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0년 영화이야기

[프롬파리 위드러브] - 액션은 늘었고, 감성은 줄었다.

쭈니-1 2010. 3. 15. 23:49

 

 

 

감독 : 피에르 모렐

주연 : 존 트라볼타,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카시아 스무트니아크

개봉 : 2010년 3월 11일

관람 : 2010년 3월 15일

등급 : 18세 이상

 

 

[테이큰]의 깜짝 흥행을 잇고 싶었으나...

 

프랑스 영화계에서 흥행에 관해서는 거의 독보적인 존재인 뤽 베송 감독. 그는 이제 감독보다는 제작자로써 더욱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가 제작을 맡은 영화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 화끈한 액션영화들입니다. 뤽 베송이 제작한 영화 중 가장 성공한 영화로 평가 받고 있는 [택시] 시리즈를 비롯하여, 이연걸을 주연으로 캐스팅했던 [키스 오브 드래곤], 제이슨 스테이섬을 스타로 키워낸 [트랜스포터] 시리즈, 그 외에 [야마카시], [13구역] 시리즈 등. 프랑스의 액션영화는 거의 뤽 베송의 제작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그의 제작자로써의 활동은 활발합니다.

그 중에서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영화는 단연코 [테이큰]입니다. 뤽 베송이 브루스 윌리스를 주연으로 캐스팅하며 야심차게 만든 [제5원소]조차 미국 박스오피스의 최종 성적은 6천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테이큰]은 무려 1억4천5백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입니다. 뤽 베송이 감독시절 못해낸 할리우드에서의 대박을 피에르 모렐 감독이 해낸 것이죠.

 

[프롬파리 위드러브]는 피에르 모렐 감독과 뤽 베송이 다시한번 의기투합한 영화입니다. [테이큰]의 뜻밖의 대박 덕분인지 이번엔 [미션 임파서블 3], [어거스트 러쉬] 등의 영화로 할리우드의 신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와 할리우드 스타급 배우인 존 트라볼타가 머리를 빡빡으로 미는 변신을 감행하며 주연을 맡아 영화의 기대치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프롬파리 위드러브]는 개봉 첫 주 전미 박스오피스 3위에 랭크되었으며 지금까지 고작 2천4백만 달러라는 부진한 흥행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왜 [테이큰]은 대박이고, [프롬파리 위드러브]는 쪽박일까요? [테이큰]의 리암 니슨과 비교해서 [프롬파리 위드러브]의 존 트라볼타와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의 조합은 분명 흥행성이 나아보였고, 물량 투입도 [테이큰]에 비해서 상당히 거대해졌는데 말입니다.

 

 

정신없이 난사되는 총알들. 

 

어이없는 민방위 훈련 덕분에 한산한 평일 낮의 극장에서 여유롭게 [프롬파리 위드러브]를 관람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몇 분이 지나자 제 몸은 어느사이 뻣뻣하게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스크린 속에서 정신없이 펼쳐지는 액션은 제가 잠시도 정신을 차릴 여유를 주지 않더군요.

영화의 시작은 세계를 지키는 특수요원이 되고 싶은 프랑스 주재 미대사관 직원 제임스(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의 어리숙함에서 시작합니다. 장관의 집무실에 도청기를 설치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고 허둥지둥하고, 애인이 흘린 소스를 피로 착각하고 혼자 특수요원 놀이하던 그의 모습은 이 영화가 혹시 [택시]와 같은 코믹액션영화가 아닐까 예상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비밀특수요원인 왁스(존 트라볼타)가 투입되고 제임스가 그의 파트너로 지정되면서 모든 상황이 역전됩니다. 왁스의 무지막지한 행보와 그의 행보를 어리둥절해하며 엉거주춤 쫓아가는 제임스의 모습은 약간의 웃음을 전해주기도 하지만 정신없이 난사되는 총알들의 굉음 속에 웃음의 여유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맙니다.

확실히 [프롬파리 위드러브]는 [테이큰]과 비교해서 액션이 상당히 늘었습니다. 왁스가 등장하고 나서부터는 잠시도 쉴 틈이 없이 정신없는 액션이 계속 펼쳐집니다.

영화의 초반 조금 어리버리하던 제임스도 영화의 후반부터는 그 액션에 동참하는데 사건의 전말이 무엇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쏘고, 터지고, 폭발하는 정신없는 액션으로 인하여 저는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며 피에르 모렐 감독과 뤽 베송이 이번엔 아주 제대로된 액션영화를 만들겠다고 작심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감성이 부족하다.

 

분명 액션영화로만 평가를 한다면 [프롬파리 위드러브]는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빵 터지는 액션영화였습니다. 다시말해 액션영화로써의 이 영화에는 아무런 불만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테이큰]과 비교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분명 [테이큰]보다 액션은 늘었지만 [프롬파리 위드 러브]가 [테이큰]을 뛰어넘을 수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부족함 감성에 있었습니다.

[테이큰]을 되짚어보죠. [테이큰]은 파리로 여행을 떠났다가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서 홀홀단심으로 파리에 건너온 전직 특수요원 브라이언(리암 니슨)의 활약을 그렸습니다. 브라이언의 활약에는 제임스와 왁스의 파트너쉽도 없었고, 빵 터지는 시원한 액션도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딸을 향한 아버지의 절박함이 영화 속에 물씬 묻어났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브라이언에 감정이 이입되어 절박한 심정으로 딸을 찾아 나섰고, 마지막 납치조직을 소탕하는 장면에선 후련함마저 느꼈습니다.

 

하지만 [프롬파리 위드러브]는 그러한 절박함이 없습니다. 제임스와 왁스가 무찔러야할 폭탄테러집단도 [테이큰]의 납치조직과 비교한다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폭탄테러조직이 납치조직보다 훨씬 흉악하지만 영화 속에 그려진 그들 범죄집단으로만 놓고 본다면 [프롬파리 위드러브]는 폭탄테러집단은 그다지 위험해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그들 조직이 소탕될 때 후련함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피에르 모렐 감독도 그러한 이 영화의 약점을 알았는지 제임스의 사랑을 통해 영화의 감성을 부각시키려 하지만 그러한 시도는 조금 뜬금없었고, 마지막 라스트 장면에선 오히려 잘 부각되지도 못했습니다. 차라리 영화의 반전을 다른 곳에서 찾았으면 더욱 좋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개인적으로 [프롬파리 위드러브]는 오랜만에 재미있게 본 액션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부족한 감성은 [테이큰]에서 느꼈던 그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어쩌면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테이큰]은 대박이었지만 [프롬파리 위드러브]는 쪽박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 부족한 감성의 차이가 아니었을까요? 

 

[테이큰]의 감성만 갖췃다면 정말굉장한 영화가 될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