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0년 영화이야기

[포스카인드] - SF도, 호러도, 다큐도 아닌 정체불명의 영화.

쭈니-1 2010. 2. 27. 02:19

 

 

 

감독 : 올라턴드 오선샌미

주연 : 밀라 요보비치, 윌 패튼

개봉 : 2010년 2월 25일

관람 : 2010년 2월 26일 

등급 : 15세 이상

 

 

페이크 다큐멘터리, 그 허와 실

  

1999년 [블레어 윗치]라는 영화가 개봉하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합니다. [블레어 윗치]는 1785년에 엘리 케드워드라는 여인이 마을의 아이들을 유괴하여 피를 뽑아 죽인 혐의로 마녀로 낙인, 혹한의 추위 속에 마을의 숲으로 추방당한 '블레어 윗치 전설'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200년 후 1994년 대학의 학생들이 '블레어 윗치 전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으려 숲 속에 들어간 뒤 자취를 감추고 그들이 촬영한 필름만 발견됩니다.

영화 [블레어 윗치]는 바로 그 필름을 재편집하여 영화로 상영한다고 알려졌고, 그러한 소문은 화제가 되어 [블레어 윗치]를 흥행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블레어 윗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다시말해 가짜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실제 대학생들이 겪은 공포스러운 사건을 사실 그대로 촬영한 것이 아닌, 사실 그대로 촬영한 것처럼 관객에게 보이게끔 조작된 호러 영화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그러한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최근 [파라노말 액티비티]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합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장점은 사실감입니다. 다큐멘터리식 화면의 구성은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허구가 아닌  사실이라고 믿게끔 만들고 그러한 믿음은 영화에 대한 몰입도로 이어집니다. [블레어 윗치]도 그러했고, [파라노말 액티비티]도 그러했습니다. 별도의 설명이 없었다면 관객들은 이 영화가 사실인지, 아니면 가공된 영화인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했고, 설사 그들 영화가 가공된 영화라는 점을 알고 있더라도 다큐멘터리처럼 꾸며진 화면을 보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영화 속에 몰입되어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한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공포영화에서 그 위력을 발휘하지만 가끔 [클로버필드]나 [디스트릭트 9]같은 SF영화에서도 부분적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SF영화는 공포영화보다는 사실감이 떨어지기에 페이크 다큐멘터리에 의한 충격 효과가 작을 수 밖에 없습니다. [블레어 윗치]나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보며 '정말 저런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클로버필드]나 [디스트릭트 9]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관객은 아무래도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포스카인드]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 듯이 보입니다. 외계인에게 납치된 사람들에 대한 미스테리를 파헤치는 이 영화는 엄격히 말한다면 SF장르에 속할 수 있겠지만 올라턴드 오선샌미 감독은 이 영화가 SF영화로 보이길 극히 꺼려하는 듯이 보입니다. 그는 [포스카인드]가 [블레어 윗치]나 [파라노말 액티비티]처럼 호러영화로 보일 수 있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영화를 꾸며냅니다.

 

지나친 사실감의 강조가 오히려 반감을 불러 일으켰다.

 

저는 이 영화가 정말 진실만을 기록한 것인지, 아니면 조작된 영화인지 잘 모릅니다. 아니 그러한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포스카인드]가 진실만을 담았다며 영화 초반과 마지막에 관객들에게 '이 영화를 믿을 것인지, 안믿을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라며 거듭 주장하는 밀라 요보비치와 올라턴드 오선샌미 감독의 모습에선 묘한 반감이 느껴집니다.

맞습니다. 그것은 관객의 몫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기 위해선 주연배우와 감독이 앞장서서 선동질을 해서는 안됩니다.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위압적인 자세로 관객 앞에 등장하여 말은 '믿건 말건 네 맘대로 해라.'라고 하지만, 실상은 '이 영화는 사실이니 어서 빨리 충격을 받으라.'라고 재촉을 하니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으로는 기분이 나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만약 이 영화가 진정으로 진짜처럼 보이길 원했다면 밀라 요보비치를 캐스팅해서는 안되었습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표방한 영화들, [블레어 윗치]와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물론이고, [클로버필드], [디스트릭트 9]까지도 잘 알려진 배우보다는 신예급 배우들을 기용하였습니다. 그것은 영화에서 잘 알려진 배우의 존재는 아무래도 영화의 사실감을 떨어뜨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포스카인드]는 그와는 반대로 밀라 요보비치라는 비교적 잘 알려진 배우를 주연으로 캐스팅합니다. 밀라 요보비치가 누굽니까? [제 5원소]로 스타덤에 올랐고,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로 SF시리즈의 여전사 이미지가 강한 배우입니다. 그러한 배우를 캐스팅해놓고 SF영화가 아닌 척 애쓰는 모습은 한심하기까지 합니다. 신예급 배우를 캐스팅할 배짱도 없는 주제에 관객에게 설교를 하려 들다니... 영화의 사실감을 높이려면 관객들에게 직접 억지를 부리지 말고 영화 그 자체적으로 사실적으로 보이도록 노력을 했어야 했습니다.

 

이 영화가 사실인지, 거짓인지를 떠나 지루한건 어쩔 수가 없었다.

 

어찌되었건 이 영화는 상업영화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알래스카 지방의 미스테리한 실종사건과 그에 대한 충격적인 진실 여부를 떠나서 상업영화라면 영화적인 재미가 보장이 되어야 합니다.

만약 올라턴드 오선샌미 감독이 알래스카 지방의 미스테리한 사건을 사람들에게 알릴 목적이었다면 순수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이 영화를 완성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밀라 요보비치라는 상업영화 배우를 캐스팅하는 의욕을 보이며 [포스카인드]를 상업영화로써 완성해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포스카인드]는 진실 여부를 떠나 과연 영화 자체는 재미있는가? 라는 의문이 따릅니다. 뭐 관객들마다 이 영화의 재미에 대한 평가는 다르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참 지루했습니다. 영화의 전개도 뻔했고, 충격적이라던 에비 타일러 박사의 실제 촬영장면은 별로 충격적이기도 않았습니다. 중요한 부분에선 심하게 필름이 손상되어 충격을 받아야할 부분이 도대체 어디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더군요.

 

사실 저는 [포스카인드]에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번 주에 개봉한 영화 중에서 [러블리 본즈], [클로이], [밀크]에 이어 기대작 4순위에 불과했으니까요.

오히려 저보다 [포스카인드]는 구피가 보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구피 역시도 상당히 지루해하더군요. 사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구피는 SF스릴러를 기대했을텐데 [포스카인드] 스스로가 SF가 아니기를 간절히 희망했으니 말입니다. 차라리 알래스카의 미스테리한 실종 사건을 기초로한 SF영화로 만들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포스카인드]는 SF적인 소재를 지녔으면서 SF를 포기하면서 호러영화에 대한 집착을 합니다. 하지만 호러영화로써도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제가 공포영화를 잘 못보는 성격인데 이 영화는 단 한번도 무섭다는 생각이 안들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알래스카 실종 사건에 대한 충격적인 다큐는 어떤가요? 다큐라고 하기엔 너무 가짜같은 극 구성과 다큐임을 증명한 실재 촬영 필름도 충격적이지 못했고, 더구나 SF영화의 여전사 밀라 요보비치가 활개를 치는 영화에서 다큐임을 주장하는 것도 참 어리석은 일입니다. 결국 [포스카인드]는 SF도, 호러도, 다큐도, 모두 실패한 지루한 상업영화로 머물고 말았습니다. 

 

내 글이 너무 악평이라서 놀랬니? 난 널 보는 1시간 30분 내내 놀랬단다. 너무 재미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