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도날드 페트리
주연 : 산드라 블럭, 벤자민 브렛, 마이클 케인
미치도록 영화가 보고 싶었다.
2월들어 극장 나들이 한번 가보질 못했네요. 2월 10일에 그토록 기다렸던 [뮌헨]을 예매해놓긴 했지만 2주가 넘도록 극장 나들이를 못하다니...
그래서인지 어제 갑자기 영화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물론 잘 시간에 갑자기 극장으로 달려갈수도 없는 노릇이고, 추운데 비디오 대여점에 가기도 귀찮고해서, 집에 있는 DVD중 아직 포장을 뜯어보지도 못한 영화를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제 눈에 들어온 영화는 [화양연화]와 [미스 에이전트]였습니다. 당연히 [화양연화]에 마음이 끌렸지만 며칠전 보았던 [미스 에이전트 2 : 라스베가스 잠입사건]도 생각나고, 그냥 부담없는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에 [미스 에이전트]를 꺼내들었죠.
사실 [미스 에이전트] DVD도 제가 직접 구입한 것이 아닌 영화 사이트 경품입니다.(제가 가지고 있는 DVD타이틀중 직접 구입한 것은 [프로젝트 A]와 [나비효과]밖에 없답니다.) [미스 에이전트 2]의 개봉을 앞두고 '연인들 사이에서의 핑크빛 거짓말'이라는 한줄달기 이벤트에서 '남자들은 전부 늑대야. 나만 빼놓고...(사실은 자기가 제일 늑대면서)'라는 한줄로 획득한 것입니다. 꽤 오래전 일인데 이제서야 보게되는 군요.
역시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은 어렵다.
당연히 저는 [미스 에이전트]를 오래전에 봤습니다. 내용도 기억하고 있고, 범인이 누구이며, 폭탄이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지도 아직 기억합니다. 그런 탓에 이 영화를 다시 본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내용을 전부 알고 두번째 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꽤 재미있게 깔깔거리며 봤습니다. 범인이 누구이고, 폭탄이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니 첫번째 보았을때 놓쳤던 캐릭터의 아기자기함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2편에서는 너무 진부하고 장난스럽다고 느꼈었는데 [미스 에이전트]는 적당히 짜임새있고, 적당히 스릴러스러우면서도, 적당히 코미디스럽습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엔 산드라 블럭의 있습니다. 2편에선 이쁜척하느라 그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더니 이 영화에선 오히려 못생긴척하니 그 진가가 발휘되네요. 암튼 묘한 배우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날밤 꿈까지 꾸다.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스 에이전트]를 보느라 늦게 잠자리에 들은 저는 밤새도록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꿈속에서 특수요원인 저는 첩보 업무를 위해 외국인으로 변장을 해야하는데 문제는 외국어가 안되는 겁니다. 딱 한마디만 하면 되는데 제 상관은 제 발음이 너무 엉망이라며 몇번이고 반복해서 시키는 겁니다.
꿈에서 깨어나서도 꿈속에서 반복해서 외웠던 그 단어가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였답니다.(하지만 출근길에 잊어버렸습니다. ^^) 아무 의미없는 그 단어를 외우기위해 밤새 저는 진땀을 빼야했습니다.
아마 터프함을 숨기고 미인으로 변장을 해야하는 그레이스 하트(산드라 블럭)의 고군분투를 즐긴후 그 여파로 그런 꿈까지 꾼 모양입니다. 꿈까지 꾸고나니 영화를 보면서는 깔깔거리며 웃었지만 실제 제가 저 상황이라면 상당히 곤혹스러웠을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암튼 내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사는 것은 힘드는 일이니까요.
갑자기 2편에서 영화내내 그 본래의 모습을 잃고 예쁜 인형같은 인기인이 되어 살아가야했던 하트 요원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만약 3편이 만들어진다면 1편에서처럼 터프한 하트 요원의 모습을 볼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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