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07년 아짧평

가을로 (2006)

쭈니-1 2009. 12. 10. 22:30

 

 



감독 : 김대승
주연 : 유지태, 김지수, 엄지원

내 일터는 교대역에 있다.

몇달전 저희 회사가 강남구청역에서 교대역쪽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어차피 강남구청역이나, 교대역이나, 저희 집에서 먼것은 마찬가지이니 저로써는 별 감흥이 없었지만...
그런데 이사 며칠후 회사 건너편의 아크로비스타라는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가 예전의 삼풍 백화점 자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십여년전 TV에서 삼풍 백화점이 무너지는 모습을 TV로 통해 보며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저로써는 한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삼풍 백화점이라는 이름이 이렇게 거대한 고급 아파트가 되어 제 앞에 서있다는 사실이 약간은 끔찍했습니다.
그리고 여기 그 날의 악몽은 멜로 영화속에 그려낸 영화가 있습니다. 김대승 감독의 [가을로]입니다. [번지점프를 하다], [혈의 누]의 김대승 감독이라는 이름보다는 삼풍 백화점이라는 서서히 잊혀지고 있던 악몽의 이름을 다시금 일깨워준 영화였기에 전 너무나도 보고 싶었습니다.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

1995년 현우(유지태)와 민주(김지수)는 이제 막 결혼을 앞둔 연인 사이입니다. 그들은 너무나도 사랑했기에 행복한 자신들의 앞날을 너무나도 부푼 가슴으로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현우를 기다리기 위해 백화점에 간 민주는 그만 백화점의 붕괴와 함께 영영 현우의 곁을 떠나고 맙니다. 이 엄청난 참사로 소중하게 키워왔던 사랑과 행복을 모두 잃어버린 현우. 그는 울부짖습니다.
영화는 10년후로 훌쩍 뛰어넘습니다. 민주를 잃은 후 냉소적인 검사가 된 현우는 어느날 민주의 아버지편으로 민주의 다이어리를 받게 됩니다. 그곳엔 현우와 함께 가고 싶었던 여행지를 꼼꼼하게 적어놓은 민주의 아름다운 필체가 빛나고 있었습니다.
[가을로]는 어처구니없는 참사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방황했던 한 남자가 그녀가 살아있다면 10년전 떠났을 신혼 여행지를 혼자 떠나며 벌어지는 상처에 대한 치유를 이야기합니다.
그날 그곳에서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도 슬프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며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 역시 슬픕니다. [가을로]는 바로 살아남은 자의 아픔과 치유를 그려냅니다.

예쁜 지수씨, 아름다운 관광 명소.

솔직히 [가을로]는 삼풍 백화점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멜로 영화이니 만큼 관객의 감정의 폭을 최고치로 잡아 끌어 눈물을 왈칵 쏟아내게 만드는 멜로 영화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가을로]는 그런 눈물보다는 잔잔한 감동을 원했나봅니다. 삼풍 백화점사건을 좀 더 길게 영화속에서 보여줬더라면 더 많은 눈물을 관객에게 흘리게끔 만들 수도 있었을텐데, [가을로]는 눈물보다는 상처의 치유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나봅니다.
그러다보니 이 영화가 중점을 둔 것은 현우가 민주의 다이어리에 적힌 길을 따라 떠나는 아름다운 여행의 행적입니다. 민주의 죽음으로 마음이 닫혀버린 현우가 아름다운 풍경과 그 곳에서 만나는 세진(엄지원)과의 인연으로 다시 사랑의 감정을 되찾는 과정을 그리는 겁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여전히 예쁜 김지수와 그녀의 차분한 나래이션, 그리고 화면 가득 그려지는 가을이 묻어나는 풍경들이 관객을 편안하게 만듭니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힘일지도 모릅니다.

IP Address : 211.211.31.237 
규허니
유지태가 이번에도 검사역을 맡았나보네요..
전 유지태를 무척이나 싫어합니다.
저희 회사 사장님하구 굉장히 비슷하게 생겨서요.
유지태 보고있으면 울컥 한다는..ㅋㅋㅋ
 2007/01/08   
쭈니 그렇다면 미워하고도 남죠. ^^  2007/01/08   
투야
갠적으로 이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을 다 좋아하는지라
특히 김지수씨의 연기가 보고 싶어 냉큼 극장으로 갔었습니다.
사실.. 저도 어릴적 티비로 보던 삼풍백화점이
꽤나 큰 충격이었던지라..
그당시 티비에서 보여주던 유가족들 모습에
나도 모르게 훌쩍거리기도 했구요
사실..영화보기전에 엄청 울줄알았어요.
소재가 그러했으니까요..
그런데 쭈니님 말처럼 정말.. 눈물보다는.. 사랑을 잃어버림보단
상처를 치유하는데 중점을 둔듯했어요.
대단한 클라이막스는 없었지만..
잔잔하면서도.. 가끔씩은 몰아치는 파도같은 느낌의
영화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보는내내 아름다운 경치들이 쏟아져서는..
나도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답니다.
흥행엔 실패했지만,, 그래서 김지수씨에게
흥행저조 멜로여배우란 꼬리표를 달아주기도 했지만
전 보는내내 김지수씨의 차분한 연기와 음성..
한번더 김지수씨에게 반했답니다.
사랑할때 이야기하는것들(?) 극장에서 놓쳐서
디브디 나오길 기다리고 있답니다..^^
 2007/01/12   
쭈니 전 이 영화 비디오로 봤는데... TV화면으로는 아름다운 경치들이 잘 표현되지 않아 아쉬웠답니다. 역시 영화는 극장에서...  2007/01/12   
리듬이
극장에서 봤는데 우리나라에 이렇게 멋진곳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만 눈물을 흘리게 하는 장면이 두군데정도바께 없어서 조금 아쉽네요.쭈니님 말대로 치유에 좀더 비중을 둔 것 같습니다.  2007/01/15   
쭈니 전 너무 여행을 안가다는 생각이 이 영화를 보며 문득 들더군요.
삶의 스트레스를 영화뿐만 아니라 여행으로 푸는 것도 괜찮을텐데... ^^
 2007/01/15   
보영성은
정말 저렇게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싶단 생각이...  2007/01/25   
쭈니 아름답긴 하지만 너무 아프지 않을까요?
죽으면 사랑도 전부 필요없는 법이거든요. ^^;
 2007/01/25   
하늘이
보면서 김지수씨 다운영화다....그랬어여
차분하면서도 감동있게...
아주 잘봤어
 2007/04/18   
쭈니 그러게요.
그러고보면 김지수는 이런 차분한 영화만 찍더라고요.
그래서 흥행작은 없어도 왠지 배우로써의 이미지는 좋은 것 같아요.
 2007/05/08   

'아주짧은영화평 > 2007년 아짧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가 그녀와 잤을까? (2006)  (0) 2009.12.10
콜드 마운틴 Cold mountain (2003)  (0) 2009.12.10
잔혹한 출근 (2006)  (0) 2009.12.10
세기말 (1999)  (0) 2009.12.10
짝패 (2006)  (0) 2009.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