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07년 아짧평

더 퀸 The Queen (2006)

쭈니-1 2009. 12. 10. 22:47

 

 



감독 : 스티븐 프리어스
주연 : 헬렌 미렌, 마이클 쉰

난 이런 영화가 좋다.

올해 아카데미의 여우주연상은 누구나 예상했던대로 [더 퀸]의 헬렌 미렌이 차지했습니다.
다른 부문은 경쟁이 치열했고, 수많은 예측과 반전의 결과를 낳았지만 여우주연상만은 만장일치 헬렌 미렌의 차지가 되어 버린 셈이죠.
하지만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미국에선 꽤 흥행에도 성공한걸로 알고 있는데 국내 극장가에선 거의 외면 수준이었죠.
하긴 포레스트 휘태커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라스트 킹]은 언제 극장에서 개봉했는지 알수 없을 정도로 조용히 사라져 버렸으니 [더 퀸]의 사정은 조금 나은 편이긴 합니다.
암튼 [더 퀸]을 극장에서 놓친 저는 부랴부랴 다운로드를 받았고 그렇게 어렵게 본 영화에 대한 첫 소감은 '정말 멋지다'였습니다.

기품있는 연기란 바로 이런 것이다.

제가 [더 퀸]에 홀딱 반한 것은 역시 헬렌 미렌의 연기 덕분입니다. 그녀의 그 기품있는 연기는 영국의 여왕이 바로 내 앞에 서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전 카리스마 넘치는 영화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카리스마는 가끔 강렬한 영상미에서 나오기도 하고, 스토리 라인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카리스마는 바로 배우의 연기에서 품어져 나올때 더 빛을 발합니다.
[더 퀸]이 그러합니다. 헬렌 미렌은 결코 격정적인 연기를 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녀는 표정의 변화도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미묘한 움직임, 그리고 조용한 목소리에서 영국 왕실의 전통을 지키려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노력이 느껴졌습니다.
이 잔잔한 영화에서 배우의 카리스마를 느끼게 될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역시 아카데미는 물론 미국의 여우주연상을 휩쓴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었더군요.

그녀는 전통을 지키려했지만 국민들은 변화를 원했다.

[더 퀸]의 스토리 라인은 아주 간단합니다. 1997년 8월 다이애니 왕세자비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을 거두고, 국민들은 그녀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2세를 위시한 영국의 왕실은 그녀가 이미 왕실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식 입장을 표명하는 것을 거부하고 이에 영국 국민들의 분노는 점점 커집니다.
새로 취임한 블레어 총리(마이클 쉰)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설득하려 하지만 영국 왕실의 전통을 지키려는 여왕의 고집을 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영화는 바로 전통을 지키려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여론을 따르려는 블레어 총리의 기싸움을 그리고 있습니다. 결코 꺾일것 같지않던 엘리자베스 2세의 고집은 국민의 여론앞에 결국 무릎을 꿇습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겨우 다이애니비 왕세자의 죽음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뭐가 중요하다고 그러냐는 생각을 할법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닌가 봅니다. 영국 왕실 입장에선 전통을 지키는 것이고, 국민 입장에선 자신의 뜻을 왕실에 관철시키는 것이니...
영화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고집을 꺾고 공식 입장을 표명하고 국민들의 분노가 순식간에 사그들며 끝을 맺습니다.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 왕실조차 국민의 요구앞에선 변화를 선택할 수 없었던 겁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2시간동안 치열했던 팽팽한 기싸움의 현장 한가운데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역시 난 이런 영화가 좋습니다. ^^

IP Address : 211.187.1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