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0년 영화이야기

[드래곤 길들이기] - 낯익음 속에 새로움이 돋보인다.

쭈니-1 2010. 5. 11. 13:25

 

 

 

감독 : 딘 드블로와, 크리스 샌더스

더빙 : 제이 바루첼, 제라드 버틀러

개봉 : 2010년 5월 20일

관람 : 2010년 5월 5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어린이날 선물로 이보다 나은선택은 없다.

 

5월이 되면 대부분의 성인들이 그러하듯이 저 역시 참 많이 바빠집니다. 5월 5일 어린이날도 챙겨야 하고, 5월 8일 어버이날도 신경써야 합니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웅이를 위해서 5월 15일 스승의 날도 그냥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저희 회사 춘계 체육대회 일정이 5월 15일로 예정되어 있으며, 5월 30일엔 친구 결혼식까지 잡혀 있습니다. 이건 뭐 여기저기 행사에 참가하다 보면 5월이 금방 지나갈 기세입니다.

암튼 5월의 화려한 일정의 시작으로 어린이날이 다가왔을 때 저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웅이를 데리고 놀이공원이라도 가야 했지만 그날 놀이공원에 갔다가는 사람 구경만 실컷하고 돌아올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손쉽게 어린이날을 보내는 방법으로 영화 보기가 있었지만 어린이날 극장에서 상영하는 어린이 영화는 [케로로 더 무비 : 기적의 사차원섬] 뿐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개구리 중사 케로로]의 캐릭터인 '기로로'에 열광하던 웅이가 이젠 좀 컸다고 [케로로 더 무비 : 기적의 사차원섬]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더군요.

 

이 위기의 어린이날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어느날, 원래 5월 20일 개봉 예정이던 [드래곤 길들이기]가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특별 유료 시사회를 진행한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남자 아이답게 공룡, 용, 몬스터 등에 열광하는 웅이에게 [드래곤 길들이기]는 분명 웅이의 관심을 잡아 끌것이 분명했습니다.

이 기쁜 소식을 구피에게 전했습니다. 그러자 구피는 이미 [드래곤 길들이기]를 예매 완료했다고 하네요. 저 만큼 구피도 어린이날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이 컸었나봅니다. 비록 3D를 예매했기에 영화 관람비가 만만치않게 들어갔지만 괜시리 놀이공원에 가서 사람 구경만 실컷하고 돌아오는 것보다 편안하게 극장에 앉아 영화를 보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래곤 길들이기]를 보고, 웅이와 교보문고 목동점에 가서 책도 읽고 '포켓 몬스터' 장난감도 사주고 하다보니 어린이날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웅이는 [드래곤 길들이기]도 재미있었고, 선물로 사준 '포켓 몬스터'장남감도 너무 좋다며 만족스러운 어린이날이라는 반응입니다. 그냥 다행이라는 생각 뿐입니다. ^^

 

 

[몬스터 VS 에이리언]의 실망감을 만회할 수 있겠는가?

 

1년 전 이맘 때, 저는 웅이와 함께 [몬스터 VS 에이리언]이라는 영화를 보러 갔었습니다. 각자 개성이 다른 착한 몬스터들과 지구를 침략하려는 못된 외계인이 대결을 펼치는 기발한 상상력의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웅이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본 것 같지만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제겐 정말 너무나도 실망스러운 영화였습니다.

[몬스터 VS 에이리언]가 캐릭터 장난감을 팔기 위해 급조한 애니메이션처럼 전 보였습니다. 개성이 있는 캐릭터와는 달리 스토리는 평범했고, 어른이 즐기기에도 전혀 손색이없는 픽사의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몬스터 VS 에이리언]은 어른이 보기엔 너무 유치했었습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중에선 그래도 픽사와 더불어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것이 드림웍스라고 생각하기에 더욱더 [몬스터 VS 에이리언]에 대한 실망감은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드림웍스의 신작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웅이와 함께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살짝 낮추었을 것입니다. 몬스터, 에이리언 캐릭터와 더불어 드래곤이라는 캐릭터 역시 캐릭터 장난감을 위한 상품임이 눈에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 물론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영화의 재미보다 어린 아이들에게 캐릭터 장난감을 팔기위한 속셈이 뻔히 보이는 영화를 보다보면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불쾌한 생각이 들 뿐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다행스럽게 [드래곤 길들이기]는 [몬스터 VS 에이리언]처럼 주객이 전도된 영화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다양한 드래곤 캐릭터는 분명 캐릭터 장난감으로도 손색이 없지만 드래곤과 바이킹이 엮어 나가는 스토리 라인도 [몬스터 VS 에이리언]과 비교해서도 꽤 탄탄한 편이었고, 재미와 감동을 적절하게 안겨 주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이제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꺼버린 구피는 '별로였어.'라는 반응이었지만 아직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는 철없는 어른인 저는 이 영화에 만족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loser... 어떻게  winner이 되었는가?

 

[드래곤 길들이기]는 전형적인 루저의 이야기입니다. 용맹한 바이킹과 사나운 드래곤들이 끊임없이 싸움을 벌이는 버크섬. 이 섬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강인함이 우선시 되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인 히컵(제이 바루첼)은 강인한 바이킹과는 거리가 먼 아이였습니다. 호리호리한 그는 언제나 사고뭉치에다가 허약한 아이에 불과했습니다. 전형적인 루저인 셈입니다.

주인공이 히컵으로 설정된 그 순간, 이 영화는 내용의 전개가 정해진 셈입니다. 히컵이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위너가 되는 과정이 이 영화의 주요 모티브인 것이죠. 그런데 여기에서 한가지 특이한 점이 발견됩니다. 히컵이 루저에서 위너로 발돋음할 수 있었던 계기가 바로 용맹성이 아닌 소통에 의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이킹에겐 무조건 없애야할 적으로 인식되었던 드래곤에 대해서 히컵은 소통을 시도했던 것이고, 그러한 소통의 힘은 히컵을 위너로 만들어 줍니다.

 

우리는 우리와 조금이라도 다른 존재에 대해서 경계하고 배척합니다. 어쩌면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날카로운 발톱도, 그렇다고 빠른 발도 가지지 못한 인간이 가진 신체적 한계가 자신과 다른 존재에 대한 무조건적인 두려움과 경계를 가져오게 만든 것은 아닐까요?  

이 영화 속의 바이킹들이 드래곤에게 가졌던 것 역시 그러했습니다. 인간과는 달리 거대한 몸짓과 화염과도 같은 불을 내뿜고,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드래곤의 존재는 바이킹들에겐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로만 각인되었을 것이고 그렇기에 그들은 드래곤을 이해하고 함께 상생하기 보다는 드래곤을 배척하고 죽임으로써 드래곤과의 싸움의 역사를 시작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히컵이 보여준 드래곤 투슬리스에 대한 관심과 동정은 영화 속의 다른 캐릭터들과는 완전 다른 모습입니다. 그는 드래곤 역시 인간들이 드래곤을 두려워 하듯이 인간을 두려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와 소통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드래곤 길들이기]의 영웅은 탄생하는 것입니다.

 

 

길들이기가 아닌 상생의 길이 아쉽다.

 

사실 [드래곤 길들이기]는 특별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드래곤과 바이킹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지만 루저가 역경을 이겨내고 위너가 되는 과정은 애니메이션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스토리 라인이니까요.

게다가 바이킹과 드래곤을 한데 엮어 주는 공공의 적이 출현하는 패턴까지 낯익은 설정이 꽤 눈에 띕니다. 하지만 무조건 새로움만을 추구할 수는 없는 법이기에 [드래곤 길들이기]는 낯익음 속에서 새로운 캐릭터로 영화적 재미를 잘 조율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영화를 보고나서 계속 찜찜했던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드래곤 길들이기'였습니다. 물론 어린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에서 너무 과도한 의미를 두는 것은 금물이긴 하지만 드래곤을 길들이는 바이킹의 모습을 보며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 다녀야 마땅한 드래곤에게서 인간에게 사로잡혀 등에 안장을 채우고 힘겹게 사람을 태우고 달리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당연하지만 인간이 존재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뗄래야 뗄 수가 없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처음에 인간들은 자연을 숭배하였고, 문명이 발전하면서 자연에 대한 속박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연의 정복자임을 자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연이 없는 인간은 존재할 수가 없듯이 자연과 인간은 서로 상생하며 살아가야 함을 최근 자연 훼손과 환경오염 등으로 우린 뒤늦게 깨닫고 있습니다.

영화 속 바이킹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엔 드래곤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고, 나중엔 드래곤을 정복하려 했으며, 이젠 드래곤을 길들이려 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드래곤을 길들이는 것이 아닌 드래곤과 함께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일텐데 말입니다. 인간들이 개와 말에게 그러했듯이 그렇게 드래곤을 길들이려 한다면 언젠가는 드래곤은 인간들의 애완 동물로 전락할 것이며 소유욕이 강한 인간들로 인하여 드래곤의 자유는 영원히 속박당할것입니다.

제가 한낱 애니메이션을 보며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요? 맞습니다. 전 지금 오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자연은 길들여야 할 대상이 아니고 우리가 그 속에 더불어 살아가야 함을 믿고 있기에 드래곤이 사람에게 길들여져야 함을 믿는 이 영화의 생각엔 약간의 반대를 하는바입니다.

 

 

[드래곤 길들이기]에서 부러운 것은 캐릭터에 녹아들은 더빙의 자연스러움이다.

언제쯤 우리의 애니메이션도 저런 자연스러운 더빙을 보여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