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고이즈미 노리히로
주연 : 유이, 츠카모토 다카시
이번엔 잘 골랐다.
일본영화 특집의 첫 영화로 [전국자위대 1549]를 골랐다가 낭패를 본 저는 역시 일본영화는 청춘멜로영화라는 생각에 이번엔 신중히 고르고 골라 [태양의 노래]를 선택했습니다.
태양 빛을 볼 수 없는 XP(색소성 건피증)라는 병을 소재로한 이 영화는 불치의 병에 걸린 소녀가 있고, 그녀를 사랑하는 소년이 있으며 그들이 아름다운 사랑을 하다가 결국 소녀의 죽음으로 막을 내리는 최루성 멜로의 전형적인 스토리 전개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이 영화가 '너무 전형적이야'라고 투덜거리기엔 매력적인 부분이 꽤 많았습니다. 젊음이 있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 있고, 그리고 여기에 아름다운 음악이 있으니, 이 정도면 이번엔 아주 잘 선택한 셈이죠.
밤에만 나갈 수 있는 소녀의 사랑
이 영화의 주인공인 카오루(유이)는 XP병에 걸려 낮에는 밖에 나갈 수 없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기타와 노래, 그리고 해진 저녁부터 새벽녁까지 이어지는 텅빈 공원에서의 스트리트 라이브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또다른 즐거움이 생겼습니다. 언제나 해맑고 에너지 넘치는 코지(츠카모토 다카시)를 창밖으로 바라보는 것.
[태양의 노래]는 카오루와 코지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태양이 작렬하는 바닷가에서 서핑을 즐기는 것이 취미인 코지와 태양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카오루의 사랑은 예정된 비극 속으로 관객을 아주 조금씩 인도합니다.
코지는 카오루에게 '괜찮아. 밤에만 만나면 되지'라고 말하지만 카오루의 병은 점점 깊어만지고 결국 근육 마비 상태에 이릅니다. 하지만 카오루는 말합니다. 끝까지 살아갈 거라고. 사랑하는 코지가 있는한 목숨이 붙어있을때까지 어떻게든 살아갈 것이라고. 사랑은 그녀의 유일한 삶의 희망이 됩니다.
태양을 사랑한 소년의 사랑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그렇다고 딱히 무엇이 되고 싶은지도 모르는 평범한 소년 코지. 지금은 그저 서핑이 좋아서 서핑을 매달리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뭘 해야할지 그저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런 그 앞에 한 소녀가 나타납니다. 다짜고짜 자신의 이름과 좋아하는 것, 그리고 남자친구가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던 미지의 소녀 카오루. 이후 코지는 카오루와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고 그녀의 아름다운 노래를 들은 후 그만 그녀에게 빠져버리고 맙니다.
카오루와 사귀게된 코지. 그는 카오루에게 일출의 아름다움과 자신의 서핑 실력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하지만 왠일인지 그녀, 갑자기 집으로 도망칩니다.
그녀의 병을 알게된 코지가 카오루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카오루가 사랑하는 음악을 CD로 담는 것. 그렇게 코지는 한 순간의 아름다운 청춘을 남기고 홀연히 떠나가는 카오루의 흔적을 노래 속에 담아 영원히 간직하게 됩니다.
청춘, 이룰 수 없는 사랑, 죽음, 그리고 노래
[태양의 노래]엔 이 모든 것이 있습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청춘과, 이룰 수 없기에 더욱 가슴아픈 사랑, 그리고 안타까운 죽음과 심금을 울리는 노래까지.
영화를 보고있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 잊어버렸던 젊음의 풋풋함이 샘솟는 것을 느끼게 되고 카오루의 음악에서 몸으로 박자를 맞추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처음엔 쇼파에 편안하게 누워 영화를 감상했으나 어느사이 똑바른 자세로 앉아 카오루의 마지막 모습에 안타까워하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이 영화가 흡입력이 강하다는 것이겠죠. 아마도 한동안 일본의 청춘멜로영화를 사랑하게 될것만 같은 예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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