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새애인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새애인이 바로 여자라는 사실입니다.
스페인 영화인 [엄마는 여자를 좋아해]는 무릎을 탁 치게만들만큼 기발한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엄마에게 새 여자 애인이 생기다니... 아무리 동성연애에 대해서 열린 사고방식을 가진 유럽이라 할지라도 엄마의 동성연애는 분명 재미난 사건을 일으킬 수 있는 꽤 영화적인 소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니엘라 페허만과 이네스 파리스 감독은 여기에 각자 개성이 다른 5명의 여성을 등장시킵니다. 첫째딸인 히메나는 보수적인 중년 여성으로 엄마의 여자 애인에 가장 거부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둘째딸인 엘비라는 소심한 성격의 노처녀로 엄마의 커밍아웃에 가장 정신적인 충격을 받습니다. 락커인 막내딸 솔은 '뭐 어때'라는 반응을 보이지만 엄마에게 애인이 생김으로써 자신에게 불편한 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자 가장 적극적으로 엄마와 애인의 관계를 떼어놓으려고 애씁니다. 여기에 늙은 나이에 갑자기 새로운 성적 정체성을 찾은 엄마소피아와 조국인 체코에선 꽤 유망한 피아니스트이지만 스페인에선 아무것도 없는 불법이민자에 불과한 엄마의 애인 엘리스카의 갈등까지... 이 영화는 코미디적인 소재에서부터 시작하지만 5명의 여자들로 인하여 여성에 관한, 그리고 동성애에 관한, 엄마의 사랑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이 영화가 관심을 가진 것은 둘째딸인 엘비라뿐이라는 겁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소심하고 엉뚱하며 귀여운 노처녀 엘비라가 엄마의 커밍아웃을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멋진 사랑을 이루는 꽤 재미있는 로맨틱 코미디가 될 수는 있었지만 동성애에 대한 진지한 성찰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보수적인 히메나가 소피아의 커밍아웃을 받아들이며 보수적인 남편과 이혼을 하고 새로운 삶을 찾는지... 철없던 막내 솔은 자기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에서 진정으로 엄마의 행복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는지... 소피아와 엘리스카는 어떠한 갈등을 겪고 있었으며, 작은 사건 하나로 그녀들의 사랑이 깨질뻔 했는지... 이 영화는 어쩌면 중요할지도 모를 이 모든 이야기들을 훌쩍 건너뛰고 엘비라의 귀여운 사랑에만 집착을 합니다.
솔직히 이 영화, 재미있게 봤습니다. 엄마의 동성애라는 소재를 유쾌한 코미디로 풀어넣은 감독의 재능이 스페인 영화라는 낯선 영화에 대한 거부감을 최소화시키며 단순히 영화에 즐기게 만드는 매력을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엘비라에게만 집중되었던 관심을 다른 4명의 여자들에게도 동등하게 가져줬다면 어쩌면 이 영화는 재미있으면서 좀더 많은 문제를 재기할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수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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