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04년 아짧평

[바디 스내치] - 아내는 공포 영화보다 무섭다.

쭈니-1 2009. 12. 10. 17:45

 



요즘 저는 퇴근해서 집에 들어와도 제 개인적인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구피는 더더욱 그렇지만... 쬐그마한 웅이 녀석이 어찌나 엄마, 아빠를 움짝달짝도 못하게 하는지... 그래도 끊질긴 저는 영화 보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영화를 보기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죠. 웅이를 떼어놓고 극장에서 영화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니 요즘은 집에서 컴퓨터로 영화보는 것을 즐깁니다. 하지만 그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웅이는 안아달라고 칭얼대고, 구피는 하루종일 웅이에게 시달렸으니 퇴근후엔 저보고 웅이를 보라며 떠맡깁니다. 이 난관을 헤치고 영화를 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죠.
[바디 스내치]를 볼때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너무 보고 싶었던 저는 웅이를 겨우겨우 재우고 제 방에 들어가 스피커를 아주 작게 틀어놓고 영화를 봤습니다. 왜 그때 하필 [바디 스내치]를 봤는지는 모릅니다. 그냥 그 영화가 보고 싶었습니다.
완벽한 사랑이라고 믿었던 남편에게서 무엇인가 비밀이 있음을 알아차린 한 여자의 위험한 탈출극을 그린 이 프랑스 영화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조차도 삐툴어지는 순간 얼마나 무섭게 변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섬뜩한 스릴러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점점 클라이막스로 향하고 남편의 무시무시한 비밀을 알아차린 여자는 아들과 함께 탈출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여느 공포 영화가 그러하듯이 그 탈출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다정한 남편에서 무시무시한 괴물로 변한 남편은 끝까지 여자를 뒤쫓고 여자는 남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칩니다.
바로 그때 웅이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하필 클라이막스에... 당장 웅이를 달래야 하는 것이 옳았지만 한참 영화에 빠져든 저는 '조금만 기다려'를 되내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제 방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구피... 구피는 그 어떤 공포 영화보다도 무서운 눈빛으로 절 노려봅니다.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비명... 전 당장 일어나 그제서야 아빠노릇을 하겠다며 웅이에게 달려갔지만 그땐 이미 늦었습다. 구피에게 잔소리 실컷 듣고, 전 깨달았답니다. 아내는 공포 영화보다 무섭다는 것을... 아내가 공포 영화의 주인공처럼 변하기 전에 잘해주자고... 그러면 아내는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처럼 다정하게 절 맞이해 줄거라고... 암튼 지금 생각만해도 등골이 오싹합니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구피의 그 눈동자...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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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피의꿈
분명 산부인과에서 낳아 데려온 아이는 하나인데 우리집엔 지금
칭얼대는 아들 둘이 있으니 이게 어찌 된일인지... 회사에선 집에가서 아기본다고 핑계대며 일찍 나오면서 집에오면 왜 영화를 보는지...쭈니는 반성하라...먼훗날 외로움에 지친 쪼글탱이 할아범이 되고싶지 않거든...
 2004/05/13   
쭈니 내가 뭘...
집에 와서 얼마나 웅이 잘 보는데...
극장가고 싶은 것도 꾹 참고...
매일 영화보는 것도 자제하고 있는데...
도대체 무얼 얼마나 더 하라는 거야?
흥~~~
 2004/05/13   
cogito
ㅎㅎㅎ
쭈니가 이제 조금씩 세상을 알아가는군...

결혼한지 이제 일년 조금 더 되었는데
앞으로 알게 될게 많이 남아 있지.

정말 웅이는 많이 컷네.

언제 회사로 함 오셔.

구피님 죄송합니다.
 2004/05/18   
쭈니 아내가 무섭다는 사실을 깨달아가는 것이 세상을 알아 가는 것인가요?
이거 우울하네요. ^^
언제한번 놀러가겠습니다.
맛난것 사주신다면야... ^O^
 2004/05/18   
차승은
하하..너무나도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저도 비디오 보다가 아기 때문에 김샌 적 많은데..
모든 관심사와 취미 위에 있는 아이, 정말 소중한 존재 자체의 이유가 되겠죠?
그 아이의 엄마가 아이 다음으로 무서운 존재라는 것은 행복으로 보입니다..
 2004/05/31   
쭈니 제 아내도 저만큼 영화광이죠.
하지만 요즘 아이때문에 저혼자 영화보는 시간이 많아 졌답니다.
어찌보면 무섭다기보다는 측은하다는 생각이...
그나저나 우리 웅이 녀석... 커서 효도안하기만 해봐라, 내가 당한만큼 보복해주리라... 요즘 다짐에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
 2004/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