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06년 아짧평

무영검 無影劍 (2005)

쭈니-1 2009. 12. 10. 22:06

 

 



감독 : 김영준
주연 : 이서진, 윤소이, 신현준, 이기용

한국형 무협영화의 맥을 잇는다.

제가 [무영검]을 기대했던 이유는 이 영화의 감독이 [비천무]의 김영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해서 제가 [비천무]를 재미있게 봤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비천무]는 탄탄한 원작과 한국형 무협 영화의 첫시도였던 탓에 기대가 컸던 저는 그만큼 실망도 컸었습니다. 하지만 홍콩 영화의 몰락과 함께 국내 극장가에서 제대로된 무협 영화를 볼 수 없었던 당시 상황에서 [비천무]는 무척이나 신선한 영화였습니다.
[비천무]이후 5년. 김영준 감독은 [무영검]으로 돌아왔습니다. [무영검]은 [비천무]와 마찬가지로 한국형 무협 영화를 표방한 영화이며, [비천무]처럼 탄탄한 원작은 없지만 우리에겐 생소한 발해의 역사를 무협 장르로 재해석한 기획 의도가 제겐 멋져 보였습니다. 과연 5년동안 김영준 감독은 무엇을 배웠으며, 그러한 배움이 [무영검]에선 어떻게 표현될 것인지 저는 꽤 궁금했습니다.

기술력인 분명 향상되었다.

[무영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기술력입니다. 과장된 액션이 많은 무협 장르의 영화인 탓에 와이어 액션과 홍콩 영화에서나 봤음직한 무협씬들을 [무영검]은 무리없이 표현해 내고 있었습니다.
[비천무]에서는 그래도 약간은 어색함이 느껴졌는데 5년이 지난 지금 김영준 감독은 홍콩의 무협 영화와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을 기술력을 [무영검]을 통해 선보인 겁니다.
마치 한폭의 그림과 같은 아름다운 검술 장면과 부드러운 와이어 액션, 그리고 한껏 과장되었지만 무협 영화 특유의 과장미를 제대로 살린 여러 액션씬들은 분명 칭찬받아 마땅해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되고 맙니다.

도대체 이 단조로운 스토리 라인은 어떻게 할것인가?

이 영화의 문제는 역시 스토리입니다. 발해의 마지막 왕자  대정현(이서진)과 그를 지키는 호위 무사 연소하(윤소이), 그리고 대정현을 죽이려는 암살단의 두목 군화평(신현준)과 매영옥(이기용)의 대결로 이 영화는 무려 1시간 45분을 채워버립니다.
물론 중간중간에 대정현과 연소하가 처음만난 과거와 발해에 대한 군화평의 증오, 그리고 군화평을 사랑하여 그를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치는 매영옥 등 이 영화는 단조로한 선과 악의 대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긴 하지만 그러한 시도들이 오히려 영화의 매끄러운 진행을 방해하며 불필요한 비장미를 조성시킵니다.
분명 시도는 좋았습니다. 발해를 무협 영화의 소재로 삼은 것과 단순한 이분법적 성격에서 벗어난 각각의 캐릭터들. 하지만 김영준 감독은 그러한 캐릭터들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데 서툴렀으며 그러한 서투룸은 여지없이 [무영검]을 어색한 멜로 영화로 면모시켜 버립니다. 5년동안 기술력뿐만 아니라 캐릭터를 영화속에 표현하는 법도 배웠으면 좋았을것을...

하지만 난 그가 계속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비천무]가 그런대로 흥행에 성공한데 반에 [무영검]은 철저하게 관객의 외면을 받으며 참패했습니다. 블럭버스터급 제작비가 들어간 [무영검]의 실패는 분명 김영준 감독의 입지를 좁혔을 겁니다. 어쩌면 그는 수많은 감독들처럼 자취를 감춰버릴지도...
하지만 저는 그가 다음 영화도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비천무], [무영검]을 통해 그는 국내 유일의 무협 영화 감독으로 많은 것을 경험했으며 그러한 경험은 다음 영화에서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코미디 영화만이 넘쳐나는 국내 영화의 상황속에서 무협 영화를 두편이나 만든 김영준 감독의 경험은 분명 소중한 자산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전 아직도 김영준 감독의 다음 영화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가 앞으로도 계속 한국형 무협 영화의 맥을 이어줄것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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