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여름 미국에서 개봉되어 나름대로 좋은 흥행 성적을 냈던 [블루 크러쉬]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스타급 배우는 나오지 않지만 파도타기라는 다분히 여름적인 소재를 활용한 이 영화는 미끈한 비키니 미녀들이 시원한 파도를 타는, 아무 생각없이 즐길만한 영화처럼 보였습니다. 전 일찌감치 컴으로 다운 받아놓고 극장 개봉할때만을 기다렸죠.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극장 개봉도 건너뛰고 조용하게 비디오로 출시되었더군요. 비디오 가게에 꽂혀있는 [블루 크러쉬]를 발견한 저는 그제서야 2년동안 CD로 구워진채 제 기억에서 잊혀지고 있었던 [블루 크러쉬]를 다시 찾았습니다.
[블루 크러쉬]는 제 예상대로 여름 영화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보기만해도 시원한 파도는 휴가때 바다에 한번 가보지 못한 제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었으며, 케이트 보스워스, 미셸 로드리게즈 등 젊은 여배우들의 아슬아술한 비키니는 꽤 즐길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우리 극장에서 개봉하지 못한 이유도 알겠더군요. 이 영화는 딱 그 수준에서 멈춥니다. 시원한 파도와 미끈 여배우들의 비키니를 즐기는 그 수준에서... 주인공인 앤 마리(케이트 보스워스)는 뭔가 심각한 심적 갈등을 겪고 잇는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애초에 그런 것 따위엔 관심도 가져주지 않습니다. 뭔가 시원한 여름용 영화임과 동시에 두려움과 여성이라는 편견을 넘어 거대한 파도를 이겨내는 주인공의 가슴 찡한 이야기가 펼쳐질만도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듯 합니다.
어차피 여름용 영화니까 그냥 그렇게 즐기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뭔가 세심하게 캐릭터들의 성격을 잡아냈다면 좀 더 좋은 영화가 되었을텐데... 아쉽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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