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8년 영화노트

레드 코너(Red Corner) ★★★★

쭈니-1 2009. 12. 17. 23:23

 

 

 

날짜 : 1998년 9월 16일

감독 : 존 애브넷

주연 : 리차드 기어, 바이 링

 

소련이 붕괴되고 냉전이 종식되자 할리우드는 갑자기 비상이 걸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미국을 위협할 정도의 막강한 군사력을 가졌던 소련을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집단으로 설정해 놓고 수 많은 액션영화를 성공시켰는데 갑자기 소련이 붕괴되고 보니 미국의 적이 없어져버린 꼴이 되고 만 것이다. 그나마 한때 걸프전으로 이라크의 후세인이 악당으로 등장하여 꽤 짭짤한 재미를 보았는데 걸프전이 미국의 승리로 싱겁게(?) 끝나버리자 후세인의 미국의 평화를 위협할 악당으로 할리우드에서의 인기는 짧게 끝나 버렸다.

그러자 한동안 외계인이 미국의 평화를 위협하기도 했고, 최근엔 자연 재앙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한계가 있었다. 외계인이라는 소재는 현실감이 없었으며, 자연 재앙은 그 소재가 한정적이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새롭게 공산주의 국가의 강자로 떠오른 중국은 할리우드가 오랜만에 만난 호적수인 셈이다. 게다가 홍콩의 중국 반환으로 역량있는 홍콩 배우들이 할리우드로 몰려드는 시점에서 중국은 할리우드에서 액션영화에 가장 인기있는 소재가 되었다.

[레드 코너]는 중국을 소재로 한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이다. 티벳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에 대한 지지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입국 금지자 명단에 올라 있는 리차드 기어가 중국의 사법 제도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인다. 물론 여기엔 미모의 중국 여변호사가 리차드 기어와 팀을 이뤄 진실을 밝히며 액션과 미스터리 그리고 법정스릴러가 교묘하게 혼합되어 있다.

미국인 변호사 잭 무어(리차드 기어)는 위성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다. 잭의 재치로 잭의 회사가 계약을 따내고 개방정책 지지자이며 잭을 도왔던 댄은 중국 최고의 나이트 클럽으로 잭을 데리고 간다. 그 곳에서 홍링이라는 매력적인 중국 모델과 정열적인 하룻밤을 보낸 잭은 다음날 자신에게 수갑을 채우는 중국 경찰에 의해 잠이 깬다. 홍링은 처참하게 죽어 있고 잭은 일주일 내로 총살을 당할 수 있는 살인죄를 적용받아 교도소에 수감된다. 이제 잭은 이 알 수 없는 사건속에서 자신을 변호해야 하며, 이방인에 대한 곱지 않은 편견과 싸워야 하고, 언어 소통의 불가능함과 감옥의 비위생, 그리고 은밀히 다가오는 죽음의 손길도 피해야 한다. 그가 의지할 사람은 오직 중국인 변호사 율린(바이 링)뿐이다.

이 영화의 시작은 매우 설득력 있다. 낯선 곳에서의 위험, 미국 내에서는 두려울 것이 없어 보이는 성공한 변호사 잭은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곳에서 뜻밖의 위험을 당한다. 영화는 계속 미스터리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관객은 잭과 함께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어야 한다. 잭의 회사와 라이벌 관계에 있는 독일의 위성 방송 관계자, 개방을 반대하는 중국내 보수주의자 등이 사건의 용의자로 떠오르며 관객을 혼란스럽게 한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인 변호사 율린이라는 캐릭터이다. 낯선 이방인에 대한 경계심을 어느정도 지니고 있는 그녀는 그가 사건의 주범이라는 가정 하에 그의 변호를 시작하고 그렇기에 잭과 사사건건 부딪친다. 그러나 존 애브넷 감독은 중반부에 가서 율린을 잭의 편으로 돌아서게 하기 위해 무리한 선택을 하고 만다. 차라리 잭과 율린의 대립관계가 더 설득력 있고 재미있을 텐데 그는 율린이 사건의 의구심을 가지고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잭을 돕게 만든다.

그러한 과정에서 존 애브넷 감독은 교통사고로 죽은 잭의 아내에 대한 기억과 문화혁명 때 죽은 율린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보여 줌으로써 두 사람의 관계를 이으려고 한다. 그렇기에 율린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잭의 보증을 섬으로써 잭을 일시적으로 석방시키고 잭은 가까스로 미국 대사관으로 도망치나 율린 때문에 다시 적의 소굴로 걸어 들어 온다. 이러한 설정은 할리우드 답다.

게다가 후반부에 가서는 사건의 진상이 홍링이 가지고 있던 목걸이에 이해 모두 밝혀지는 황당함을 선택했다.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던 사건의 미스터리는 어디론가 사라졌던 목걸이에 모든 것을 걸고 있었다. 그 목걸이가 어떻게 발견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조차 없는 채 그 거대하던 사건이 이렇게 일시에 해결이 되다니 조금 너무하다.

미스터리 스릴러로 성공적으로 출발한 이 영화는 이렇게 중반에 가서 어정쩡한 잭과 율린의 관계 설정으로 재미를 망치더니 후반부에 가서는 엉뚱한 계기로 사건을 해결함으로써 그 재미를 모두 잃어 버렸다. 이것이 이 영화의 한계이다. 

 

2009년 오늘의 이야기

 

스릴러 영화로써는 짜임새가 부족했지만 그럭저럭 재미는 있었던 영화로 기억됩니다. 이 영화에 대한 기억보다 리차드 기어의 상대 여배우로 나왔던 바이 링이 최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한 파티장에서 복슬복슬한 보라색 털목도리만 두른채 등장했다가 바람에 털목도리가 날려 가슴이 노출되었었다는 기사가 먼저 생각납니다. 그 기사를 읽으며 그녀가 입고 나온 옷을 보고 어이없어 웃었었는데... 그녀가 [레드 코너]에 나왔었는지는 이 글을 다시 쓰며 알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