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장훈
주연 : 소지섭, 강지환
투자대비 매출지수 1위는 [영화는 영화다]이다.
며칠전 2008년 한국영화를 결산하는 기사에서 올해 가장 짭짤했던 영화 1위로 [영화는 영화다]가 뽑혔습니다. [영화는 영화다]는 순수 제작비 6억5천만원으로 132만명의 관객을 동원 매출액이 89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중 절반은 제작사에서 가져가니 이 영화를 제작한 영화사는 6억5천만원으로 무려 45억원을 번 셈입니다. 이는 올해 최고의 흥행 영화라고 하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추격자]등과 비교해서 엄청난 저비용 고수익을 창출한 것입니다.
제가 이 기사 때문에 갑자기 [영화는 영화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이 영화가 개봉하기 전부터 독특한 소재와 네티즌의 입소문으로 주목을 하고 있던터에 이 기사가 제 관심에 불을 지핀 것입니다.
암튼 이러한 이유로 역사적인 방통대 시험을 모두 마치고 수월한 기분으로 택한 첫번째 영화로 [영화는 영화다]가 선택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던 건달과 깡패같은 액션 배우의 만남
[영화는 영화다]는 엄밀하게 말하면 조폭영화입니다. 하지만 어이없는 조폭코미디는 아닙니다. 마치 [비열한 거리]를 연상하게 하는 조폭영화지만 진중하고 무게가 있는 영화입니다.
그러한 무게감은 군제대후 첫번째 영화로 이 영화를 선택한 소지섭의 카리스마에서 나옵니다. 소지섭은 희화된 조폭이 아닌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건달이 되어버린, 자신의 굴레에서 결코 빠져 나올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영화배우로써의 꿈에 잠시 취했던 비운의 조폭 중간보스 강패를 연기했습니다.
소지섭에 맞서는 것은 강지환입니다. 그는 상대배우와의 폭력 사건으로 2번이나 물의를 일으킨 후 상대배우를 찾기 위해 강패에게 배우의 길을 제안하는 액션 전문배우 수타를 연기했습니다.
소지섭과 강지환, 강패와 수타는 남성영화의 전형적인 틀을 완성하며 그들의 카리스마로 영화를 이끕니다.
결코 순탄하지 않은 그들의 거짓 인생
조폭이 배우가 되어야 하는 상황. 영화는 이러한 상황을 통해서 관객에게 웃음이라는 값싼 서비스를 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값싸고 안전한 서비스보다는 강패와 수타의 순탄하지 않은 인생을 그들이 찍고 있는 영화에 빗대는 능란한 솜씨를 보여줍니다.
강패는 폼나는 조폭의 중간보스입니다. 하지만 그의 보스는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고 강패는 자신의 부하들도 믿지 못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비록 수타에 대한 라이벌 의식으로 시작한 영화 촬영이지만 강패에게는 어쩌면 자신의 거짓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니었을까요? 결국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고 벌인 단 한번의 실수가 그를 파멸로 몰아세웁니다.
수타는 겉보기엔 멋진 스타 배우이지만 애인과 그 흔한 커피숍에서 커피한잔할 자유조차 없습니다. 언론은 그를 괴롭히고, 같이 촬영한 강패도 자꾸 그를 괴롭힙니다. 그는 피곤합니다.
강패와 수타는 결국 자신이 가장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합니다. 한명은 조폭, 한명은 배우이지만 그들은 이미 서로 닮아 있었던 것입니다.
마지막 장면의 강렬함
영화라는 공간에서 서로 부딪혔던 강패와 수타. 영화 촬영을 마친 강패는 자신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비열한 그 세계로... 마지막 수타의 아귀와도 같은 본 모습은 이 영화의 제목이 왜 '영화는 영화다'인지 알려줍니다. 강패에게 영화는 그저 꿈과도 같은 공간이었을뿐 결코 현실이 될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에게 영화는 영화일 뿐이었습니다.
두 남자의 대결에 이어 달콤한 해피엔딩을 기대했으나 이 영화는 그렇게 달콤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제가 이 영화의 제작이 바로 김기덕 감독이었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했나봅니다.
강패의 파멸은 그렇기에 강력했습니다. 영화를 통해 야수와도 같았던 그가 점차 변하고 있었기에 얼마간의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그의 인생을 바꾸기엔 너무 차가운 현실이 강력했던 것입니다. 어쩌면 그 마지막 장면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그 값어치를 한 셈입니다.
강패 : 소지섭의 카리스마는 군 제대후에도 계속된다.
수타 : 이제 영화게에 한 걸음을 내 딛은 강지환. 그가 기대된다.
강패와 수타의 대결 : 저예산 영화답지 않게 리얼했다.
남성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는 언제나 약하다. 이 영화도 그러하다.
이 영화의 감초같았던 봉감독. 카리스마 넘치는 이 영화에서 유일한 코믹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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