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너무 바쁩니다. 오늘은 점심식사도 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일을 했고 너무 무리해서인지 감기기운이 있어서 웅이한테는 접근금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영화보는 것 마저 의욕이 떨어지고 있으며 영화글을 쓰는 것 마저 귀찮게 느껴지는 최악의 상황에 저는 지금 빠져 있습니다.
과연 이런 절 구해줄 영화가 이번주엔 있는 것인지, 일단 이번주 개봉작들은 화려한 오락영화는 없지만 충분히 끌릴만한 작품성이 있는 영화들로 채워져있네요.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My Blueberry Nights
한때 저는 왕가위 감독의 열혈팬이었습니다. 하긴 저와 동시대에 영화를 좋아하기 시작했던 분이라면 아마도 대부분 왕가위 감독의 팬일지도 모르겠군요. 90년대 초반 왕가위 감독을 좋아한다는 것은 취향의 차이가 아닌 거의 유행이다시피 했으니까요.
암튼 요즘은 왕가위 감독에 대한 애정도 조금은 시들해졌지만 여전히 그는 매력적인 감독이며 그의 영화는 여전히 끈적끈적하게 제 시선을 잡아당깁니다.
그것은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쉽게도 이 영화엔 그의 영화엔 꼭 있어야만 될것같은 장국영과 양조위는 없습니다. 하긴 최신작에서 이미 저 세상에간 장국영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긴 하지만 말이죠.
암튼 할리우드 배우들을 캐스팅한 이 영화는 그래도 주드 로, 레이첼 와이즈, 나탈리 포트만과 같은 매력적인 배우들로 채워져 있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에서 고독에찬 표정을 짓던 장국영과 양조위가 보고 싶긴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한 네티즌들의 평은 대체적으로 '서양판 중경삼림'이라고 합니다. 전 [중경삼림]도 좋았지만 뭐니뭐니해도 왕가위 감독의 최고 영화는 [동사서독]이라고 생각하는데... 암튼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왠지모르게 왕가위 감독에 대한 오래된 추억을 끄집어낼줄것 같은 영화입니다.
데어 윌 비 블러드 There Will Be Blood
제80회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중 마지막으로 [데어 윌 비 블러드]가 국내에 개봉하는 군요.
사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가 왕가위 감독 때문에 보고싶은 영화라면 [데어 윌 비 블러드]는 폴 토마스 앤더슨 때문에 보기 싫은 영화입니다. 특별히 그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그의 영화는 제겐 너무 지루하더군요.[부기 나이트], [매그놀리아], [펀치 드렁크 러브]가 그랬습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점점 그의 영화가 제겐 지루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로 보입니다. 음모와 욕망으로 얼룩진 미국의 초기 자본주의 사회를 그려냈다는 이 영화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 때문인지 몰라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갱스 오브 뉴욕]이 연상됩니다.
올해 아카데미에선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90년 [나의 왼발]에 이어 또다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지요? 뭐 그의 연기력은 수많은 영화들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기에 더욱더 [데어 윌 비 블러드]가 보고 싶어집니다.
27번의 결혼 리허설 27 Dresses / 마이 뉴 파트너 / 집결호 Assembly
미국에선 이미 짭짤한 흥행수입을 올린 [27번의 결혼 리허설]이 이번주에 개봉합니다. [그레이 아나토미]를 보신 분들이라면 캐서린 헤이글이라는 배우에 대해서 기대가 크실텐데요, 전 미드와는 담을 쌓고 사는 처지라 잘 모르겠네요. 그러고보니 [밴티지 포인트]의 매튜 폭스도 [로스트]로 잘 알려진 배우죠? 이젠 미드 스타들이 영화까지 점령할 모양이군요.
암튼 [27번의 결혼 리허설]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성공한 웨딩플래너인 한 여성의 진정한 사랑찾기라는 군요. 이 영화의 각본을 쓴 알린 브로쉬 맥켄나는 [사랑에 빠지는 아주 특별한 법칙],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각본도 썼다는 군요. 대충 [27번의 결혼 리허설]이 어떤 영화일지 짐작이 되지 않으시는지...
이번주에 개봉하는 한국영화인 [마이 뉴 파트너]는 왠지 [투캅스]를 닮은 영화입니다. [투캅스]의 안성기가 주연을 맡은 영향도 크지만 [투캅스]가 표절한(표절이라고 발표는 나지 않았지만 표절이 분명한) 프랑스 코미디 영화의 제목이 [마이 뉴 파트너]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엘리트 수사관인 아들과 비리에 연루된 시골의 주먹구구식 수사관 아버지가 파트너가 되어 마약사건을 해결한다는 어찌보면 눈에 뻔히 보이는 스토리이긴 하지만 안성기와 조한선이라는 신구 조화가 기대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포스터만 봐서는 마치 [태극기 휘날리며 2]로 오인할 [집결호]는 아니나 다를까 [태극기 휘날리며]의 특수효과팀이 [야연]의 펑 샤오강 감독과 함께 만든 전쟁영화라는 군요. 제가 워낙 전쟁 영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볼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그래도 세계로 뻗어가는 우리의 특수효과 기술... 괜피 뿌듯합니다.
잘나가는 그녀에게 왜 애인이 없을까 Gray Matters / 과거는 낯선 나라다 / 라자레스쿠씨의 죽음 The Death of Mr. Lazarescu
원제는 달랑 [Gray Matters]인데 국내 개봉명은 [잘나가는 그녀에게 왜 애인이 없을까]라는 무지 긴 제목을 붙인 미국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마치 제목만으로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하려는 듯이 보입니다. 누가 제목을 붙였는지 참...
'1986년 4월 28일. 대한민국 서울, 서울대학교 앞 신림 사거리에서 당시 서울대학교 학생이었던 20살의 청년 김세진, 이재호 두 사람이 400여명의 학생들과 군사훈련인 전방입소 반대 시위를 벌이던 중 '반전반핵 양키고홈' '북미 평화협정 체결' ' 미 제국주의 축출' 등 구호를 외치며 분신하였다. 이는 1950년 한국전쟁 이후 남한에서 벌어진 최초의 대중적인 반미 구호였다. 한국 사회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과거는 낯선 나라이다]는 군사정권시절 반미 시위를 벌였던 그 시절 그 사람들이 현재는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에 대한 다큐멘터리라고 합니다. 그 당시는 데모하면 무조건 빨갱이라고 손가락질 했었는데... 어느덧 20년의 세월이 흘렀군요.
루마니아의 블랙코미디 [라자레스쿠씨의 죽음]이라는 특이한 제목의 영화는 라자레스쿠라는 한 노인 병원에 입원하기까지의 우여곡절을 그린 영화라고 합니다. 이 영화의 광고카피는 '슬프고도 웃긴 병원 오딧세이'라고 하는데, 병원에 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했으면 오딧세이라고 표현했을지 굼금해지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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