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코엔 감독이 이번엔 조지 클루니와 캐서린 제타 존스와 함께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었다는군요. '설마'라고 고개를 갸우뚱하신다면 [참을 수 없는 사랑]을 보시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입니다. 솔직히 [참을 수 없는 사랑]은 조엘 코엔 감독의 영화중에서 가장 이례적인 영화일겁니다. [분노의 저격자], [아리조나 유괴사건], [밀러스 크로싱], [바톤 핑크]등 독특한 영화들로 수많은 매니아를 거느린 조엘 코엔 감독은 [허드서커 대리인]으로 제도권 영화에 도전한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엘 코엔 감독의 최악의 영화라는 오명만을 뒤집어 썼었죠. (전 개인적으로 [허드서커 대리인]을 좋아하지만... -.-) 그 후 [파고], [위대한 레보스키], [그 남자 거기 없었다] 등 다시 예전의 스타일로 되돌아온 그가 다시한번 [참을 수 없는 사랑]으로 제도권 영화에 진입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허드서커 대리인]과는 다릅니다. [허드서커 대리인]은 제도권 영화의 냄새가 짙게 풍겼지만 그래도 조엘 코엔 감독의 영화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참을 수 없는 사랑]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영화의 초반까지만해도 조엘 코엔 감독 특유의 냉소적인 재미가 있었습니다. 사랑이라는 인류에게 가장 아름다운 감정을 철저하게 부숴버리는 이 영화의 초반은 '역시 조엘 코엔 감독이 만들면 로맨틱 코메디도 저렇게 냉소적이 되는 구나'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엔 갑자기 냉소적인 조엘 코엔의 냄새가 한방에 사라지고 로맨틱 코미디의 해피엔딩만이 덩그러이 남아버렸습니다.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기에 저로써는 그리 실망스러웠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엘 코엔 감독의 영화에서 이렇게 철저한 로맨틱 코미디를 만나게 될줄은 몰랐습니다. 차라리 영화의 초반에서처럼 '사랑은 없다'라고 게속 울부짖었으면 좋았을 것을... 왜 갑자기 '사랑은 있다'라고 맘을 바꾼 것인지... 조엘 코엔 감독이 이번 한번 정도만 스타일을 바꾸기로 한것인지, 아니면 앞으로도 이러한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것인지는 그의 차기작인 [레이디 킬러]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참을 수 없는 사랑]의 조지 클루니와 캐서린 제타 존스처럼 [레이디 킬러]에서도 톰 행크스라는 스타급 배우를 캐스팅한 이상 흥행을 배제한채 조엘 코엔 감독의 예전 스타일로 영화를 만들 수는 없겠죠. 이거 약간 불안해지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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