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놀라운 영화를 만들었었던 박흥식 감독. 솔직히 저도 극장에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를 봤지만 그 당시 영화를 보고나와서 너무나도 평범한 영화의 진행에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나니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왠지 모를 기분 좋은 이미지로 남더군요. 영화를 볼땐 재미있었지만 보고나면 잊어버리는 그 수많은 영화들중에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이미지로 남는 그런 묘한 힘을 가진 영화였습니다.
그런 그가 4년만에 [인어공주]로 돌아왔습니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호흡을 맞추었던 전도연이 1인 2역을 맡은 이 영화는 떠오르는 신예 박해일이 전도연의 상대역을 맡았으며, 현재의 딸이 과거 어머니와 아버지의 로맨스에 끼어든다는 환타스틱한 면을 강조함으로써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와는 또 다른 영화적인 재미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박흥식 감독이 4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변한 것은 영화적인 재미를 갖출줄아는 능력이었던 겁니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가 뛰어난 완성도와는 별도로 너무 밋밋한 영화적 재미를 지니고 있었다면 [인어공주]는 영화적 완성도와 영화적인 재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영화인 셈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역시 전도연을 빛이 났습니다. [접속],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식의 외로운 도시 여인 이미지와 [내 마음속의 풍금]에서 보여줬던 순수한 시골 처녀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주며 종횡무진 활약하더군요. 그리고 박해일은 또 얼마나 착해보이던지... 하지만 역시 이 영화에서 가장 새로운 발견은 고두심의 억척스러운 연기입니다. 자상한 어머니 이미지가 강했던 고두심에게 그런 면이 있다니... 정말 많이 놀랬습니다.
이 영화를 보며 영화의 의도대로 저희 부모님이 생각났습니다. 연애 결혼을 하신 부모님은 지금도 그때 이야기를 하시면 추억에 젖으신 표정을 지으시며 서로 먼저 꼬셨다며 우기십니다. 그 시절 두분의 사랑은 요즘 젊은 세대의 사랑과는 또다른 순수한 사랑이었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처럼 말입니다.
점점 영화의 완성도속에 영화적인 재미를 넣을줄 아는 법을 알아가는 박흥식 감독의 다음 영화가 기대됩니다. 또 얼마나 발전된 영화적 재미속에 우리들의 착한 이야기를 담아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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