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임상수
주연 : 지진희, 염정아
볼 생각이 없었다.
[그때 그 사람들]을 통해 박정희 정권의 최후를 독특한 블랙 코미디로 그려냈던 임상수 감독이 이번엔 군부 독재 정권의 절정기인 전두환 정권 시절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아 내겠다며 [오래된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블랙 코미디와 애절한 멜로. 이 두 영화는 서로 표현하고자하는 시대가 연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 다른 장르를 선택함으로써 매번 논란적인 영화를 만들어내는 임상수 감독의 또다른 도전으로 받아들여 졌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전 이 영화를 애초부터 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 새천년이 밝아온지도 벌써 7년이 흘렀건만 갑자기 80년대 관심을 표명한 임상수 감독에게 공감할 수 없었고, 게다가 멜로라니... 차라리 [그때 그 사람들]처럼 독특함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낡아빠진 장르인 멜로를 선택한 이상 [오래된 정원]은 제겐 결코 땡기는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볼 영화도 없었다.
PMP를 사면 다른 사람들처럼 출퇴근 길에 영화도 보고 드라마도 볼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아침 출근 버스에선 모자른 잠을 청하다보니 PMP로 고작 MP3를 듣는 것이 고작이며, 퇴근 길엔 방통대 과제물 시험을 위해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책을 읽기에 바빴습니다. 가끔 버스를 타서 PMP로 뭘좀 볼까 싶으면 머리가 아파 그냥 멍하니 창밖만 보게 되더군요.
이런 상황에서 전혀 볼 생각이 없었던 [오래된 정원]을 PMP에 담았습니다. 이유는 볼 생각이 없으니 그냥 오다가다 심심할때 볼 생각으로..(보고 싶은 영화는 집중을 하며 봐야하기 때문에 그럴수가 없었죠.)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기 시작하니 멈출수가 없더군요. 제 예상대로 시대착오적인 80년대풍 멜로 영화이기는 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매력적으로 변해가는 염정아와 냉소적인 지진희의 쓴웃음을 보다보니 '그래도 꽤 매력적인 영화야'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랑이 사치였던 시절
80년대. 전 초등학생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데모가 어쩌구 독재가 어쩌구 하는 말에 전혀 관심조차 없었죠.
[오래된 정원]은 제가 살던 시기의 일이지만 제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던 사건들을 가지고 아주 개인사적인 러브 스토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솔직히 잡힐줄 알면서도 '나혼자 행복한건 쪽팔리잖아'라며 서울로 가는 오현우(지진희)라는 캐릭터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아주 짧은 순간의 사랑으로 한평생을 한 남자만 기다리다 세상을 떠나는 한윤희(염정아)라는 캐릭터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임상수 감독 역시 젊은 세대들에게 이해가 되지 않는 이 낡아빠진 커플을 통해 억지 울음을 터트리라고 관객들엑 강요하지 않으며 그저 덤덤하게 영화를 이끌어 나가기만 했습니다.
그 덕분에 전 '이해가 안되'라는 불평보다는 '저땐 저랬을수도 있구나'라는 심정으로 영화를 볼수 있었던 거죠.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오래된 정원]이 제겐 생각보다 재미있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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