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김정권
주연 : 차태현, 하지원
난 강풀의 만화 [바보]가 좋다.
2년 전쯤의 일입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당시엔 회사 생활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잠시도 쉴 틈이 없었고, 거지같은 회사 상사의 지랄까지 고스란히 받아야만 했었습니다. 당시 제게 큰 힘이 되어 준것은 회사 동료들과의 술과 영화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차태현과 하지원 주연으로 [바보]라는 영화가 만들어졌고, 그 영화가 강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호기심이 생겨 강풀의 [바보]를 읽었습니다.
회사에서 인터넷으로 만화를 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그 시절, 저는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아주 잠시만 어떤 내용인지 보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단숨에 1편부터 마지막까지 눈물을 흘리면서 전부 읽어버렸으며, 그날은 업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기대했던 영화는 끝내 개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쉽지는 않았습니다. 그 어떤 영화라도 원작 만화인 [바보]보다는 뛰어날 수 없음을 직감했기 때문입니다.
스타 캐스팅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뒤늦게 [바보]는 개봉을 했고, 뒤늦게 저는 [바보]를 극장도, 비디오도 아닌 PMP로 봤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기 전 우려했던 것을 고스란히 확인했습니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차태현의 바보 연기는 좋았습니다. 코믹 이미지가 다분한 그로써는 상당히 위험한 모험이었는데 자신의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고 혼심의 힘을 다해 연기를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차태현의 연기는 좋았지만 원작 만화의 이미지와 차태현의 이전 이미지가 겹쳐지며 제대로된 감동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차라리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급 배우를 캐스팅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원은 여전히 예뻤습니다. 그 어떤 영화에서보다... 하지만 예쁘기만 했습니다. 너무 예쁘기만해서 그녀의 연기가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하지원을 좋아하지만 [바보]는 하지원이 가장 예쁘게 나온 영화임과 동시에 하지원이 가장 연기를 못한 영화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원작에 충실한 것은 좋지만...
영화 [바보]는 원작에 매우 충실합니다. 영화의 배경에서부터 세세한 캐릭터까지. 마치 김정권 감독은 원작을 고스란히 영화에 최대한으로 옮기려고 노력한 것처럼 보입니다.
원작을 2년 전에 봐서 세세한 장면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문화재 관리국 할아버지를 제외하고는 원작의 모든 캐릭터와 에피소드들이 영화에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원작을 좋아하는 팬의 입장으로써는 영화가 원작에 충실한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너무 원작에 충실하다보니 마치 배우들이 원작 만화를 보며 어색하게 연기를 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생략할 것은 생략하고, 좀 더 설명해야 할것은 설명을 하는 것이 원작을 가진 영화의 기본적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원작과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이 고스란히 옮겨 놓는다면 만화와 영화의 간극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여전히 지인이 동사무소에서 사망자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원작에서 느꼈던 그 뜨거운 감동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김정권 감독은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새로운 창조를 했어야만 했습니다.
차태현은 정말 바보 같았다. 하지만 그의 고정된 이미지를 벗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원은 정말 예뻤다. 하지만 연기는 정말 못했다.
차태현과 하지원 커플, 의외로 잘 어울리긴 했다. 다음번엔 둘이 로맨틱 코미디를...
원작의 승룡과 지호
강풀의 만화는 잘 그린 그림은 아니지만 인간에 대한 따뜻함이 있어서 좋다.
원작을 읽으며 나도 토스트가 먹고 싶었다. 토스트를 그렇게 싫어했으면서...
IP Address : 211.227.13.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