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blog/132622465004ABFF31)
감독 : 존 파스킨
주연 : 산드라 블럭, 레지나 킹
머리아픈 구피를 위한 영화.
조금은 바쁜 주말의 모든 일정을 마친 일요일 저녁. 머리가 아프다며 얼굴을 찌푸리던 구피는 TV에서 재미있는 것 안한다며 비디오나 빌려다보자고 제게 제안했습니다. 머리가 아프니 골치아픈 영화가 아닌 가볍게 볼 수 있는 그런 영화를 보자며...
구피와 함께 들른 비디오샵. 저는 헐리우드 애니메이션 [로봇]과 우리 로맨틱 코미디 [나의 결혼 원정기], [소년, 천국에 가다]등을 골랐지만 구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군요. 그러니더 기껏 고른 영화가 바로 [미스 에이전트 2]였습니다.
전편인 [미스 에이전트]를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지만 이상하게도 [미스 에이전트 2]는 보기 싫었던 저는 구피 설득 작전에 나섰지만 구피는 '예쁜 모자도 받았는데 영화 봐줘야지'라며 완강하더군요.
예쁜 모자... 그것은 [미스 에이전트 2]가 개봉당시 한 영화 사이트에서 영화홍보차 '연인 사이에 가장 로맨틱한 거짓말'에 대한 한줄 이벤트를 벌인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나 외엔 다른 남자는 모두 늑대야(사실은 자기가 가장 늑대이면서...)'라는 한줄을 썼고 그것이 당첨되어서 [미스 에이전트] DVD는 물론이고, 모자와 티셔츠, 노트등을 경품으로 받았었죠. 결국 저는 '그래 예쁜 모자도 받았는데 영화 봐줘야지'라며 구피에게 넘어가고 말았답니다. ^^
전편을 180도로 바꾼 전략은 훌륭했다.
일단 [미스 에이전트 2]는 속편 영화입니다. 하지만 전편도 그렇고 [미스 에이전트 2]도 그렇고 블럭버스터라고 부르기엔 조금은 규모가 작은 소품입니다. 사실 제가 [미스 에이전트 2]를 꺼려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사실 때문이죠. 헐리우드의 액션 영화는 거대한 규모와 스펙타클을 위주로 보는 제게 이런 소품 액션 영화는 아무래도 제 기대감을 채우기엔 많이 부족했던 겁니다.
게다가 속편이라면 더더욱 문제가 심각해지죠. 그래도 [미스 에이전트]는 터프한 여자 FBI요원이 수사를 위해 미인 선발대회에 나간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영화적 재미를 획득했지만 [미스 에이전트 2]는 속편인 까닭에 그런 것마저 기대할수도 없는 처지였습니다.
그런데 존 파스킨 감독은 바로 이러한 [미스 에이전트 2]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새로운 재미를 제시합니다. 그것은 완벽하게 전편을 180도로 뒤집는 겁니다.
전편의 그레이스 하트(산드라 블럭)는 선머슴같은 FBI요원이었습니다. 어쩔수없이 미인대회에 출전하기는 하지만 그녀의 터프함과 미인대회 출전자들의 여성스러움이 영화내내 충돌을 일으키며 재미를 안겨주었습니다.
하지만 [미스 에이전트 2]의 하트 요원은 유명세와 실연으로인해 아예 여성스러움을 무기로 FBI를 홍보하는 홍보요원이 되었습니다. 전편에서 그녀는 그러한 여성스러움과 충돌을 일으켰는데 속편에 와서는 아예 여성스러움의 대표격인 캐릭터로 돌변한 겁니다. 그러한 하트 요원의 변신은 [미스 에이전트 2]를 꽤 재미있는 소품 액션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딱 그 수준에서 멈춘다.
하지만 [미스 에이전트 2]에 최고의 점수를 주기엔 이 영화의 재미는 딱 헐리우드 소품 액션 영화 수준에서 멈춥니다. 블럭버스터가 아닌 까닭에 거대한 스펙타클과 특수효과는 처음부터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범죄 수사물 나름대로의 치밀함을 기대했는데 이 영화는 그런 치밀함과는 거리가 먼 영화입니다.
정말 이 영화는 모든 것이 장난같습니다. 미스 USA납치사건도 그렇고, 그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하트와 그녀의 새로운 파트너 샘(레지나 킹)의 활약성도 그렇습니다. 애초에 범죄 수사물이라기보다는 코미디 영화에 가까울 정도로 모든 것이 허술하고 장난스럽습니다.
결국 [미스 에이전트 2]는 캐릭터의 재미만을 기대할만한 영화였습니다. 전편을 뒤집은 하트라는 캐릭터도 재미있었고, 사사건건 하트에게 딴지를 걸지만 결국 그녀와 마음이 맞는 찰떡궁합 파트너로 발전해나가는 샘이라는 캐릭터도 그렇고, 캐릭터에 의한 영화적 재미는 인정해줄만 하지만 그 이상을 원한다면 결코 추천해주고 싶지 않네요. 물론 코미디 영화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범죄 수사물인 자신의 본분을 지켜 조금이라도 진지하고 치밀하게 영화를 진행시켰다면 [리쎌웨폰]같은 멋진 시리즈 버디무비가 될수도 있었을뻔 했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IP Address : 211.176.48.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