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리들리 스콧 주연 : 조쉬 하트넷, 이완 맥그리거 개봉 : 2002년 2월 1일 저희 회사엔 지금 감기가 한창 유행중입니다. 처음엔 저희 사장님께서 감기에 걸리셔서 그토록 고생을 하시더니 요즘엔 직원들이 차례로 감기에 걸려 정신을 못차리고 있답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었죠. 초등학교 다닐때까지만 해도 거의 일주일에 한번꼴로 감기에 걸리던 약골이었으나, 중학교에 올라오면서 감기 몸살 한번 앓아본 적이 없는 저도 결국은 감기에 걸려 최악의 컨디션에 빠져 버렸습니다. 퇴근시간은 다가오고, 일은 하나도 못하고, 머리는 지끈지끈 아프고... 결국 저희 팀장님께서 일찍 퇴근하라고 보내주시더군요. 집으로 가면서도 지하철을 탈까? 편하게 택시를 탈까? 쓸데없는 고민을 하며 결국 지하철타고 집에 도착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저는 푹 쉬지 못했습니다. 영화가 저를 유혹했거든요. 오랜만에 일찍 들어왔는데 바빠서 못 본 영화라도 보고 자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나의 머리속을 스쳤죠. 그 순간 저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컴퓨터 앞에 앉아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멍청하죠? 몸도 아픈 주제에 영화라니... 암튼 그렇게 아픈 몸을 이끌고 본 영화가 바로 <블랙 호크 다운>입니다. <글래디에이터>와 <한니발>로 연타석 홈런을 날렸던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신작으로 아카데미가 유력한 영화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날 전 제가 영화를 잘 못 골랐다는 것을 얼마지나지 않아 깨달았습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죽겠는데 영화는 시종일관 전쟁씬으로 일관합니다. 영화속 총소리와 함께 나의 머리속 두통은 얼씨구하며 춤을 추더군요. 영화는 또 왜그리 길던지... 전 한번 영화를 보기시작하면 왠만하면 끝까지봐야지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입니다. 그렇게에 두 눈을 부릅뜨고 2시간이 훌쩍 넘는 영화를 보며 생각했죠. '영화 잘못 골랐다...' 암튼 그렇게 최악의 컨디션으로 영화를 보았기에 <블랙 호크 다운>은 무지 재미없었습니다. 특히 제가 전쟁 영화를 싫어했기에 더더욱 그러했죠. 그래도 <에너미 라인스>는 전쟁 영화라기보다는 액션 영화에 가까웠기에 조금은 괜찮았는데 <블랙 호크 다운>은 완전 전쟁 영화였기에 정말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이런 영화 이야기를 시작도 하기전에 벌써 영화에 대해 다 말해버렸군요. 암튼 제가 전쟁 영화를 싫어한다는 것과 영화 볼때의 상황이 최악의 컨디션이었다는 것을 감안하시고 제 영화 이야기를 읽어주세요. 그럼 '쭈니의 영화이야기' 시작합니다.
<블랙 호크 다운>은 1993년 10월 3일 미군의 최정예 부대가 UN의 평화유지작전의 일환으로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 파견, 소말리아의 악덕 민군대장인 에이디드의 두 최고 부관을 납치하려했던 실제 상황을 영화화 한것입니다. 뭐 이쯤되면 관객들은 지레 짐작하게 되죠. '이 영화도 미국의 정의를 강변하는 그런 전쟁영화이겠군...' 하긴 그것도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UN에 의해 제공되는 구호식량을 착취하여 선량한 소말리아인들을 기아에 빠뜨린 악덕 민간 장군 체포 작전 자체가 '세계 평화를 위해 우리 미국은 이렇게 노력한다.'라고 공치사할 수 있는 좋은 소재니까요. 미국은 세계의 평화를 지키고 작전에 투입된 미군들은 이 살벌한 전쟁터에서 자신의 용기와 동료애를 뽐내고... 암튼 대강 이러한 것들이 <블랙 호크 다운>의 줄거리만으로 느낄 수 있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일단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이러한 관객들의 선입관을 아주 살짝 비틀어버립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너무 깁니다. 반복되는 총탄 소리도 2시간 20여분동안 들으려니 정말 미치겠더군요. (으윽~ 머리를 울리는 두통...) 게다가 빠박으로 머리를 밀어버린 미군들은 왜그리 똑같이 생겼던지 도대체 누가누군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이완 맥그리거가 나온다고 했었는데 전 영화를 다 본 후에도 도대체 누가 이완 맥그리거였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간혹 나오는 상투적이고 감상적인 전쟁씬들... ('나 죽거든 내 아이들에게 난 용감했다고 전해줘...' 같은...) 암튼 이래저래 영화보기가 괴로웠습니다. 특히 전쟁 영화를 보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영화의 추가 너무 한쪽으로 기우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블랙 호크 다운>의 경우 영화는 초반 미군의 평화로운 일상을 담아내며 관객들에게 주인공들과 친숙해질 기회를 줍니다. 그렇게함으로써 관객들은 거친 전쟁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일상적이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았기에 그들의 편이 되고 그들의 죽음을 안타까워 합니다. 하지만 왜... 적군인 소말리아 민간군의 일상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지... 솔직히 미군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들은 죽일 놈들이겠지만 소말리아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어쩌면 그들도 살기위해 어쩔수없이 미군에 대항을 한것일지도 모릅니다. 제 생각엔 정말 정당한 전쟁영화라면 서로 전쟁을 벌이는 양측의 입장을 동등하게 놓고 관객에게 그들이 싸워야하는 이유를 설명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군은 세계 평화를 위해 남의 나라까지와서 죽음을 불사하고 싸우고 소말리아의 민간군은 뭐 그냥 나쁜 놈들이기에 미군에 대항해서 싸운다는 방식은 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블랙 호크 다운>은 그러합니다. '블랙 호크'의 추락으로인해 미군이 두려움에 떨며 전우의 죽음속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맛보았다면, 분명 소말리아의 민간군 역시 미군의 침입에 두려움에 떨며 가족의 죽음속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맛보았을 겁니다. 그런데 왜 우린 겨우 19명의 사상자를 낸 미군들을 불쌍히 여기며 그들의 전우애와 인간애에 박수를 보내야 하죠? 몇 십명의 사상자를 낸 소말리아 민간군들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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