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루키>- 당신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쭈니-1 2009. 12. 8. 15:13

 



감독 : 존 리 행콕
주연 : 데니스 퀘이드
개봉 : 2002년 9월 27일

아주 어린 시절 저는 굉장히 내성적인 아이였답니다. 그래서 친구들도 별로 없었고 혼자 방에 앉아 그림그리며 노는 것을 좋아했죠. 게다가 그 당시 저희 집은 자주 이사를 다녀서 새로운 친구를 사귈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어머니께서는 야구 방망이와 글로브를 사주셨었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당시엔 야구 방망이와 글로브는 가격이 비싸서 그걸 가지고 있는 아이는 별로 없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동네에서 야구 방망이와 글로브를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아이중의 하나였었습니다.
이렇게 제게 야구 방망이와 글로브가 있다는 소문이 돌자 동네 아이들은 제게 찾아와 같이 야구를 하자며 스스로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운동 신경이 극도로 둔했던 저는 타격에서는 항상 삼진 아웃 당하기 일쑤였고, 수비할때는 공을 뒤로 빠뜨는 것이 다반사였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제가 가지고 있는 야구 방망이와 글로브때문에 동네 야구 시합을 있을때면 항상 절 끼워주었었죠.
그것이 제가 야구라는 스포츠를 좋아하게 된 이유입니다. 지금도 저는 다른 남자들과는 달리 스포츠는 별로 안좋아합니다. 하지만 프로야구는 꼬박 꼬박 챙겨보곤 하죠.
그 어린 시절 박철순 선수처럼 멋잇게 공을 던지는 것이 꿈이었고, 김우열 선수나 윤동균 선수처럼 호쾌한 홈런을 치는 것이 꿈이었으며, 김광수 선수처럼 멋진 수비를 해보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전 OB 베어스의 열광 팬이었답니다. ^^) 하지만 지금은 프로 야구 선수들이 뛰는 것을 즐기며, 그렇게 어린 시절의 꿈을 그들을 통해 대리 만족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자극하는 한편의 영화가 개봉되었습니다. 메이저리그의 실화을 바탕으로한 <루키>라는 영화인데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상당 기간동안 상위에 랭크되었던 영화답게 어린 시절의 꿈을 버리지 못한 한 남자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더군요.  


 

<루키>는 한 남자의 담담한 나레이션을 통해 불모지의 땅 텍사스의 빅 레이크에서 불가능한 꿈을 이루려 했던 한 남자와 두 수녀, 그리고 불가능한 꿈을 이루어 준다는 리타 성자에 대한 전설이 흘러나옵니다.
그리고 화면은 곧바로 메이저리거의 꿈을 간직한 어린 시절의 짐 모리슨을 비춰줍니다. 아버지의 직업때문에 자주 이사를 가야했던 소년 짐 모르슨은 결국 텍사스의 빅 레이크라는 곳에 정착하게 됩니다. 야구팀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그 시골 동네에서 어린 짐 모리슨의 꿈은 점차 시들어가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화면은 다시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평범한 과학 선생이 되어있는 30대 중반의 짐 모리슨을 비춰주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솔직히 이러한 영화 초반의 장면만으로도 이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것인지 뻔히 눈에 보입니다. 불가능한 꿈을 이루어 준다는 리타 성자에 대한 전설과 메이저리거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간직하고 있는 짐 모리슨... 이제 영화는 짐 모리슨의 그 불가능한 꿈을 이루어주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마치 전설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 영화는 여느 헐리우드 영화처럼 짐 모리슨의 영웅만들기에 치중하지는 않습니다. 비록 그가 젊은 시절 130km 중반을 웃돌던 투구 속도가 어깨 수술까지 받은 35세의 늙은 나이에 갑자기 150km후반까지 측정되고, 모리슨이 맡았던 오합지졸의 고교 야구팀은 모리슨이 주우승을 하면 메이저리그 트라이 아웃에 참가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갑자기 강팀으로 변하여 연승끝에 주우승을 차지했다 하더라도 그가 갑자기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 전설적인 투수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 영화가 중점을 가지고 다루려 했던 것은 한 가정의 가장인 그가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메이저리거가 되기 위해 걸어야 했던 그 험난한 길과 심적인 갈등, 그리고 그 속에서도 결코 꿈을 잊지 않았던 감동적인 모습인 겁니다.    


 

 


2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동안 이 영화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의 짐 모리슨을 섬세하게 잡아냅니다.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으며, 세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젊은 시절 야구라는 꿈을 포기하고 평범한 인생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기회가 찾아옵니다. 자신이 포기했던 꿈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하지만 그의 아내는 말합니다. "당신이 야구를 안하는 동안 나는 너무 행복했다"고... 가정을 지켜야하는 가장으로써의 의무와 꿈을 이루고 싶은 한 남자로써의 소망이 서로 부딪히며 그렇게 짐 모리슨을 괴롭히는 겁니다.
157km의 강속구를 뿌려대며 35세의 나이에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마이너리그 선수가 되지만 그에게 찾아온 것은 한달에 겨우 600달러라는 가당치도 않는 월급과 쌓여만 가는 청구서... 그리고 경기때문에 가족의 얼굴을 몇달 동안이나 볼 수도 없었던 험난하고 외로운 생활이었습니다.
그는 다른 헐리우드의 영웅처럼 자신의 목적을 향해 앞으로만 나아가지 않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해서 고민하고 갈등합니다. 그리고 나약해 지며 모든 것을 포기하려까지 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 제가 감동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스토리의 진행 방식입니다.
이 영화는 영웅으로써의 짐 모리슨을 잡은 것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써의 짐 모리슨을 잡아낸겁니다.
그는 자신을 꿈을 결코 버리지도 않았지만 그 꿈 앞에서 주저하고 고민하며 나약해 집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사이가 안좋았던 아버지에게 조언을 구하고, 아내에게 기댑니다.  
이 영화는 그렇게 현실과 이상 앞에서 갈등하는 한 남자의 평범한 모습을 섬세하게 잡아 냅겁니다.  


 

 

  
영화의 후반 그는 결국 예상대로 메이저리거가 됩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이 영화는 짐 모리슨을 영웅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메이저리그에서의 그가 이룬 성과는 겨우 5대 1로 팀이 지고 있는 6회에 올라와 한 타자를 상대로 삼진을 잡는 장면 뿐입니다. 그리고 그는 겨우 2시즌을 더 뛰고 은퇴했다고 합니다. 몇 십승을 거두며 화려한 선수 생활을 한 것도 아니고, 명예의 전당에 오른 것도 아닙니다. 단지 2시즌을 메이저리그에서 뛰었을 뿐입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다른 스포츠 영화와 비교한다면 상당히 초라하고 잔잔합니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홈런 타자 베이브 루스의 그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그렸던 <베이브>라는 영화와 비교한다면 짐 모리슨의 메이저리그에서의 활약은 활약이라 부를 수도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스포츠 영화 특유의 손에 땀을 쥐게하는 극적인 승부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메이저리거가 되겠다는 꿈을 이룬 35세의 늙은 루키인 짐 모리슨의 모습만을 보여줍니다. 그는 비록 메이저리그에 길이 남을 선수는 아니었지만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이루어낸 그 불멸의 정신만은 분명 메이저리그에서 화려한 선수 생활을 했던 다른 선수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으며, 그렇기에 그의 그 짧은 2시즌간의 평범한 선수 생활은 감동스러운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다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루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그 꿈을 포기하고 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말합니다. 꿈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고... 비록 기적이 일어나야지만 이룰수 있는 꿈이라도 그 꿈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으라고...


 



 


아랑
전 야구안좋아해요.
축구도 안좋아했는데 더이상 안좋아하면 왕따당하기에 좋아해볼려구염.
--;
 2002/09/28   

쭈니
저런... 그렇게 억지로 좋하한다고 그것이 좋아지나요?
스포츠라는 것은 그냥 즐기는 건데... ^^;
 2002/09/28    

Azure
님의 글을 보니까 잔잔한 재미가 있을꺼 같은뎅

아쉽게도 수원에서는 개봉을 안한거 같네여 ㅜ,.ㅜ

 2002/10/02   

쭈니
네, 서울에서도 몇군데에서만 개봉을...
그렇게 흥행성있는 영화는 아니니까요.
 2002/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