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8년 영화노트

모텔 선인장 ★★★1/2

쭈니-1 2009. 12. 9. 14:36

 

 



감독  박기용
주연 : 진희경, 정우성, 박신양, 이미연, 한웅수, 김승현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이 아무도 예상치못한 대히트를 친 후 우리나라에선 왕가위 증후군이라는 불치의 병이 영화인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그 중 김의석 감독은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과 [타락천사]를 교묘히 섞어놓은 듯한 [홀리데이 인 서울]을 내놓아 왕가위 증후근의 중증 환자임을 만인에 과시(?)하기도 했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스타일이 전세계에 유행처럼 퍼져나갈때 그와 함꼐 유명해진 이가 있다. 그가 바로 촬영감독인 크리스토퍼 도일이다. 그의 화려한 카메라 워크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 스타일과 잘 부합되며 전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중국의 첸 카이거 감독이 자신의 촬영 감독을 버리고 그를 모셔갈 정도니 알만하지 않은가?
그리고 여기 자신이 왕가위 증후군 환자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자랑하는 이가 있다. 그가 바로 박기용 감독이다.
그는 아예 크리스토퍼 도일을 한국으로 모셔와 영화의 촬영을 맡겨버렸다.
그렇게해서 완성된 [모텔 선인장]은 확실히 새로운 한국 영화이다. 선인장이라는 여관을 배경으로 4쌍의 각기 다른 섹스를 각각 다른 스타일로 그린 이 영화는 내러티브를 철저히 무시한채 이미지와 촬영 기술만으로 영화를 구성했다.
제2회 부산국제 영화제에선 박기용 감독에게 뉴커런츠 어워드(최우수 아시아 신인 감독상)를 수여함으로써 그의 실험 정신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난후의 나의 느낌은 마치 [홀리데이 인 서울]을 보고난 후의 느낌과 비슷하다. [모텔 선인장]은 [홀리데이 인 서울]처럼 왕가위 베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 영화가 한국의 박기용 감독의 영화라는 생각보다 홍콩의 크리스토퍼 도일 촬영 감독의 영화라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이 영화엔 4가지 사랑 아니 섹스가 있다.
그 첫번째 섹스의 주인공은 현주(진희경)와 민구(정우성)이다. 현주는 민구의 사랑을 원하지만 민구는 그저 섹스만을 원할 뿐이다. 두 사람의 격렬한 섹스는 잦은 클로즈업을 통하여 불안하게 그려진다. 카메라는 일정한 촛점을 찾지 못한채 이리저리 흔들리고 민구의 무관심한듯한 표정과 현주의 불안한 표정이 클로즈업을 통해 화면에 크게 나타난다. 그럼으로써 관객은 현주와 민구가 곧 헤어질것을 그리고 현주는 실연의 상처를 받을 것을 짐작하게 된다.
두번째 섹스의 주인공은 영화과 학생인 준기(한웅수)와 서경(김승현)이다. 과제물을 찍기위해 들린 여관에서 두사람은 설레임과 어색함 속에서 첫경험을 가지게 된다. 이 씬에서 카메라는 훔쳐보기 형식을 띄운다. 유리 넘어로 비치는 그들의 순수함이 이번씬의 카메라 촛점인듯 하다.
세번째 섹스의 주인공은 민구에게 실연당한 현주와 석태(박신양)의 의미없는 섹스이다. 우연히 만나 서로의 이름조차 모르는채 벌어지는 두사람의 섹스는 혼돈스럽다. 그렇이게 도일의 카메라는 두사람의 주위를 돌며 혼돈을 표현해내고 있다.
마지막 섹스의 주인공은 결혼에 실패한 희수(이미연)와 석태이다. 대학시절 연인이었던 두사람의 섹스는 은밀하며 과거의 추억과도 같이 펼쳐진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도일은 거울에 비친 두사람의 모습을 통해 현실과 동떨어진 은밀함을 표현해내고 있다. 그리고 카메라는 거의 움직이지 않은채 잦은 편집으로 혼란스러웠던 전의 에피소드와는 달리 롱테이크 형식으로 촬영되었다. 그렇기에 희수와 석태의 관계는 안정적이지만 그만큼 지루해보인다.
이렇듯 [모텔 선인장]은 크리스토퍼 도일의 카메라 테크닉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있다. 내러티브가 없는 이 영화에서 배우들은 그저 옷을 벗고 섹스를 벌이는 것 밖에 할것이 없는 듯 보이고 감독은 그저 멍하니 도일의 카메라를 바라만 본것이 아닐까 의심스럽다.

1998년 2월 11일

*** 2007년 오늘의 이야기 ***

본의 아니게 이 글을 쓰기까지 무려 2박3일이 걸려버렸네요.
그 동안 중간에서 뚝 잘려져나간 글을 보며 황당해했을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
진희경, 정우성, 박신양, 이미연 등 [모텔 선인장]은 정말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 밝혔듯이 스토리는 없고 이미지만 존재하다보니 그리 기억에 남는 영화는 아니랍니다.
역시 전 아직은 스토리가 풍성한 영화가 좋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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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야
박신양이 아니었다면 접하지 않았을 영화라고 지금도 생각하고...
왜 이런영화에 출연했나..라는 생각도 한번 해보고..
나름 참..캐스팅이 아깝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던..
난 이건 또 왜본건지..ㅋ
이글을 쓴 날이 제 생일인데요~ ㅎㅎ
 2008/02/02   
쭈니 생일이 2월 11일이시군요.
그렇담 며칠 안남았네요.
미리 생일 축하드립니다. ^^
 2008/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