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07년 아짧평

만남의 광장 (2006)

쭈니-1 2009. 12. 10. 23:12

 

 



감독 : 김종진
주연 : 임창정, 박진희

PMP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참 GR같은 일이다.

요즘 제가 영화를 보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극장에서 보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다운로드를 받아서 보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비디오 대여점을 자주 이용했었지만 요즘은 거의 이용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비디오 대여점엔 제가 보고 싶은 영화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다운로드를 받아서 영화를 보는 횟수가 늘다보니 단지 컴퓨터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는 컴퓨터에서 영화 파일을 PMP로 옮기고 PMP로 영화볼때 TV에 연결시켜 TV화면으로 봅니다. 그렇게해서 보면 비디오로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냅니다.
하지만 이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PMP내에서도 동영상 파일이 자꾸 에러를 내고, TV와 연결시킬 경우엔 영화가 자꾸 끊겨버립니다. 인터넷을 뒤져서 '바닥'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동영상을 변환해봤지만 영화 화질이 너무 떨어지고(전 영화볼때 화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PMP디빅해결사'라는 프로그램을 요즘 이용하고 있는데 가끔 에러가 나서 영화볼때마다 조마조마합니다.
[만남의 광장]볼때도 그랬습니다. 얼마나 에러가 나던지... 왠만하면 영화 보기를 포기했어야하지만 똥고집을 부리며 이짓 저짓하며 가까스로 영화 보기에 성공했습니다. 저녁 11시에 보기 시작한 영화가 끝나고나니 새벽 3시... 제가 얼마나 똥고집을 부리며 영화를 보겠다고 아둥바둥거렸는지 대충 이해가 되시죠? ^^;

이 영화도 참 GR같이 만들어다.

사실 제가 이렇게 똥고집을 부리며 [만남의 광장]을 본 이유는 영화가 재미있어서가 아닙니다. 너무 영화가 재미없었기 때문입니다. [만남의 광장]이 너무 재미없어서 이 영화에 대한 욕을 한바탕 해줘야 속이 후련할것 같아서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영화를 전부 보지 않고서는 영화에 대한 욕을 할 수 없기에 저렇게 4시간동안 끙끙거리며 영화를 전부 본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만남의 광장]은 후반에 가서 그나마 조금 재미있어져서 제 마음이 풀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많이 아쉬운 영화였음에는 분명합니다.
제가 [만남의 광장]을 재미없게 본 이유는 먼저 임창정이 연기한 공영탄이라는 캐릭터의 한심함 때문입니다. 저는 영화를 볼때 주인공과 감정이입을 하며 영화를 감상하는 스타일이라 이렇게 주인공이 짜증나는 스타일이면 영화를 보는 저 역시도 짜증이 납니다.
공영탄이라는 캐릭터는 바보같고, 눈치도 없고, 고집만 셉니다. 아무리 순수하다고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안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얼마나 공영탄이라는 캐릭터가 짜증이 나던지... 정말 확 때려주고 싶더군요. 이 영화에 대한 GR같은 설정은 여기에서 머물지 않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웃어야하는가?

이 영화의 GR같음은 공영탄이라는 캐릭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코미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어디에서 웃어야할지 알수 없는 3차원적인 김종진 감독의 코믹 감각도 정말 GR같습니다.
선생이 되는 것이 평생의 꿈인 시골 촌뜨기 공영탄은 시골 부모님의 돈을 모두 가지고 서울로 올라오지만 돈은 날치기 당하고 오히려 경찰서에서 난동을 피웠다는 이유로 그 악명높은 삼청교육대(사실은 그가 스스로 간 것이지만...)로 갑니다. 삼청교육대에서 우연히 시골의 외딴 마을에 선생으로 둔갑한 공영탄... 영화는 계속 멍청한 공영탄과 그의 우연에 의한 선생 행각에 초점을 맞춥니다.
하지만 저는 영화를 보며 공영탄의 멍청함에 웃음을 터트릴수도 없었고, 우연에 의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의 연속을 보면서도 웃음을 터트릴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그 멍청한 인간이 한 마을의 선생이 된 사건을 보고 내가 왜 웃어야 하는 거죠?
세상에서 가장 짜증이 나는 것은 웃기지 않은 코미디 영화를 볼때입니다. [만남의 광장]을 볼때 제가 그랬으며, 영화가 자꾸 에러가 나서 더더욱 짜증이 났습니다.

그나마 최악의 욕은 하지 않는 이유

그래도 앞에서 언급했듯이 영화의 후반부는 조금 재미있었습니다. 이념이라는 허상에 묶여 생이별을 해야했던 마을 사람들의 사연이 분단의 현실을 안고 가는 제게도 제법 아픔을 안겨줬으며, 류승범의 원맨쇼는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웃겼습니다.
요즘 [궁녀]라는 영화를 통해(전 상당히 재미없었지만...)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박진희는 터프한 북한녀를 연기했는데 제법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진희라는 배우를 좋아하는 제겐 이 영화는 그녀가 맡지 말았어야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호수가 목욕씬 등 박진희의 섹시함을 강조한 이 영화에서 박진희는 사실 별로 하는 것이 없습니다. 게다가 올 코미디 영화 사상 최악의 캐릭터인 공영탄과의 사랑이라니... 박진희가 안쓰러워 보일 정도였습니다.
암튼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은 것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다시는 이 좋은 소재로 어이없는 코미디말고 차라리 진지한 드라마를 만들었으면 더욱 좋았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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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턴트맨
아니 짧은 영화평이라길래 맘편히 읽으려고했는데 이건뭐..
영화이야기와 다를바없는 일인데요!!ㅋㅋ 그래도 잘 읽었습니다~저도 주인공 성격이 짜증나면 영화를 제대로 볼 수없는 스타일...이 영화는 혹여나 DVD로 빌려볼 실수는 하지 않겠네요ㅋ 임창정 연기 좋아하는데 아쉬워요~
 2007/11/05   
쭈니 그러게요.
사실 '아짧평'은 정말 짧게 쓸려고 했는데 자꾸만 길어지네요.
그래도 '영화이야기'가 2시간에 걸쳐 쓰는 대신 '아짧평'은 30분이면 쓸 수 있으니 최소한 제겐 정말 짧은평입니다. ^^;
 2007/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