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아카데미의 선택은 숀 펜이었지만...
2009년 2월 22일 미국영화의 최대 축제인 아카데미 영화제가 전 세계의 뜨거운 관심 속에 열렸었습니다. 그 날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은 [슬럼 독 밀리어네어]와 그 영화를 연출한 대니 보일이 차지했었고, 여우 주연상은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의 케이트 윈슬렛이, 그리고 남우 주연상은 [밀크]의 숀 펜이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비록 아카데미를 거머쥐지는 못했지만 주목 받은 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왕년의 섹시 배우 미키 루크였습니다.
[나인 하프 위크], [와일드 오키드]를 통해 할리우드 최고의 섹시배우로 인기를 누렸던 미키 루크는 이제 한 물가서 가끔 액션영화의 악역으로 간간히 나올 뿐입니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그의 추해진 얼굴인데... 왕년의 그의 섹시함을 기억하는 저로써는 그의 추한 얼굴은 절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어쩌면 그의 인생과 닮았을 [더 레슬러]
비록 미키 루크는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빈 손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잊혀지다시피한 자신의 존재를 [더 레슬러]를 통해 세계 영화팬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습니다.
[더 레슬러]는 한때 전설적인 인기 레슬러였지만 이젠 퇴물이 되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초라한 트레일러에서 혼자 쓸쓸하게 살아가는 랜디(미키 루크)는 가끔 각본이 짜여진 레슬링 경기에 참여하여 근근히 살아갑니다. 하지만 어느날 신장에 이상이 생기고 더 이상 레슬링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합니다. 그래도 그는 링을 떠나지 못합니다. 세상 그 누구도 이 퇴물이 되어 버린 레슬링 선수를 반기지 않았지만 링에서만큼은 아직 그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키 루크의 혼신의 연기는 눈시울을 적신다.
[레퀴엠]이라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마약 영화를 찍었던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어쩌면 감성적일 수도 있을 이 영화를 상당히 담담하게 그렸습니다. 좀 더 감성적으로 그렸다면 관객의 손수건을 충분히 적실 수 있는 소재였지만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그럴 마음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역시 경기 중간에 갑자기 뚝 하고 끊어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담담한 연출은 미키 루크의 혼신의 연기에 힘입어 제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아무도 자신을 반겨주지 않는 세상에서 갈 곳이라고는 어쩌면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갈지도 모를 링 밖에 없었던 랜디. 과연 [밀크]의 숀 펜 연기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아카데미는 미키 루크를 외면했을까요?
마지막 엔딩 노래 가사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대변한다.
재주 하나 잘 부려 한때 잘 나가던 놈
환호소리에 취해 그 맛에 살았다네.
그 잘난 놈 언제부터 외다리 개가 됐군.
그래도 외다리 끌며 좋다고 재주 부렸네.
혹시나 하는 맘에 세상도 기웃기웃
하지만 남은 건 언제나 상처와 이별
피를 쏟고 쓰러져야 그들은 환호하는데
내게 뭐를 더 하란 말이오?
내게 뭐를 더 하란 말이오?
먼지에 파묻혀 버린 얼빠진 허수아비
그 허수아비를 보면 내가 생각날거야.
누가 외팔을 휘둘러 허공을 치는 구나.
그 외팔이 복서가 바로 나였던 거야.
한때는 저 세상에 정 붙이려 했지만
등 돌리는 사람들 언제나 싸늘했어.
피 토하는 나를 보며 박수소리 커지는데
내게 뭐를 더 하란 말이오?
내게 뭐를 더 하란 말이오?
편안하게 가는 길 왜 다 마다했을까?
그나마 편히 쉴 집 왜 떠나야 했을까?
으스러진 뼈와 상처 그게 내 전부로군.
한심한 외다리 꼴로 춤을 왜 추냐고?
하지만 그 자유로운 외다리 춤이 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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