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선택이 의외의 즐거움을 안겨주다.
오랜만에 비디오 대여점에 간 저는 처음부터 [모범시민]을 빌릴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신프로였던 [모범시민]은 대여 중이었고, 아쉬운 마음에 그냥 천천히 다른 영화들을 살펴보다가 문득 [킬러들의 도시]라는 영화가 눈에 띄어서 집어 들었습니다.
[킬러들의 도시]는 작년 골든 글로브에서 콜린 파렐이 뮤지컬 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에선 각본상에 노미네이트되었던 영화입니다. 작년 3월에 국내에 개봉도 하였지만 흥행에 처참하게 실패하고 조용히 사라졌던 영화이기도 하죠. 그렇기에 전 이 영화에 대해서 별다른 기대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보니 어느새 이 영화에 빠져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킬러들의 수다]의 많이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
[킬러들의 도시]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딱 [킬러들의 수다]와 같은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 영화의 수입사도 그러한 사실을 알고 영화의 무대이기도한 벨기에의 관광도시 '브리주에서'라는 원제를 버리고 [킬러들의 도시]라는 엉뚱한 제목을 갖다 붙인것 같습니다. 다른 영화였다면 이런 엉뚱한 제목이 짜증났을테지만 이 영화의 경우는 참 잘 지었다라는 느낌이 드네요.
[킬러들의 수다]를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이 영화의 킬러들은 다른 영화에서처럼 냉소적인 살인 기계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웃고 울고 화내고 사랑하는 평범한 인간으로 그렸습니다. [킬러들의 도시]도 마찬가지인데 이 영화의 켄(브렌든 글리슨)은 킬러라고 하기엔 너무 자상하고, 레이(콜렌 파렐) 역시 어린 아이같은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캐릭터로 나옵니다. 영화의 초반 그 둘의 재치있는 수다는 비장한 분위기가 가득한 킬러 액션 영화를 기대했던 제가 당혹감도 안겨줬지만 이내 색다른 재미로 바뀌었습니다.
[킬러들의 도시] 속에 [해리 포터 시리즈]가 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는 배우들에게 있습니다. 이미 작년 골든글로브 뮤지컬 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을 탄 콜린 파렐의 연기는 정평이 났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외에도 브렌든 글리슨과 랄프 파인즈의 연기 역시 영화를 즐겁게 합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 중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많이 봤던 얼굴들이 숨어 있다는 점입니다. 브렌든 글리슨은 [해리 포터와 불의 잔]에서 매드아이 무디로 출연했던 배우이고, 랄프 파인즈 역시 [해리 포터 시리즈]의 그 유명한 악의 화신 볼드모트를 연기했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모두 발견하셨다고요? 그렇다면 레이와 사랑에 빠지는 벨기에의 귀여운 악녀 클로이를 연기한 클레멘스 포시라는 낯선 배우는 어떤가요? 그녀가 바로 [해리 포터와 불의 잔]에서 플뢰르였습니다.(구피는 플뢰르같다고 했지만 저는 아니라고 우겼습니다. 그런데 플뢰르 맞네요. 이런 ^^;)
재치있는 스토리 라인... 이 영화의 각본상 노미네이트가 충분히 이해된다.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의 묘미는 브리주라는 벨기에의 관광도시에 모인 각기 다른 캐릭터들이 벌이는 묘한 상황입니다. 실수로 어린 아이를 죽인 레이. 그러한 실수를 죽음으로 벌하려는 해리(랄프 파인즈). 하지만 레이의 동료인 켄은 해리의 명령을 어기고 레이를 살려줍니다. 이에 자신이 직접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브리주로 온 해리. 이제 벨기에의 아름다운 관광도시 브리주에서 냉혹한(?) 킬러 해리, 레이, 켄의 마지막 대결이 벌어집니다.
약간 코믹하기도 하면서 어찌보면 비장하기도 하고, 마지막 장면에선 어처구니까지 없는 이 영화는 액션영화를 기대한 분들에겐 분명 실망스러운 영화였지만 때늦은 3월의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저녁 막걸리를 마시며 조용히 영화 한 편 보고 싶은 저와 같은 분들에겐 어쩌면 의외의 재미를 안겨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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