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0년 영화이야기

[아이언 맨 2] - 그의 경쾌함을 좋아하기로 했다.

쭈니-1 2010. 5. 3. 17:37

 

 

  

감독 : 존 파브로우

주연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미키 루크, 스칼렛 요한슨, 기네스 팰트로우, 샘 록웰, 돈 치들

개봉 : 2010년 4월 29일

관람 : 2010년 4월 30일

등급 : 12세 이상

 

 

소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

  

지난 목요일, 하루종일 영화를 보기 위해 회사에 연차 휴가를 냈습니다. 하지만 하늘은 제가 하루종일 영화를 보며 편안하게 쉬는 것이 싫으셨나봅니다. 제게 시련을 안겨주셨으니 하필 연차휴가를 낸 날 일이여기저기서 터지게 만든 것입니다.

먼저 봄맞이 아파트 내부 소독을 한다고 하더군요. 지금까지는 맞벌이 부부였기에 단 한번도 내부 소득을 하지못했습니다. 하지만 하필 제가 연차 휴가를 낸 날이 소독 날이었고, 구피는 내부 소독을 마치고 영화보러 가라고 엄명을 내렸습니다. '그렇지않아도 우린 웅이 때문에 소독 한번 해야했어.'라며 웅이를 들먹이는데 거절한 명분이 도저히 없더군요. 결국 윗층부터 소독을 하며 내려오는 구청 직원을 기다리기 위해(참고로 저희 집은 3층입니다.) 오전 시간을 모두 기다림으로 소비해야 했습니다.

소독을 마치고는 오후엔 경찰서에 잠시 들렀다가 기분만 망쳤고, 방통대에 들러 미루고 미뤄왔던 졸업장을 수령하였습니다. 그때가 이미 오후 4시. 하루종일 굶어서 배는 고프고, 경찰서에서의 일 때문에 짜증도 났고... 결국 저는 영화 한 편 보지 못한채 그냥 집으로 돌아와 캔 맥주와 감자칩으로 휴가날을 보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못 했을때 저는 극도의 무기력증과 짜증에 휩싸입니다. 그날이 그랬습니다. 하루종일 영화를 보겠다는 계획이 무너지고 나자 괜시리 화도 나고 아무 것도 하기 싫어지더군요. 그날 하필 소독을 한 것도 짜증낫고, 경찰서 조사관도 짜증났고, 졸업장은 꼭 평일에만 수령이 가능하다고 답변한 방통대 교직원도 짜증났습니다. 그렇게 짜증병에 휩쌓인 제게 구피는 특효약을 선물했으니 바로 [아이언 맨 2]보러 가기입니다.  

원래는 금요일 저녁에 웅이를 집으로 데려와야 했지만 구피는 [아이언 맨 2]를 보러 가기 위해 웅이를 하루 더 처가집에서 재우기로 하고 우린 한 밤중에 [아이언 맨 2]를 보기위해 밤 거리를 나섰습니다.

[일라이]이후 거의 2주만에 극장나들이를 한 것이라 그런지 마치 처음 극장에 가는 어린 아이처럼 가슴이 설렜습니다. 그 덕분에 [아이언 맨 2] 역시 상당히 재미있게 봤고요. 매주 2회 극장에서 영화를 봤을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이렇게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니 이러한 소소한 제 일상이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역시 행복이라는 것... 그리 멀리 있지는 않나봅니다. ^^  

 

 

1편은재미있게 보았던가?

  

정확히 2년 전(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그것도 똑같이 메가박스 목동에서 봤던 [아이언 맨]은 솔직히 재미는 있었지만 그렇게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배트맨', '슈퍼맨', '스파이더맨'에 비해서 '아이언맨'은 낯설었고, 개인적으로 고뇌하는 슈퍼 히어로를 좋아하는 제게 '아이언 맨'은 그다지 깊게 고뇌하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재미가 없지도 않았습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기네스 팰트로우는 너무 반가웠고, 테렌스 하워드, 제프 브리지스 등 명배우들의 출연도 영화의 재미를 더해줬습니다. 하나의 거대한 무기상과도 같은 미국을 풍자한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캐릭터도 흥미로웠고, 오리지널과 업그레이드의 싸움이라는 클라이맥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뿐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화려한 하이테크에 감탄하기엔 이미 [트랜스포머]가 제 눈을 사로 잡았었고, 단순한 선과 악의 분류와 왜 출연했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기네스 팰트로우의 빈약한 분량은 [아이언 맨]을 그냥 한번 보고 잊을 킬링타임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아이언 맨 2]는 1편에 대한 제 아쉬움을 잘 알고 있었다는 듯이 모든 것을 대폭 보완했습니다.

악당인 위플래시(미키 루크)는 그냥 악당이 아닌 사연이 있는 악당이고, 기네스 팰트로우의 분량도 대폭 늘어나 이제 그녀가 연기한 페퍼포츠는 단순히 토니 스타크의 비서가 아닌 토니 스타크의 연인으로 당당히 올라섰으며, 클라이맥스에선 수 많은 로봇들이 등장하여, 샤이아 라보프와 메간 폭스의 활약이 주축이 되었던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보다 오히려 하이테크에 의한 재미를 강화하였습니다.

토니 스타크의 고뇌도 한층 강화되었는데... 1편에서 자신이 판 무기가 오히려 악한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 선한 사람들을 헤치는 무기가 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꼈다면, 2편에서는 자신을 살린 아크 원자로 에너지로 인하여 서서히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토니 스타크의 고뇌는 커져갑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영웅에 대한 세인들의 환호... 그 사이에서 모든 것을 혼자 앉은채 럭셔리하게 방황하는 토니 스타크의 모습은 조금 더 코믹스의 고뇌하는 영웅과 닮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이언 맨 2]는 경쾌하다.

  

그렇다면 [아이언 맨 2]도 [배트맨]과 [스파이더 맨]처럼 우울하고 암울해 졌을까요? 아뇨, 그건 아닙니다. 분명 1편보다 조금 더 코믹스의 영웅다워 지긴 했지만 여전히 [아이언 맨 2]는 경쾌합니다.

자신이 영웅임을 감춰야 했던 이전의 영웅들과는 달리 토니 스타크는 당당하게 자신이 아이언 맨임을 밝힙니다. 그리고 관중의 환호를 즐깁니다.

페퍼포츠와의 사랑도 [스파이더 맨]의 피터 파커와는 달리 손쉽게 쟁취해내고, 죽음에 대한 고뇌 역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인물들이 나타나 쉽게 해결해줍니다.

이쯤되면 1편에서도 그랬듯이 너무 가벼운 슈퍼 히어로라고 실망감을 느낄만도 한데... 이 영화의 경쾌함은 그러한 실망감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악동 이미지는 죽음의 공포 앞에서 막무가내로 망가지는 토니 스타크의 유쾌한(?) 고뇌를 표현하기에 적합했으며, 블랙 위도우를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은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터질듯한 섹시함을 드러내며 영화를 더욱 풍요롭게 만듭니다.

 

다시한번 밝히지만 저는 고뇌하는 슈퍼 히어로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암울한 분위기의 '배트맨'을 좋아하고,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힘을 가져 버린 사춘기 소년 '스파이더 맨'의 방황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모든 슈퍼 히어로가 그럴 필요가 없다는 점 역시 공감합니다. 사람은 제각각 개성이 다르듯이 슈퍼 히어로 역시 제각각 개성이 다른 법이죠.

어마어마한 재산을 속에서 자신의 정체를 감추어야 했던 '배트맨'이 있듯이, 그 어마어마한 재산을 무기로 자신의 슈퍼 히어로 놀이를 즐기는 영웅도 있는 법이라고 생각하니 [아이언 맨 2]의 가벼움이 오히려 즐겁게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물론 이 영화가 100%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초반과 후반에 비해서 중반이 조금 지루한 면이 있었고, 아크 원자로 에너지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를 발견하는 장면은 조금 어이가 없었습니다. 기대했던 위플래시 역시 마지막에 허무하게 끝장이 나버리는데... 개인적으로 미키 루크의 재기를 응원하지만 이영화에서의 미키 루크는 뭔가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다른 슈퍼 히어로와는 달리 경쾌한 활약을 하는 '아이언 맨'을 응원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아직도 고뇌하는 슈퍼 히어로를 사랑하지만 '아이언 맨'만큼은 예외로 두기로 하죠. ^^

 

 

  [아이언 맨 2]의 캐릭터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