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05년 아짧평

하늘정원 The Garden of Heaven (2003)

쭈니-1 2009. 12. 10. 18:41

 



감독 : 이동현
주연 : 안재욱, 이은주

이 영화를 보기전...

제가 가장 좋아하던 배우였던 이은주가 2005년 2월 22일, 25세의 짧은 생을 스스로 마감했습니다. 그녀가 우리 영화를 이끌어갈만한 배우라고 생각했던 저로써는 그녀의 자살은 제게 충격이 아닐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은주와 그녀의 영화에 대한 글들을 쓰기로 결심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출연한 9편의 영화중 제가 아직 보지 못한 영화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하늘정원]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최루성 멜로를 끔찍히 싫어하는 구피의 영향도 있었지만 너무 뻔해보이는 이 영화의 스토리 라인때문입니다. 말기암에 걸린 여자와 그녀를 떠나보내야만 하는 남자... 이보다 더 뻔한 멜로 영화의 공식은 없죠.
하지만 마치 영화처럼 짧은 생을 마감한 그녀를 회상하기엔 오히려 이 영화의 뻔함이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영화속에서 언제나 죽는 연기를 주로 했다는 그녀, 그래서 죽음이 별로 두렵지 않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수도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녀의 죽음은 어땠을까? [하늘정원]의 플레이를 누르는 동안 제 머리속엔 끊임없이 죽음을 앞둔 그녀의 안타까운 눈물이 떠올랐습니다.

이 영화를 본후...

이 영화는 오성(안재욱)의 나래이션으로 시작합니다. '세상엔 두가지 슬픔이 있다. 떠나는 자의 슬픔과 남겨진 자의 슬픔'. 마치 이은주의 자살을 염두에 둔것만 같은 이 나래이션은 오성이 남겨진 자의 슬픔을 느낄것이며, 영주(이은주)에게 떠나는 자의 슬픔을 안길것이라는 이동현 감독의 공약과도 같습니다.
이 나래이션이 끝나고나면 힘든 상황에서도 밝게 웃고 씩씩한 영주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그렇게 씩씩한 영주도 덩그러니 홀로 남겨진 쓸쓸한 집에서는 외로움에 치를 떨며 울음을 참지 못합니다. 과연 실제 이은주도 저랬을까요? 언제나 팬들앞에선 밝은 웃음을 보여주었던 그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의 뒷편에선 외로워하며 슬퍼했을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 이후 영화는 너무나도 뻔하게 흐릅니다. 오성과 영주는 만나고 사랑하고 안타까움속에 영주는 세상밖으로 떠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직설적으로 영주의 죽음을 잡아내며 관객의 눈물을 유도하지 않습니다. 단지 사는 동안 사랑을 받았던 그녀의 마지막 죽음이 그리 슬프지만은 않았을거라 이야기할뿐입니다.
'그래도 우린 행복한 편이야. 다른 사람들은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지만 우린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있잖아.' 영화속 암으로 죽음을 준비중인 어느 환자의 대사입니다. 그렇게 이은주는 마음의 준비를 하며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여 떠난것입니다. 남겨진 사람들은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겠지만 떠나는 그녀는 어쩌면 홀가분했을지도...

이 영화의 명장면...

이은주가 나오는 씬은 모두 명장면이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녀의 매력적인 얼굴, 목소리, 연기 등등 외로움을, 두려움을, 슬픔을 애써 참으며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던 영주라는 캐릭터가 자꾸만 이은주와 겹쳐지며 보는내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이 영화의 아쉬운 점...

이동현 감독의 연출력... 이은주와 안재욱을 주연으로 했으면서도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 이유는 전적으로 미숙한 이동현 감독의 연출력 때문입니다. 오성과 영주의 캐릭터는 제대로 잡았지만 그로인한 에피소드와 스토리 라인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채 갈팡질팡하는 이 영화를 보며 이은주의 연기가 너무나도 아깝게만 느껴졌습니다. 어찌 생각해보면 이은주의 그 멋진 연기를 제대로 살려준 감독은 별로 없었던것 같습니다. 연출력에 비해 너무 앞서버린 그녀의 연기력은 이 영화에서도 그녀의 능력을 제대로 펼쳐보지못하게 가로막는 군요.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기량미달의 감독들이 득실거리는 우리 영화계를 탓할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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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천사
저두 못봤는데 봐야겠군요.
이은주씨 소식들은후에 본게 주홍글씨였는데...
한석규의 멎진 연기력과 이은주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잘 만들어진 영화였는데...
하늘정원도 한번 봐야 할듯 하네요.
 2005/04/04   
쭈니 솔직히 [하늘정원]은 그리 잘만들어진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은주의 생전 모습이 그리운 분이라면 꼭 한번쯤 봐도 괜찮을 영화인듯 보입니다.  2005/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