렸습니다. 하지만 [이클립스]를 보니 확실히 답이 나오더군요. [뉴 문]의 주인공은 에드워드가 아닌 제이콥이 맞습니다. [트와일라잇]이 에드워드를 위한 영화였다면, [뉴 문]은 제이콥을 위한 영화였던 것입니다.
처음 [트와일라잇]을 볼 때 제이콥의 캐릭터를 가볍게 여겼던 저는 [뉴 문]에서 갑작스럽게 급부상한 제이콥에게 어리둥절했지만 [이클립스]는 [뉴 문]에서 그렇게 해야만 했던 이유를 제게 대답해 줬습니다.
꽃미남 에드워드와는 다른 짐승남 제이콥의 매력은 [이클립스]에 와서 꽃을 피우는데 에드워드, 벨라의 사랑에 끼어들어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그의 모습이 전혀 밉지 않았던 것입니다. 오히려 근육이 울퉁불퉁한 그가 벨라 앞에서 한없이 약한 사랑에 빠진 남자 연기를 할때 살짝 가슴이 아플 정도였습니다.
구피 역시 그러한 변화를 감지하였는데 [뉴 문]에서 에드워드의 출연이 적고, 제이콥이 주인공으로 급부상한 것에 대해 실망감을 나타내던 구피는 [이클립스]를 보며 마치 에드워드를 대하듯 제이콥을 대하더군요.
제이콥의 매력 상승은 [이클립스]의 재미를 풍성하게 해줍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클립스]는 더이상 벨라와 에드워드의 사랑 이야기만 담은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벨라와 에드워드의 사랑만으로 시리즈 전체를 이끌고 간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인지한 이 영화의 원작자 스테파니 메이어는 교묘하게 에드워드와는 상반된 매력을 지닌 제이콥을 등장시켜 삼각관계를 형성했고, 원작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영화는 [뉴 문]에서 정성껏 제이콥을 띄운 끝에 [이클립스]에서는 성공적으로 이들의 삼각관계를 완성해낸 것입니다.
벨라를 사이에 둔 에드워드와 제이콥의 삼각 로맨스는 [트와일라잇]과 [뉴 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재미를 안겨줍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벨라를 사이에 둔 에드워드와 제이콥의 유치한 질투심 유발 작전 장면인데... 벨라를 사이에 두고 서로에게 질투심을 느끼며 얼굴이 일그러지는 에드워드와 제이콥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절 웃음짓게 만들었습니다. 이전엔 웃음 코드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이 시리즈에서 [이클립스]는 삼각관계를 통해 새로운 재미를 창조해낸 셈이죠.
그런데 액션은 좀 늘려주면 안될까?
하지만 전 여전히 이 영화에 100% 만족하지는 못했습니다. 아무리 뱀파이어 영화의 탈을 쓴 틴에이저 로맨스 영화라고는 하지만 이 영화의 다른 한 쪽은 분명 액션 스릴러이기 때문입니다.
1편인 [트와일라잇]에서 위풍당당하게 등장하여 벨라의 목숨을 위협하던 나쁜 뱀파이어 제임스는 기대했던 액션이 시작하기도 전에 허무하게 죽어버리고, 2편인 [뉴 문]에서는 제임스의 복수를 외치던 빅토리아의 무시무시한 복수가 펼쳐질줄 알았는데 복수는 시작도 하지 못합니다. 대신 뱀파이어계의 귀족인 볼투리가 맛뵈기로 잠깐 등장해 주는 선에서 아쉬운 액션을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3편인 [이클립스]에서는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왜냐하면 빅토리아는 제임스의 복수를 위해 신생 뱀파이어 군대를 조직하고, 이 강렬한 빅토리아의 복수에 대응하기 위해서 서로 대립적인 종족인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손을 잡고 뱀파이어 군대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 이 영화의 스토리 라인이니까요.
게다가 여성 감독인 캐서린 하드윅이 연출한 [트와일라잇]과 [아메리칸 파이]의 감독인 크리스 웨이츠가 연출한 [뉴 문]과는 달리 [이클립스]는 [써티데이즈 오브 나이트]라는 꽤 잘만든 공포 스릴러를 연출한 데이비드 슬레이드 감독이 연출하였습니다. 사실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어쩌면 [이클립스]는...'이라는 기대를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클립스]의 액션은 [뉴 문]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트와일라잇]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뱀파이어 군대는 컬렌가(에드워드 가족)와 퀼렛족(늑대인간 부족)의 연합에 힘 없이 무너지고, 라일리를 앞세워 벨라를 죽여 에드워드에게 복수하려던 빅토리아 역시 그 불타는 복수심만큼 화끈한 복수를 연출하지 못한채 쓰러집니다.
영화의 중반까지 한껏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이클립스]의 삼각 로맨스 외에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액션을 보고 싶어 하는 제 기대감을 높였던 [이클립스]마저도 빈약한 액션으로 끝을 맺으니 허무함이 심각하게 밀려왔습니다.
내년에 개봉한다는 [브레이킹 던]에서는 [뉴 문]과 [이클립스]에서 맛뵈기만 보여줬던 볼투리가의 제인(다코타 패닝)이 빅토리아의 빈 자리를 메꿀 것으로 보이며(원작을 읽지 않은 저로써는 그렇게 예상할 수 밖에 없군요.) 볼투리가의 능력이 컬렌가보다 월등하기에 좀더 강한 액션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시 큰 기대를 하는 것은 금물로 보이네요. [이클립스]마저 액션이 빈약한걸 보니 이 시리즈는 철저하게 틴에이저 로맨스 형식으로 분위기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진정 날 100% 만족시킬 수는 없는 것인가?
전 [트와일라잇]이 상당히 신선한 뱀파이어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뉴 문]은 너무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닭살스러웠지만 [트와일라잇]에서 이어진 재미를 헤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이클립스]는 이 시리즈중 가장 진일보한 재미를 보여주는데 [트와일라잇]의 신선함엔 뒤떨어지지만 새로운 볼거리와 약간의 유머 감각을 곁들이며 이 시리즈에 대한 제 흥미를 유지시켰습니다.
확실한 것은 그러한 이 영화의 공략이 구피에겐 아주 적절하게 먹혀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에드워드에게 열광하고, 제이콥에게 열광하며 구피는 오랜만에 마음 속 깊이 숨겨 놓았던 소녀적 감수성에 취해 이 시리즈를 제대로 즐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아닙니다. 물론 저 역시 이 시리즈가 흥미롭고, 기대됩니다. 하지만 '이건 내 스타일의 영화야!'를 외치기엔 2% 부족합니다. 앞에서도 계속 언급한 액션의 부재 때문입니다. [트와일라잇]에서 제임스가 좀 더 사악하고 강했다면, [이클립스]에서 제임스의 죽음으로 복수를 꿈꾸는 빅토리아의 신생 뱀파이어 군단이 좀 더 막강했다면... 어쩌면 저 역시 구피와 함께 이 영화에 열광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 또 다시 [브레이킹 던]이 개봉하면 구피와 함께 곧장 극장으로 달려갈 것입니다. 절 100% 만족시켜 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 영화가 언제나 흥미롭고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에드워드의 얼굴과 제이콥의 구릿빛 피부를 보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구피의 모습이 너무 좋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제게 요 근래 최고의 시리즈가 될지도...
[브레이킹 던]은 에드워드와 벨라가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고 합니다. 결국 연애에서 결혼으로 이 커플의 이야기는 점점 심각해 지는 군요. 그러면 불쌍한 제이콥은 어찌 되는 건가요?
그런데 [브레이킹 던]의 내용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감독이 [드림걸즈]의 빌 콘돈이라는 사실입니다. [드림걸즈]의 그 폭발적인 노래와 분위기에 흠뻑 취했던 저로써는 [아메리칸 파이]의 크리스 웨이츠가 [뉴 문]을 감독한 것 만큼이나 의외입니다. 과연 빌 콘돈은 얼마나 이 닭살 커플의 이야기를 잘 포장해 낼지... 한가지 작은 소망이 있다면 제발 여성 관객 뿐 아니라 남성 관객을 조금이라도 배려해주는 영화가 나와준다면 좋겠습니다. 제가 너무 무리한 것을 바란 것인가요??? ^^
손발이 오그라드는 닭살스러운 청춘 로맨스!!!
전부 이해하고 즐기겠다.
단, 액션을 아주 조금만, 정말 아주 조금만 더 늘려주면 정녕 안되는 것일까?
'영화이야기 > 2010년 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끼] -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다. (0) | 2010.07.15 |
---|---|
[킬러 인사이드 미] - 아! 나도 영화보며 피곤함을 느낄 수가 있구나. (0) | 2010.07.14 |
[슈렉 포에버] - 나를 위한 슈렉은 없었다. (0) | 2010.07.05 |
[스플라이스] - 천재, 둔재가 되어 버리다. (0) | 2010.07.02 |
[나잇 & 데이] - 나는 언제나 특별함을 꿈꾼다. (0) | 2010.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