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학부모는 토요일에도 쉬지 못한다.
주 5일 근무에 익숙해진 구피와 저는 금요일 저녁은 자유를 만끽할 시간이고, 토요일 아침은 늦잠을 실컷 자도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웅이를 돌봐주시던 장모님께서 편찮으셔서 금요일 저녁에 웅이를 집에 데려오며 지금까지 누렸던 금요일 저녁고 토요일 아침의 자유는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습니다.
금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웅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기 위해서 일찌감치 잠이 들어야 했고, 토요일 아침엔 웅이의 학교 등교 때문에 일찌감치 일어나 서둘러야 했습니다. 특히 구피는 웅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다른 학부모님과 함께 학교에 머무르며 웅이를 기다려야 했고, 교실 청소까지 말끔하게 하고 왔다네요. 녹초가 되어 버린 구피... 하지만 전 구피와 웅이가 집을 비운 사이에 집안 청소하고 여유롭게 영화 한 편을 봤답니다.
한때는 중국영화를 좋아했지만...
오늘 제가 본 영화는 [공자 : 춘추전국시대]입니다. 애초에 극장에서 볼 생각을 가졌었던 영화였지만 결국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 [울프맨]을 먼저 보느라 극장에서 놓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영화를 보니 예전처럼 꼭 극장에서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최근에 봤던 [8인 : 최후의 결사단]이 그러합니다. 특히 대를 위해선 소가 희생해야 한다는 뻔뻔한 주장으로 보는 내내 불편했던 영화입니다.
예전의 홍콩 느와르 영화들은 과장된 액션과 비장미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그 이후엔 중국 특유의 화려함과 스케일로 관객을 현혹했습니다. 전 여기까지는 참 좋아합니다. 홍콩 느와르의 비장미도 좋았고, 중국 무협의 화려함과 스케일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8인 : 최후의 결사단]은 여기에 중국식 영웅주의까지 끼어 넣으니 불편해지더군요. 마치 중국 선전영화같은...
공자... 그는 중국의 대표적 영웅이 아니던가.
[8인 : 최후의 결사단]을 보고 불편함을 느꼈기에 어쩌면 [공자 : 춘추전국시대] 역시 그러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8인 : 최후의 결사단]의 손문과 마찬가지로 [공자 : 춘추전국시대] 역시 중국의 영웅 종가를 영화화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공자가 퍼트린 유교사상에서 결코 자유로운 나라가 아니기에 공자에 대한 이야기는 한번쯤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는 중국 최고의 혼란기라고 할 수 있었던 춘추전국시대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혼란기에 예와 의를 중시하는 학자 공자가 노나라의 관리로 중용되며 당시 노나라의 권력의 중심이었던 삼환의 반발을 사게 되고 결국 그들의 계략에 의해 노나라에서 쫓겨나 중국을 떠돌다가 노년에 다시 노나라로 돌아온다는... 사실 영화적인 재미는 조금 떨어지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영화가 [8인 : 최후의 결사단]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진정한 영웅은 바로 이렇지 않을까?
비록 공자는 자신의 뜻을 성공하지 못했고, 노나라는 삼환의 횡포로 인하여 국력이 쇠하여 제나라에 멸망을 하게 됩니다.(영화에는 그러한 장면까지는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을 생각하고 제자들을 아끼는 그의 모습은 大를 위해서는 小를 희생해야 한다며 민중의 희생을 미화했던 [8인 : 최후의 결사단]보다 감동스러웠습니다.
공자가 세운 유교사상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어찌되었건 유교사상은 2,500년 전에 세워진 케케묵은 사상이니까요. 그리고 이 영화가 그려낸 공자의 모습이 모두 진실일 것이라 생각되지도 않습니다. 전기영화의 최대 단점은 그리고자 하는 인물의 극단적인 미화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大를 위해 小가 희생하는 것이 아닌, 小를 위해 大가 올바른 정치를 해야한다는 이 영화 속 공자의 모습은 저런 모습이 바로 진정한 영웅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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