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정길영
주연 : 오만석, 이선균, 류덕환
구피가 싫어하는 영화는 이런 영화이다.
구피의 영화 취향은 간단명료합니다. 재미있고, 즐거운 영화... 바로 그겁니다. 그렇기에 구피는 슬픈 영화를 싫어하고, 보고나면 아련한 여운이 남는 영화들을 싫어합니다. 그리고 현실을 바탕으로둔 액션, 스릴러도 싫어합니다. 그 이유는 내게도 그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찝찝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죠.
제가 [바보]와 [우리동네]를 연달아 PMP로 볼 수 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슬픈 영화를 싫어하는 구피에게 [바보]는 일찌감치 봐서는 안될 영화 1순위가 되어 버렸으며, 평범한 동네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살인사건을 담은 [우리동네] 역시 구피가 외면하고 싶은 영화 1순위였습니다. 덕분에 저는 이 두 영화를 구피와 함께 영화를 보는 공간인 극장과 비디오가 아닌 나 홀로 출튀근 시간을 이용한 PMP 관람으로 만족해야만 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이런 영화이다.
구피와 저는 영화 취향이 많이 비슷한 편입니다. 하지만 구피와 확연하게 다른 것이 있으니 저는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고, 구피는 스릴러는 칙칙하다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귀신이 튀어나오는 공포 영화는 못보는 편이지만 살인마가 튀어나오는 스릴러 영화는 꽤 즐기는 편입니다.
[우리동네]는 스릴러 영화입니다. 어떤 동네에 연쇄 살인사건이 펼쳐지고 그 살인사건을 벌인 범인은 두 명입니다. 서로가 서로의 살인을 카피하는 모방 범죄를 저지르는 이 두 살인마를 잡기위해 젊은 형사가 뛰어 들지는 그 역시 이 끔찍한 살인에 깊숙히 관련되어 있습니다.
비록 제가 좋아하는 범인 알아맞추기식의 스릴러 영화는 아니었지만 시종일관 절 긴장시키며 사건의 실마리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이 영화가 맘에 들었습니다.
그들의 관계에 주목하라!
이 영화의 제목이 '우리동네'인 것은 꽤 의미심장한 것 같습니다. 우리에겐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듯이 동네 사람들은 그냥 남이 아닌 우리와 그 어떠한 인간관계를 맺은 각별한 관계입니다. 이 영화의 세 주인공들도 그렇습니다.
오랜 친구 사이인 경주(오만석)와 재신(이선균)은 물론이고, 이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는 제 3의 주인공 효이(류덕환)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의 주배경은 현재의 연쇄 살인사건이지만 그런 끔찍한 살인사건의 계기는 10년 전의 우발적인 사고였습니다.
현재의 가해자는 효이입니다. 경주는 우발적인 살인이후 효이의 살인을 모방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건을 끝내야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이는 형사인 재신입니다.
하지만 시간의 추를 10년전으로 옮기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모든 사건의 시작은 재신이었고, 그 가해자는 경주입니다. 효이는 단지 10년 전 경주의 범죄를 현재에 와서 모방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이러한 그들의 관계는 '우리동네'라는 한정된 공간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그렇기에 더욱 짜임새가 있어 보였습니다. 처음에 영화의 제목이 [우리동네]라고 했을 때 제목이 스릴러 영화와는 안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그런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들은 우리 영화계의 희망이다.
[우리동네]가 좋았던 또다른 점은 젊은 배우들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오만석, 이선균, 류덕환은 분명 신인 배우는 아니지만 아직은 스타급 배우라고는 할 수 없을 위치에 있는 배우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연기는 아미 정평이 나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만석의 그 공허한 눈빛, 이선균의 따뜻해 보이지만 모든 비밀을 감춘 듯한 불안한 손짓, 그리고 가장 좋았던 것은 천사와 악마의 모습을 함께 갖춘 류덕환의 이중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류덕환의 연기가 절정에 오르는데, 측은하면서도 섬찟한 그의 연기는 앞으로 그가, 그리고 그들이 우리 영화계를 이끌어갈 희망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군요. 암튼 오랜만에 좋은 우리 스릴러 한편을 감상하였습니다.
이 포스타가 맘에 든다. 각각의 포스터인것 같지만 서로 연결되는... 이 영화와 잘 맞아 떨어진다.
오만석, 이선균, 류덕환... 우리가 꼭 기억해야할 이름이다.
언젠가는 이들이 우리 영화계를 이끌어갈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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