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0년 영화이야기

[A-특공대] - 추억의 용사들, 시끄럽게 복귀하다.

쭈니-1 2010. 6. 11. 15:05

 

 

 

감독 : 조 카나한

주연 : 리암 니슨, 브래들리 크퍼, 퀸튼 잭슨, 샬토 코플리, 제시카 비엘

개봉 : 2010년 6월 10일

관람 : 2010년 6월 10일

등급 : 15세 이상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만큼 추억이 쌓인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추억은 어느사이 제 일상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오늘이 중요했습니다. 오늘 친구들과 뭘 하고 놀아야 할지, 오늘 숙제는 언제 어떻게 해야할지 등등. 나이가 좀 들고 20대가 되니 미래가 중요해 지더군요. 앞으로 어디에 취직을 할 것이고, 그것을 위해 어떻게 준비를 할지 등등.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회사에 어느 정도 정착을 하고 나니 자꾸만 과거를 뒤돌아보게 됩니다. 물론 지금도 제겐 현재가 중요하고, 미래가 걱정되긴 합니다. 하지만 과거가 차지하는 비중이 나이가 들며 점점 커지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영화를 향한 취향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렸을 적엔 그냥 이 영화, 저 영화 닥치는 대로 봤습니다.(현재) 아직 취향이 특별하게 정해지지 않는 관계로 당장 볼 수 있는 영화는 무조건 챙겨봤습니다. 20대 때엔 영화 리뷰어가 꿈이었기에 소위 작품성 있는 영화들을 일부러 챙겨보았습니다.(미래) 그런 영화들을 봐야 영화에 대한 눈이 고급스러워질 것이라 착각한 것이죠. 하지만 요즘은 철저하게 제가 좋아하는 취향의 영화들만 골라봅니다.(과거) 오랜 시간동안 많은 영화들을 보며 제 취향과 좋아하는 배우, 감독 등이 확립된 결과이기도 하죠.

 

[A-특공대]는 바로 그러한 제 취향에 완벽하게 부합되는 영화입니다. 부담없는 할리우드 액션 영화이며(더운 여름엔 역시 시원시원한 액션이죠.), 조 카나한이라는 [나크], [스모킹 에이스]로 제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리암 니슨, 브래들리 쿠퍼, 그리고 [디스트릭트 9]의 샬토 코플리가 주연이니 제가 좋아하는 장르, 감독, 배우의 조합이 딱 들어 맞은 것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과거에 대한 추억을 음미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뭐 이 영화가 1980년대를 대표하는 미드였음은 모두들 아시는 사실일 것입니다.

1980년대면 제가 초등학생이었습니다. 다섯 식구가 좁은 방에서 함께 생활을 해야 했기 때문에 집에서의 개인 생활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고, TV도 하나여서 보고 싶은 TV프로가 있으면 누가, 여동생과 날마다 싸워야 했습니다.

그러한 제게 <A 특공대>를 보는 시간만큼은 저 혼자만의 시간이었습니다. <A 특공대>는 늦은 밤에 방영했기 때문에 식구들은 모두 잠자리에 들었었습니다. 전 TV소리를 최대한 줄이고 TV옆에 바짝 누워 이 괴짜 특공대의 유쾌한 활약상을 감상하곤 했었습니다.

 

 

놀랍도록 변한 것이 없는 그들의 캐릭터

 

솔직히 지금 제게 어린 시절 본 <A 특공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라고 한다면 전 제대로 대답할 것이 없습니다. 너무 오래 전에 본 TV 시리즈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억력이라고는 거의 제로에 가까운 저도 한가지 잊혀지지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A 특공대>의 독특한 캐릭터였습니다.

대장 한니발은 하얀 백발에 카리스마가 넘치는 중년의 아저씨였습니다. 멋쟁이는 당시 남자인 제가 봐도 '멋있다'라고 느낄 정도로 미남이었으며, 바람둥이였고, 여자 문제가 항상 뒤따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B.A는 독특한 헤어 스타일과 근육질의 몸매, 그리고 머독은 미치광이 특유의 돌발적인 행동과 떠벌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멤버중 둘은 매일 티격태격 싸웠습니다.

 

영화를 보러 가기전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제가 기억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영화의 포스터를 보며 제 기억 속의 <A 특공대> 캐릭터의 외모가 비슷하다고 생각되어 신기했었는데, 영화를 보다보니 캐릭터의 외모 뿐만 아니라 제 기억 속에서 잊혀졌던 것들마저 새록새록 기억이 날 정도로 조 카나한 감독은 원작에 충실하였습니다.

'그래, 맞아. 머독은 파일럿이었어.', '그래, 맞아. 서로 티격태격하던 멤버는 B.A와 머독이었어.', '그래, 맞아. B.A는 비행 공포증이 있었어.' 등등

영화 [A-특공대]는 말 그대로 추억 그 자체였습니다. 조 카나한 감독은 영화 [A-특공대]를 만들며 최대한 TV 시리즈를 고스란히 이어받으려 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배우들의 외모는 물론이고, 캐릭터의 성격까지 TV 시리즈를 봤던 그 오래된 까마득한 추억들이 되살아 났습니다.

 

 

27년이라는 세월은 추억도 시끌벅적하게 만들었나보다.

 

하지만 극장에 앉아 조용히 추억만을 되새기기엔 영화 [A-특공대]는 상당히 시끄럽습니다. 처음 캐릭터들을 소개하는 장면에서부터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화면에 박히는 큼지막한 글자들은 '쾅쾅'소리를 내며 영화를 보는 절 깜짝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어쩌면 28년 전 <A 특공대>도 이 영화처럼 시끄러웠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 모두 깊이 잠든 단칸 방에서 혼자 TV를 봐야 했기에 제 기억 속의 <A 특공대>는 조용했지만 카리스마와 스릴이 넘쳤던 액션 시리즈로 기억됩니다.   

제게 TV 시리즈 <A 특공대>와 할리우드 블럭버스터로 재탄생한 영화 [A-특공대]의 차이는 바로 이것입니다. 시끄러움. 그러한 시끄러움은 요즘 블럭버스터의 추세라고는 하지만 조용히 추억을 음미하고 싶은 제겐 상당히 거슬릴 정도로 과도했습니다. 아니, 그냥 정신이 없었다고 하는 편이 맞겠네요.

 

생각해보니 비단 [A-특공대]만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27년이라는 세월동안 제 주위의 모든 것이 시끄러워졌습니다.

27년 전에는 발라드와 트로트, 그리고 댄스 음악이 전부였던 대중 음악은 알아듣지 못할 랩이 난무하고, 괴성이 오가며, 현란한 춤과 쇼가 곁들여져 제가 적응하기엔 너무 시끄러워져 있었고(90년대까지만 해도 전 최신곡을 달달 외우던 대중음악 애호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예능프로에 나오는 가수는 알지만 그들이 무슨 노래를 불렀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TV 프로도, 영화도, 모두 시끄러워졌습니다.

[A-특공대]에게 추억을 음미할 수 있는 조용함을 원하는 것은 그렇기에 시대에 뒤떨어진 제 개인적인 욕심일지도 모릅니다. 어찌되었건 <A 특공대>는 20년이 넘는 세월을 뛰어 넘어 우리 곁에 돌아왔고, 전 그것으로 만족해야 할지도... 뭐 너무 시끄러워 정신은 없지만 그래도 오랜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 제군들... 환영합니다.

 

시끄러움이 이 시대의 흐름이라지만... 나의 추억은 여전히 조용함 속에 멈춰져 있다.

난 시끄러운 현재보다 조용한 과거를 사랑하는 어쩔수 없는 노땅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