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진가상
주연 : 조미, 주신, 진곤, 견자단, 손려
아짧평이나 쓰려고 했는데...
영화 보러 자주 가겠다는 계획과 함께 시작한 11월. 월요일부터 영화보러 극장갈 계획을 세웠지만 웅이가 조금만 더 놀아달라고 보채는 바람에 영화 상영 시간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할 수 없이 그냥 밀린 아짧평이나 쓰며 월요일 저녁을 보내려고 다짐했던 순간....
구피가 갑자기 '[화피] 안 봐?'라고 묻습니다. 전날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며 제가 '다음은 [화피] 볼꺼야.'라고 했던 말을 기억했나봅니다. 아짧평이 잔뜩 밀렸지만 글을 쓰기 위해 영화 보기를 포기한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 구피도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것 같기도하고 해서 그냥 아짧평쓰는 것을 다음날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백발마녀전]? [천녀유혼]?
[화피]는 중국의 요괴 영화입니다. 요괴와 인간의 사랑을 담고 있으며, 중국의 요괴설화를 바탕으로 명나라에 쓰여졌다는 '요재지이'를 원작으로 했다는 점에서 [천녀유혼]과 상당히 비슷하고, 극중 배용(조미)가 백발 마녀로 변하는 장면만 놓고 따진다면 [백발마녀전]이 떠오르기도 하는 영화입니다.
전 [천녀유혼]은 물론 [백발마녀전]도 상당히 재미있게 봤기에 [화피]가 이 두 영화와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이기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한다면 그러기엔 너무 잔잔한 영화였습니다.
요괴의 사랑이 아닌 인간의 사랑 이야기
일단 이 영화가 [천녀유혼]과 다른 것은 요괴와 사람의 사랑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 영화의 요괴인 소위(주신)는 왕생(진곤)의 사랑을 얻고자 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사랑을 몰랐던 그녀는 요괴의 술수를 통해 그 사랑을 획득하려 합니다. 하지만 소위가 그 어떤 계략을 세워도 왕생과 배용의 사랑을 갈라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이 영화의 주인공은 소위가 아닌 배용인 셈입니다. 소위가 주인공에서 밀려나자 이 영화는 나쁜 요괴와 착한 여자의 대결이 되어 버립니다. 뭐 물론 그것도 그리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요괴의 슬픈 사랑을 보고 싶었던 저로써는 아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무협 영화라고 하기엔 너무 잔잔하다.
그렇다고 [백발마녀전]과 닮은 것도 아닙니다. [백발마녀전]은 무협 영화입니다. [화피]에서도 방용(견자단)을 내세운 몇몇 액션씬이 있기는 하지만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구피가 '참 잔잔한 영화다.'라고 평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는 그만큼 잔잔합니다. 요괴와 검술의 달인, 그리고 퇴마사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들은 모두 왕생과 배용의 사랑을 위한 들러리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문득 [로미오와 줄리엣]이 생각난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그래도 반갑다.
비록 제가 기대했던 [천녀유혼], [백발마녀전] 류의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중국 냄새가 물씬 풍기는 요괴 영화라는 점에서 꽤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조미, 주신, 손려 트로이카의 연기 대결도 재미있었고,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견자단의 카리스마도 역시 멋있었습니다. 특히 주신의 경우는 뭐랄까 청초하면서도 악녀다운 면모를 지닌 특이한 얼굴을 지니고 있더군요. 물론 아무리 그래도 [천녀유혼]의 왕조현, [백발마녀전]의 임청하에 비한다면 아직은 멀었지만... ^^
청초함과 팜므파탈의 면모를 동시에 지닌 주신. 내겐 새로운 발견이다.
단아한 모습을 보여준 조미. [화피]보다는 [적벽대전]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선머슴같은 퇴마사를 연기한 손려. 주신과 조미에 비해선 좀 떨어지지만 그래도 관심을...
여전히 카리스마 넘치는 견자단. 아직 내겐 악역 이미지가 남아서 적응이 안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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