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김창래
주연 : 고소영, 조안, 유건, 이범수
추운 봄 주말, 집안에 갇히다.
보고 싶은 영화가 많았지만 일주일내내 감기몸살로 고생한 덕분에 이번 주말은 꼼짝 못하고 집안에 갇혀 버렸습니다.
경칩이 휠씬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날씨는 계속 추웠으며, 엎친데 겹친 격으로 웅이마저 감기로 고생하고 있고, 감기 부자의 병치레를 하느라 구피마저 녹초가 되어 있으니 영화보러 극장가자고 하다가는 맞아 죽을 판입니다.
결국 하루종일 집에서 볼 영화들을 열심히 다운 받았습니다. 한동안 다운로드의 길을 포기했었는데 막상 다시 시작하고나니 다운로드 받고 싶은 영화가 한두편이 아니더군요.
이 영화는 PMP로 보고, 저 영화는 할일 없을때 DVD플레이어로 보고, 이런 저런 영화들을 다운로드 받다가 [언니가 간다]는 오늘 심심할때 보고... 라는 명목으로 결국 다운로드를 받았습니다.
5분만 걸어 비디오 대여점에 가면 1천5백원에 빌릴수 있는 영화였지만 그 5분 걷는 것이 귀찮아(1천5백원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그렇게 다운로드로 오늘 볼 영화를 선택하고 말았습니다.
딱 비디오용...
사실 영화를 보다보면 이 영화는 비디오용으로 만든 영화가 아닌가하는 의심을 하게 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특히 그런 의심은 우리 코미디 영화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언니가 간다]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영화는 극장에 상영하는 것을 목표로 만듭니다. 누가 '이건 극장에서 흥행에 실패하고 나중에 비디오로 출시되면 돈벌 영화'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만들겠습니까마는, [언니가 간다]는 분명 혼자 비디오를 보며 키득키득거리는 것이 극장에서 많은 사람들 틈속에서 보는 것보다 휠씬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어색했고, 극의 짜임새로 부족했으며, 영화적 재미도 특별히 내세울만한 것이 없는 이 영화는 만약 많은 사람들 틈에서 영화를 본다면 왠지 민망한 기분이 들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혼자 보면 그냥 편한 자세로 남의 눈치보지 않고 유치하면 유치한대로 마음껏 비웃으며 약간 재미가 떨어지면 잠시 다른 짓을 할 수도 있고, 더욱 편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거죠.
당신은 바꾸고 싶은 과거가 있는가?
[언니가 간다]는 상당히 영화적 재미는 떨어지는 영화이지만 누구에게나 바꾸고 싶은 과거가 있기에 영화의 아이디어는 분명 꽤 신선했습니다.
제게도 바꾸고 싶은 과거가 있습니다.
그때 그런 선택을 했더라면, 그때 그러지 않았더라면, 이런 부질없는 후회들은 제게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듭니다. 만약 그때 내가 그랬다면 난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이 영화의 정주(고소영)도 그런 후회로 평생을 살아가던 서른살 노처녀입니다. 그런 그녀가 12년전 과거로 가서 자신의 과거를 바꿀 기회를 얻습니다. 과연 그녀는 과거를 바꾸고 현실을 좀더 멋지게 바로 잡을 수 있을까요?
이 영화는 꽤 현실적인 라스트를 제안합니다. 그리고 그런 이 영화의 라스트 장면은 제 상상력의 마지막과 맞닿아 있습니다.
저 역시 과거를 바꾸고 싶지만 그렇게 되었다면 지금의 구피와 웅이를 만날 수 없기에 제 과거를 완전 180도로 바꾸는 것은 아무래도 망설여 집니다.
결국 그런 후회스러운 과거가 있기에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행복도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면 결국 이 영화속 정주처럼 과거를 바꾸는 것보다는 과거를 후회하지 않고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겠죠?
[언니가 간다]는 영화는 재미없었지만 마지막 라스트의 선택은 꽤 현명했던 영화였습니다.
IP Address : 211.211.2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