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0년 영화이야기

[의형제] - 남과 북의 완전한 해피엔딩을 꿈꾸며...

쭈니-1 2010. 2. 6. 02:00

  

 

 

 

감독 : 장훈

주연 : 송강호, 강동원

개봉 : 2010년 2월 4일

관람 : 2010년 2월 4일

등급 : 15세 이상

 

 

역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는 영화가 최고다.

 

2월이 되면 저와 같은 관리부 원들은 눈코 쉴새가 없을 정도로 바쁩니다. 연말정산도 해야하고, 회계결산도 해야하고, 연봉 협상 준비에, 진급자 선별까지... 그야말로 회사에 출근하면 똥사러 갈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쁩니다.

 

특히 제 경우는 회사의 재고 관리가 엉망이 되어서 부랴부랴 원인파악과 함께 문제 해결에 매달리다보니 1월말부터 거의 매일 야근 중입니다. 야근하느라 저녁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몸은 지쳐만 가고, 업무에 의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정신마저 혼비해진 저는2월 4일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2월 4일이 무슨 날이냐고요? 바로 [의형제]가 개봉하는 날입니다. 지난 2주간 스트레스를 풀만한 영화가 개봉하지 않아(전 재미없는 영화를 보면 더 스트레스에 휩싸입니다. 그래서 힘들땐 오히려 특별히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면 극장에 간느 것을 자제하기도 합니다.) 회사 업무에 의한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었던 저는 [의형제]가 개봉하자마자 아빠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리는 웅이도 외면하고 회사 일도 잠시 제쳐둔채 극장으로 향했습니다.(물론 그날도 야근은 했답니다. 오후 8시까지만...)

 

그렇게 제 스트레스를 한 방에 해결해야할 막중한 임무를 띈채 개봉한 [의형제]는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생각보다는 많은 웃음을 짓지는 못했지만 남성 영화 특유의 카리스마와 서민 코미디의 지존 송강호에 의한 훈훈한 웃음은 제 스트레스를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해소시켜줬답니다.

 

 

스트레스를 술로만 풀던 시절은 끝났다.

 

 

남과 북... 식상하지만 어쩔수 없이 꼭 해야만 하는 이야기.

 

[의형제]는 작전 실패로 파면당한 전 국정원 요원 한규(송강호)와 조국에게 버림받은 남파 공작원 지원(강동원)의 우정을 다룬 영화입니다. 솔직히 처음엔 '또 남과 북 이야기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긴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의 흥행으로 인하여 한때 남과 북 이야기가 유행을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유행은 오래 가지 못했는데 [남남북녀]와 [이중간첩] 등의 연이은 흥행 실패로 다시금 잠잠해졌습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가 대한민국에 사는 한 남과 북의 이야기는 계속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 국가인 우리나라와 북한은 한민족이라는 단일 민족의 뿌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나라들은 모두 폐기처분된 케케묵은 이념 다툼을 아직까지 유치하게 해나가고 있습니다.

 

제 아버지, 어머니 세대는 6.25전쟁을 겪으며 북한에 대한 두려움과 증오를 지니고 있으며, 제 세대만 하더라도 어린 시절부터 철저하게 이념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라서 막연하게 북한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나갈 젊은 세대들은 그런 선입견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남과 북의 통일을 어쩌면 잘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젊은 세대를 위해서라도 남과 북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해나가야 하며 대중이 가장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영화는 그러한 역할을 하는데 가장 적합한 매체가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의형제]의 남과 북의 이야기가 어쩌면 식상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꼭 나눠야만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엇갈린 운명을 지니고 있지만 그래도 우린 형제 아니던가.

 

 

웃음과 긴장의 조화 속에서... 

 

그러한 면에서 저는 이 영화의 재치 넘치는 설정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화 속의 한규와 지원은 남과 북의 미묘한 관계를 절묘하게 표현해 냅니다. 각자 서로의 다른 목적으로 인하여 함께 하는 두 사람은 서로를 의심하고 경계하지만 결국엔 서로를 의지하게 됩니다. 지금은 서로 경계하고 있지만 결국엔 우리 남과 북도 한규와 지원처럼 서로 의지하게 되지 않을런지...  

 

이렇게 민감한 소재인 남과 북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영화는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긴장감 넘치게 강약을 잘 조화시킵니다. 특히 영화의 웃음은 언제나 그랬듯이 한규를 연기한 송강호가 맡고 있는데 그의 어리버리한 모습은 [살인의 추억]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한층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우치]에서 날라리 도사를 연기한 강동원의 경우는 이 영화에서 [전우치]와는 180도로 변화된 진중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의 잘 생긴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날카로움과 북에 두고온 가족을 향한 애틋한 모습은 이 젊은 배우가 앞으로도 얼마나 무궁무진하게 배우로써의 발전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직장인들의 실적에 대한 압박, 명퇴, 기러기 아빠, 이혼, 그리고 국제결혼과 다민족 사회에 대한 문제점 등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도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부담없이 건드리는 장훈 감독의  재치넘치는 연출력도 영화의 재미에 한 몫을 해냅니다. [영화는 영화다]에서도 느꼈지만 장훈 감독... 분명 지켜볼만 합니다.

 

 

우리 영화가 허술해 보이지만 말이지... 그래도 있을건 다 있어.

 

 

해피엔딩이면서 해피엔딩일 수 없는 이야기(스포일러 조심).

 

하지만 [의형제]는 지금 현재 남과 북의 불안정한 관계와 맞물려 결코 가벼운 웃음과 오락 영화로써의 적절한 긴장에 멈추지는 않습니다. 한규와 지원의 우정이 지속되기엔 남과 북의 상황이 너무 미묘하기에 영화는 후반부에 가면 갈수록 점점 두 캐릭터의 비극적 최후를 암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다]에서 강패(소지섭)의 강렬한 최후로 깊은 인상을 심어줬던 장훈 감독은 저예산이었던 [영화는 영화다]에 비해서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의형제]에 흥행에 대한 부담을 느꼈는지 영화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해피엔딩을 관객에게 선사합니다. 북한의 전설적인 킬러 그림자 역시도 영화의 마지막에서는 그가 그토록 증오하던 감정적인 인간이 되어 버린 것인지...

 

하지만 과연 이 영화는 영화의 겉 모습에 드러난 것처럼 완벽한 해피엔딩일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한규와 지원의 행복은 대한민국 땅 아래에서는 결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환한 웃음은 한국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비로서 이루어집니다. 그것이 어쩌면 분단된 조국에서 살아야만 하는 우리 세대의 슬픈 해피엔딩일지도...

 

영화 내내 불안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지원이 아내와 어린 딸과 함께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은 분명 극장을 찾은 관객을 향한 서비스이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그 미소가 가슴 한 구석을 아프게 찌르는 것은 이 영화의 해피엔딩이 완전하지는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언젠가는 남과 북의 소재로도 완전한 해피엔딩을 지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며 일상 생활에 지친 쭈니의 스트레스 해소는 그렇게 막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이제 다시 스트레스와의 한 판싸움을 해나가야 겠죠. 그것이 우리 시대의 가장의 몫이니까요.

 

  명퇴의 아픔을 지닌 남한의 가장도... 

  가족을 북에 두고 와야만 했던 북한의 가장도... 고단하긴 마찬가지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