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왕가위
주연 : 노라 존스, 주드 로, 나탈리 포트만, 레이첼 와이즈
드디어 봤다.
만약 여러분 앞에 보고 싶은 영화들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다면 가장 먼저 어떤 영화를 보시겠습니까? 가장 보고 싶었던 영화? 아니면 가장 부담이 없어 보이는 영화? 혹은 가장 기대도가 낮은 영화? 저는 가장 부담없는 영화를 먼저보는 편입니다. 그리고 가장 보고 싶었던 영화는 최대한 아끼고 아꼈다가 나중에 봅니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가 바로 그러했습니다. 며칠전 갑자기 다운로드 강림신이 제게 오셨길래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그 동안 보고 싶었던 영화를 다량으로 다운받았습니다. 그 중 가장 보고 싶었던 영화는 단연코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였습니다. 하지만 다운로드 이후 제가 본 영화들은 대부분 부담없는 코미디 영화들이었죠.
그렇게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를 아끼고 아꼈다가 결국 구피가 웅이 놀러가는데 도시락 싸줘야한다며 오랜만에 부엌에서 솜씨 발휘하고 있는 틈을타서 혼자 분위기 잡으며 봤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아껴두었던 보물을 소중하게 꺼내보는 심정으로...
그녀, 사랑을 잃고 새로운 사랑을 찾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한결같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이 조용히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을 아름다운 영상과 감각적인 음악으로 흐느적거리며 잡아냅니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도 마찬가지입니다.
엘리자베스(노라 존스)는 애인과 헤어집니다. 처음엔 아파하며 이별을 이겨내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이미 이별은 돌이킬수 없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 준것은 작은 카페의 주인 제레미(주드 로). 그렇게 엘리자베스와 제레미는 아주 짧은 순간 사랑의 교감을 나누지만 엘리자베스는 이별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훌쩍 머나먼 곳으로 떠납니다.
이 영화는 엘리자베스가 사랑을 잃은 다른 사람들과 만나며 그들의 아픔을 공유하며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고 다시 제레미에게 돌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작은 마을의 결찰관 어니와 그와 이혼한 아내(레이첼 와이즈)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파멸의 길을 걷는 모습도 보고, 못말리는 어린 도박사 레슬리(나탈리 포트만)가 아버지의 사랑을 너무 늦게 깨닫는 과정을 지켜보며 엘리자베스는 잘못된 사랑에 미련을 가질 이유도, 새로운 사랑을 기피할 이유도 없음을 느낀 것입니다.
아름답다. 멋있다. 인상적이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사실 스토리가 별로 없는 영화입니다. 하긴 돌이켜보면 왕가위 감독의 영화가 대부분 스토리 보다는 이미지와 음악 그리고 고독한 캐릭터로 영화를 이끌어갑니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가 정확히 그러합니다. 그렇기에 그의 영화는 출연 배우들이 중요합니다.
장국영, 양조위 등 중국 배우들이 아닌 할리우드 배우들로 가득 채운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가위 감독의 의도와 잘 맞아 떨어집니다.
사실 주인공인 노라 존스가 조금 뒤떨어지지만(저는 그녀가 힐러리 스웽크인줄 알았습니다.) 양조위를 대체할만한 매력을 지닌 주드 로와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 레이첼 와이즈, 나탈리 포트만의 조연 연기도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를 중간부터 본 구피는 '재미없네'라고 투덜거렸지만 '그래도 화면은 진짜 멋있네'라며 이 영화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더군요.
물론 이 영화처럼 할리우드 배우들로 가득 채운 왕가위 감독의 영화도 좋지만 기왕이며 중국 배우들로 채운 그의 영화가 좋기에 다음 영화에선 다시 왕가위 감독과 양조위의 환상의 앙상블을 볼 수 있게되기를 희망합니다.
노라 존스... 힐러리 스웽크와 닮은 듯한... 알고보니 이 영화가 연기 데뷔작인 가수였더군.
주드 로... 할리우드의 양조위라고 해도 어울릴듯한...
레이첼 와이즈... 약간은 악녀 연기. 그녀에게 그런 면이 있을줄이야...
나탈리 포트만... 그녀만의 톡톡 튀는 매력. 포커 장면에선 나도 손에 땀을 쥐었다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멋있다. 아름답다.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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