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낸시 사보카, 셰어
주연 : 데미 무어, 셰어, 앤 해쳐
낙태는 정말 예민한 문제이다. 1964년 미국에서는 강력한 낙태 금지법안을 상정하면서 정치계의 좌익과 우익, 종교계, 온갖 운동단체들이 격렬한 찬반논쟁을 벌이며 낙태를 세계적 이슈로 만들었다.
솔직히 부당한 임신에 의한 여성들의 고통과 버려진 아이들의 고통을 생각해본다면 낙태를 반대만 할것은 아니다. 그러나 뱃속의 아기를 엄연한 생명체로 여긴다면 이는 분명 살인 행위일 것이다.
그렇기에 낙태에 대한 찬반 논쟁은 우리 인간의 힘으로는 풀수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선댄스 영화제 출신 여성 감독 낸시 사보카는 할리우드의 우명 여배우 셰어와 데미 무어의 힘을 빌어 낙태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속 정면으로 펼쳐놓았다.
이 영화는 세가지 에피소드로 나누어져 있다. 결혼한지 1년도 되지않아 남편을 잃은 클레어(데미 무어)라는 여성이 외로움을 못이겨 시동생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고 당시 불법인 낙태를 세인들의 시선을 피해 하려다 고통스러운 죽음을 당한다는 1950년대 에피소드는 분명 낙태옹호론에 맞닿아 있다.
감독은 영악하게도 클레어와 시동생의 불륜관계를 맺는 씬은 삭제해 버림으로써 철저하게 클레어를 옹호하고 나선다. 감독은 '만약 낙태가 그 당시 합법적이었다면 불쌍한 클레어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관객을 설득한다.
두번째 에피소드인 1974년대의 에피소드 역시 그 강도는 약해졌지만 역시 낙태를 옹호하고 있다.
4명의 아이의 어머니이며 이제 오랫동안 기다렸던 학위 취득을 눈앞에 둔 중년 여성 바브라는 뜻하지 않은 임신에 당황한다. 4명의 아이를 키우기위해 자신의 꿈을 접어두었던 그녀가 이제 막 꿈을 다시 펼치려할때 다시 임신을 한 것이다. 아이를 낳게된다면 또다시 꿈을 접어야만 한다.
이 영화에서 바브라의 선택은 결국 아이를 낳는 것이다. 비록 바브라의 선택은 그러하지만 명백히 낸시 사보카 감독은 아이로 인해 그 꿈을 접어야만 했던 수많은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1996년으로 넘어온 세번째 에피소드에서는 [더 월]의 주제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크리스틴(앤 해쳐)이라는 이름의 대학생. 그녀는 교수와의 불륜으로 인해 아이를 갖게되고 병원을 찾는다. 톰슨 박사(셰어)에 의해 중절수술을 받은 크리스틴. 그러나 병원에 침입한 낙태반대론자에 의해 톰슨 박사는 총에 난사당한다.
셰어가 감독한 이 세번째 에피소드에서 셰어는 자신의 분신인 톰슨 박사가 저격당하게 함으로써 관객의 동정심을 얻어내려한다. 톰슨 박사는 '낙태가 금지되었던 시기에 여성들의 고통을 알기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이렇듯 이 영화는 영화의 중립성을 잃은채 '낙태옹호'에 대한 선전 영화가 되고 말았다. 태아의 생명보다 여성의 권리가 더 중요하다는 식의 영화의 시선은 그렇기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아직 찬반논쟁이 끝나지 않은 문제에 대해 이렇듯 중립성을 잃고 영화 스스로 논쟁의 해답을 제시하려는 것은 분명 위험한 생각일 것이다. 제아무리 할리우드의 여전사 데미 무어가 제작을 맡았다하더라도 말이다. (참고로 난 낙태반대론자이다.)
1998년 1월 20일
*** 2006년 오늘의 이야기 ***
8년전엔 낙태반대론자였지만 지금은?
글쎄요. 워낙 사는 것이 바빠 그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질 못했네요.
나이가 들면 그런 사회적인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가질줄 알았는데, 오히려 사는게 힘들다는 이유로 점점 관심이 멀어지고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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