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자크 헬름
주연 : 더스틴 호프만, 나탈리 포트만, 제이슨 베이트맨
믿어지는가? 내가 이 영화를 보다가 잤다는 것이...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은 2007년의 마지막주 개봉작중 [아메리칸 갱스터]와 함께 기대작이었습니다. 비록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을 놓치고 1년이 다 되도록 새까맣게 잊고 지냈지만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이 영화를 발견한 그 순간 전 나즈막히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마치 작년에 입었던 겨울 코트를 올해 처음으로 꺼냈는데 주머니에 예상하지 못한 돈이 들어있을 때의 그 기분처럼 말입니다.
다운로드를 마치고 구피와 함께 비디오에 앉아 영화를 볼 준비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하고 1시간이 흘렀을 때쯤 구피와 저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습니다. 구피는 그렇다고해도 영화를 보며 왠만하면 졸지 않는 저로써는 감기는 눈커플을 막는 것이 너무 어려워 결국 영화 후반부가 다 되었을때 영화 보기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요? 제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고, 제가 좋아하는 장르이며, 제가 좋아하는 예쁜 화면이 시종일관 펼쳐집니다. 하지만 졸립니다. 이 영화는...
그래, 환상적이긴 했다.
솔직히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은 환상적이었습니다. 114년동안 마법의 장난감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 마고리엄(더스틴 호프만)이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며, 어린 시절의 꿈과 자신없는 어린의 세계에서 방황하는 장난감 백화점의 매니져 몰리(나탈리 포트만)에게 장난감 백화점을 물려주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살아 움직이는 장난감들로 인하여 시종일관 화면을 환성적으로 꾸며 놓았습니다. 영화를 보며 정말 저런 장난감 백화점이 있으면 웅이가 얼마나 좋아할까 생각이 될 정도로... 영화 속 장난감 백화점은 멋진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마법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몰리와 어린아이들과는 달리 마법의 세계 속에 있으면서 그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회계사 헨리(제이슨 베이트맨)를 보며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저도 작은 회사에서 회계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밋밋한 이야기는 구제불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졸리운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바로 스토리의 밋밋함입니다.
이 영화엔 악당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뭐, 악당이 존재하지 않아도 재미있는 영화는 얼마든지 있으니 그것은 넘어가더라도 영화를 이끌어가는 이야기의 강약조절은 애초부터 없습니다. 어느 부분이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인지도 모르겠고, 그저 잔잔하게 몰리가 장난감 백화점을 물려받는 과정을 그려냅니다.
장난감 백화점을 빼앗으려는 음모도 없고, 마고리엄이 떠나자 불안해하는 장난감들의 반란은 단 몇분만에 끝납니다. 제가 졸리웠던 것은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아무리 환상적인 소재라도 그 소재를 이끌어가는 이야기가 밋밋하면 재미가 없을 수 밖에 없는 법이죠.
좋은 배우가 좋은 소재를 가지고도 재미난 이야기를 이끌어내지 못한 자크 헬름 감독의 역량이 아쉬울 뿐입니다.
너무 늙어버린 더스틴 호프만... 하긴 그도 이제 칠순을 넘기셨다.
너무 선머슴같은 나탈리 포트만... 예쁜 그녀도 머리를 짧게 깎으니 아름다움이 사라졌다.
은근히 잘 어울리는 헨리와 자크. 내가 회계 일을 해서인지 헨리한테 정이간다.
더스틴 호프만과 나탈리 포트만이 한자리에 있는 영화를 또 만날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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