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강우석 주연 : 설경구, 이성재 개봉 : 2002년 1월 25일 전 운동신경이 무지 둔합니다. 어렸을때부터 운동이라면 아주 질색을 했었죠. 그래서 체력장도 항상 4등급이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어느날 위기가 닥쳐왔습니다. 사장님께서 뜬금없이 스키장에 간다고 선언을 하신겁니다. 뜨악~~~ 스키라니... 스케이트도 못타는 제게 스키를 타라는 소리는 거의 죽으라는 소리와도 같았습니다. 아무리 눈치를 봐도 안갈수는 없을 것 같고, 전 우선 스키를 못타는 회사 동료들을 모아서 의견을 모았습니다. '스키는 무슨 스키냐? 눈썰매나 타자.' 그러나 저희 팀장님의 한마디... "스키 강사 섭외해놨으니까 열심히 배워." 이런... 스키강사한테 눈썰매타자고 할 수도 없고, 이젠 완전히 빠져나갈 구멍이 막혀버린 저는 거의 두려움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스키장에 가기로한 당일날. 스포츠 신문에는 난 큼직만한 신문기사... '비발디 스키장에서 30대 김모씨 사망...' 이럴수가 우리가 가는 곳이 비발디 스키장인데... 게다가 30대 김모씨라면... 며칠전 생일이 지나 내가 30대인데... 그리고 김씨까지... 이건 무슨 하늘의 계시같았습니다. '너 스키장가면 죽어 임마'하는... 하지만 아무도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습니다. 난 진짜 스키타면 죽을 것 같은데... 이씨~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듯 스키장에 끌려갔습니다. 드디어 스키장에 도착, 그 무거운 스키 장비를 신고 강사를 따라 스키를 배우러 초심자코스로 올라갔습니다. 겉보기엔 경사 5도 정도로 거의 평판해보였지만 막상 올라가니 무섭더군요. 스키강사가 시키는대로 기본 동작들을 배웠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사고가 발생했죠. 그냥 스키를 신고 자세만 잡았을뿐인데 저도 모르게 쾌속질주로 저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던 겁니다. 도저히 잡히지 않는 브레이크... 이건 완전히 죽음의 질주였습니다. 넘어져서라도 일단 이 죽음의 질주를 막아야 할텐데... 그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더군요. 아찔한 순간... 어느새 맨 아래까지 미끄러지듯 내려온 저는 살아남은 것에 대한 안심의 한숨을 쉬며 다시 그 무거운 스키장비를 신고 동료들과 강사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기다리고있는 저 멀고도 먼 곳으로 올라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죽음의 질주는 그날 한번뿐이 아니었습니다. 전 자세만 잡으면 스키강사가 말도 하기전에 저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결국 스키강사가 거의 절 포기할때쯤 전 살기위해 제 스스로 넘어지는 것을 터득했습니다. 넘어지는 기술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아마 전 초심자코스에서 스키타다 죽은 최초의 사람이 될뻔 했습니다. ^^; 그래도 생각보다 재미있더군요. 남들은 S자를 그리며 유유히 할강할때 전 직선으로 미끄러지듯이 아래로 쾌속질주를 반복했습니다. 하도 자주 그러니까 나중엔 무섭다는 생각보다는 재미있다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스키를 타고 내려올때의 그 속도감... 물론 그럴때마다 제 엉덩이는 무서지는 아픔을 견뎌야 했지만... 암튼 스키장에서 용케 살아남은 저는 집에서 곧바로 쓰러졌습니다. 온 몸이 아프고 감기기운까지있고... 그때 <반지의 제왕>을 같이 봤던 친구녀석의 전화... "나 심심하다. 놀자." "안돼... 나 스키장갔다와서 너무 피곤해. 그냥 집에 있을래." "그러지말고 우리 영화보자! 응???" "뭐!!! 영화???" 녀석은 내가 영화보자는 유혹에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겁니다. 전 결국 온 몸이 쑤시고 아팠지만 영화보자는 그 한마디에 그 녀석과 약속을 잡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내 카드로 영화를 예매해서... 무서운놈. 서론이 길어졌군요. 뭐 항상 그렇지만... ^^; 암튼 스키장에서의 죽음의 질주로 얻은 타박상과 몸살을 뒤로한채 심심함을 이기기위해 영화로 날 꼬신 친구녀석과 본 영화가 바로 <공공의 적>입니다. 제가 <공공의 적>을 선택한 이유는 영화를 일년에 한번 볼까말까한 녀석과 보는 영화이기에 최대한으로 재미있고 가벼운 영화를 골랐기때문입니다. 그리고 <공공의 적>은 그러한 나의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켜주었죠.
<공공의 적>을 보기전에 전 이 영화가 상당히 심각한 영화일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이유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냉혹한 살인마와 그의 뒤를 쫓는 경찰의 잔혹한 승부가 내용이었으니까요. 전 강우석감독이 결국 코미디를 포기하고 잔혹한 형사 액션 영화로 컴백하는구나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며 그러한 나의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이건 완전히 <투캅스>더군요. 물론 <투캅스>보다 심각하고 잔인하지만 그런것들을 제외한다면 <투캅스>의 업그레이드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하긴 강우석감독이 코미디를 포기했을리가 없지...
P.S. : 혹시 <아메리칸 사이코>라는 영화를 보셨나요? <공공의 적>의 조규환이라는 캐릭터를 보고 있으면 <아메리칸 사이코>의 패트릭 배이트라는 캐릭터가 생각납니다. 성공한 사회인이고 완벽주의자이며 자신의 본 모습을 내면에 숨기며 이유없는 살인을 통해 배출한다는 점이 똑같죠. 이러한 캐릭터들은 자본주의가 생산한 사회의 병적인 요소라고 한다면 너무 확대 해석하는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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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기^.^ |
'공공의 적" 무진장 심각한 영화라 생각했어요... 보니까..넘넘 잼있는거 있죠.. 글구 설경구의 연기..정말 짱이랍니다...비오는날 잠복근무서다가.... 괴로워하며 돌아다닐때의 표정...정말 짱이었어요... 보세요...잼있어요... |
2002/02/08 | |
쭈니 |
저도 동감입니다. 설경구 연기 정말 짱이죠!!! 그래서 설경구의 연기가 돋보이는 <박하사탕>을 보려구요. 심각한 영화를 싫어해서 안봤거든요. 하지만 그에비해서 이성재는 조금 실망이었어요. 아마도 코믹한 영화의 분위기와는 맞지않는 캐릭터 탓이겠죠. |
2002/02/08 | |
규허니 |
흠... 예상외로 쭈니님 평이 좋지않군요..의왼데.. 전 이영화 정말 재미게봤습니다. 비디오로 빌려서보구 결국엔 그비됴를 샀죠.. 에이리언2020과함께 대사까지 거의다 외운다는.. 갠적으로 한국영화중에 올드보이가 나오기전까지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쭈니님이 별루였다니..아닌가보죠..모..ㅎ |
2007/01/04 | |
쭈니 |
별루였다기 보다는 [투캅스]와 차별되는 하드보일드 형사 영화를 기대했었거든요. 하지만 이 영화는 하드보일드보다는 코미디에 더욱 가까웠다는... ^^ | 2007/02/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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