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07년 아짧평

세기말 (1999)

쭈니-1 2009. 12. 10. 22:28

 

 



감독 : 송능한
주연 : 김갑수, 이재은, 이호재, 차승원

우리 동네 비디오 대여점은 빨리 문닫는다.

며칠전 밤 12시쯤 구피가 갑자기 비디오 빌려보자고해서 비디오 대여점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불꺼진 비디오 대여점 앞에서 망연자실하며 되돌아왔었죠. 12시도 안된 시간인데... 동네 유일한 비디오 대여점이 이렇게 빨리 문을 닫아버리니 영화가 보고 싶어도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더군요.
어제도 그랬습니다. 12시쯤되어서 갑자기 구피가 비디오 빌려오자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한번 우리 동네 비디오 대여점이 빨리 문을 닫는다는 것을 알고 있던 저는 TV채널을 열심히 돌려 볼만한 영화하는 케이블 채널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곤... '이 영화 재미있으니 그냥 비디오 빌려오지말고 이거 보자'라고 구피를 달랬죠.

이 영화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1

이렇게 비디오를 빌리지 못해 뀡대신 닭으로 선택한 영화가 바로 [세기말]입니다. 저는 꽤 오래전에 본 영화였지만 다행히도 구피는 아직 보지 못했다길래 구피도 군말않고 이 영화에 흥미를 갖더군요.
일단 [세기말]에 대한 제 기억은 영화에 대해서가 아니라 이 영화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들입니다.
[세기말]의 감독은 송능한 감독입니다. 그의 데뷔작은 [넘버 3]였죠. [넘버 3]의 성공으로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 기회를 잡은 송능한 감독은 곧바로 세기말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그린 [세기말] 연출에 들어갔습니다.
그는 이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세기말]이 흥행에 실패하면 더이상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라는 폭탄 선언을 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공교롭게도 [세기말]은 흥행에 실패해버렸고 송능한 감독은 자신의 약속을 지키며 해외로 이민을 가버렸습니다. 과연 그는 단순히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 이민을 간것일까요? 아니면 [세기말]같은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는 한국에는 더이상의 휘망이 없다는 생각에서 한국을 등진 것일까요? 전 그것이 아직도 궁굼합니다.

이 영화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2

두번째 비하인드 스토리는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이재은에 대해서입니다. 아역 탤런트의 이미지때문에 연기 활동 폭을 넓힐 수 없자 과감히 [노랑머리]라는 파격적 에로 영화를 찍었던 당찬 배우 이재은. [노랑머리]의 대성공이후 그녀는 더이상 영화에서 노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하지만 [노랑머리]의 차기작으로 선택한 영화인 [세기말]에서 이재은이 맡은 캐릭터는 집안 사정으로 원조교제를 하는 여대생입니다.  이러한 캐릭터 때문에 그녀는 [세기말]에서도 파격적인 노출을 선보입니다. 특히 자신의 아버지뻘되는 배우인 이호재와 펼치는 원조교제씬은 지금봐도 참 야하다는 생각이 들정도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한 약속을 어긴 이재은은 어느 인터뷰에서 너무나도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이런 시나리오를 거절한다면 그건 바보 아닌가요?'
이런 이재은의 당당함이 있었기에 그녀는 아역 탤런트에서 성인 배우로 성공적으로 변신에 성공했으며, 지금도 의욕적인 연기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암튼 저는 이런 당당한 그녀가 좋습니다.

세기말의 이땅엔 희망이 없었다?

[세기말]은 1999년의 한국의 풍경을 비관적으로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 두섭(김갑수)은 자신이 하고 싶은 시나리오는 쓰지 못하고 영화사에서 원하는 닭살돋는 멜로 시나리오를 쓰느라 진땀을 뺍니다. 영화 비평가들은 영화에 별점주며 점수매기는 창피한 짓거리를 하며 잘난척합니다.
여관방에서 어렵게 쓴 시나리오가 컴퓨터 바이러스로 모두 날라가버리고 자신이 탈뻔한 택시가 대행 교통사고가나자 그는 결심합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하고 싶은 것을 하자고...
돈많은 중년 사내 천(이호재)은 오늘도 대학생인 소령(이재은)과의 원조교제를 합니다. 아버지의 병원값과 무능한 오빠, 철없는 동생의 용돈을 벌기위해 끔찍한 원조교제를 참아야만 하는 소령. 하지만 그녀는 무참한 살인사건에 휘말리고, 그 사건의 피해자는 바로 천의 외아들. 아들의 시신앞에서 울부짖던 천은 령에게 말합니다. '내 아들을 낳아죠. 그럼 뭐든지 해줄께'
대학 시간강사 상우(차승원)는 이번에 정교수에 오를 기회를 잡습니다. 하지만 찬조금을 원하는 선배 교수로 인해 실의에 빠지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아내에겐 간통 사건으로 고소를 당합니다. 직업도, 가정도 모두 잃은 상우는 담담하게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입니다.

새천년, 그래도 희망은 남아 있다?

[세기말]은 정말 비관적인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영화 시나리오 작가, 갑부, 대학생, 대학교수 등을 통해 이 땅에 자리잡고 있는 온갖 추한 것들을 끄집어낸 송능한 감독은 세기말이라고 영화의 제목을 붙였지만 영화 속 상우의 대사처럼 '이 땅은 언제나 세기말이었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희망이 없다고...
하지만 모라토리움(지체), 무도덕, 모랄 헤저드(도덕적 해이)라고 지어진 이 영화의 각 챕터들이 지나고 새천년을 의미하는 Y2K에 이르면 약간의 희망을 내비칩니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시나리오를 썼지만 영화화에 실패한 두섭은 만화가게를 하면서도 새로운 시나리오에 돌입하며 희망을 버리지 않고, 창은 좀더 하드코어한 섹스에 빠져 쾌락을 즐기고 있으며, 소령은 유학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꿈꾸기 시작했고, 상우는 잡지사에 글을 기고하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그것이 정말 희망인지는 아직 의문입니다. 여전히 두섭의 새로운 시나리오는 영화화되지 못하고 있으며(그는 결국 만화가게 주인으로 남을지도 모릅니다.) 창의 쾌락은 끝이 안보이고(점점 하드코어적인 섹스를 탐닉하는 그에게 희망이라는 것이 있을까요?) 소령은 마약중독에 빠져있으며(유학을 가고 싶지만 마약값이 너무 비싸 돈을 모으지 못하는 그녀 결국 그녀는 그렇게 쓰러질지도...) 상우는 여전히 술만 마시면 필름이 끊깁니다.(현실에 대한 도피?)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비관적인 영화 한편을 남기고 홀연히 다른 나라로 떠나버린 송능한 감독. 한국에선 희망을 발견하지 못했던 그가 과연 그 낯선 땅에선 희망을 발견했을까요? 한번 묻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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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허니
아..이영화에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네요.. 이재은의 노출연기가 매우 강도가 높다길래 비됴로 빌려서 봤었는데 화면이 너무 어두웠고(전 대부분의 한국영화를 싫어합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예전 한국영화들은 내용은 둘째치고라도 화면이 너무어두워서 짜증이 많이 났었거등요. ) 내용도 미처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그냥 보기를 중단한 영화였거등요.. 어쩌면 저도 송능한감독이 이민을 간것에 간접적이나마 일조를 한건지도 몰겠네요.. 넘버3의 감독이었다면 영화적재능이 매우 뛰어난 감독이었을텐데 우리나라로선 아까운 인재한명을 놓친거 같아 조금 씁쓸하네요..  2007/01/07   
쭈니 케이블 TV에선 오히려 환하게 잘 나오던걸요... ^^
구피랑 저랑 이 영화 보며 '역시 이재은 가슴은 짱이야'라고 이야기했다는... ^^;
암튼 송능한 감독... 한국으로 돌아와서 다시 영화계에 복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2007/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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