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오우삼(존 우)
주연 : 존 트라볼타, 니콜라스 케이지, 조안 알렌, 지나 거숀
상투적인 할리우드 데뷔작 [하드 타켓]과 너무나도 할리우드적 상업성에 젖었던 두번째 영화 [브로큰 애로우]를 뒤로하고 드디오 오우삼 감독이 [영웅본색], [첩혈쌍웅]식의 액션 미학의 세계로 돌아왔다.
그의 할리우드에서의 세번째 영화인 [페이스 오프]는 할리우드의 중압감에 의해 자신의 연출 스타일을 잠시 잊어버렸던 그가 드디어 자신의 스타일을 되찾은 첫번째 영화이기도 하다.
[페이스 오프]는 오우삼의 최고 걸작 [첩혈쌍웅]을 닮았다. 아니 [쳡혈쌍웅]의 할리우드판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첩혈쌍웅]에서 보여주었던 우정은 없지만 장엄함 미장센과 슬로우 모션들 그리고 인물간의 미묘한 관계가 너무나도 닮았다.
[페이스 오프]는 오락 영화로써 최상의 재미를 관객에게 안겨준다. 그러면서 다른 오락 액션 영화들처럼 액션에만 치닫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영화는 연기파 배우인 존 트라볼타와 니콜라스 케이지의 미묘한 감정 대립을 그 주체로 하여 액션을 펼쳐 나감으로써 관객에게 스릴과 재미를 안겨준다.
이 영화의 모티브는 바뀌어진 선과 악이다. FBI요원 숀 아처(존 트라볼타)는 6년전 테러리스트인 캐스터 트로이(니콜라스 케이지)로부터 사랑하던 아들을 잃는다. 그로부터 그는 캐스터 트로이 체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 그리고 결국 그를 체포한다.
이 영화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아마도 이 영화가 복수심에 불타는 아처가 악랄한 캐스터를 잡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면 이 영화는 평범한 액션 영화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아무리 오우삼 감독이라 할지라도...
그러나 이 영화는 끝에서부터 시작된다. 캐스터는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있고, 숀은 6년동안 벼르던 복수를 해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낫다고 생각했으리라. 그러나 오우삼 감독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캐스터는 LA를 날려버릴 폭탄을 어딘가에 설치해놓앗고 그 위치를 아는 이는 식물인간인 된 캐스터와 그의 동생 플럭스뿐이다. 이제 방법은 하나뿐이다. 숀은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던 캐스터가 되어 플럭스에게 정보를 뽑아야만 한다.
그리고 현대 의료에 의해 숀은 완벽한 캐스터가 된다. (미국 과학자들이 뽑은 가장 비과학적인 영화 1위에 [페이스 오프]가 뽑혔다. 그러나 과연 액션 영화가 꼭 과학적이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리고 정신이 깨어난 캐스터는 반대로 숀 아처가 된다.
선과 악이 뒤바뀐 것이다. 캐스터는 숀 아처 행세를 하며 자신이 장치해놓은 폭탄을 제거함으로써 영웅이 되고 숀은 감옥에 갇혀 캐스터가 자신의 행세를 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한다. 그리고 결국 숀은 탈옥을 한다.(이 영화에서 가장 부실한 장면은 숀이 탈옥이 불가능해보이는 감옥을 탈옥하는 장면이다. 오우삼 감독은 이 장면을 대강 넘겨 버렸다.) 이제 숀은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캐스터의 정체를 밝혀내야 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면은 넘쳐나는 감성적 액션씬 뿐만이 아니다. 처지가 뒤바뀐 두 주인공의 주변인물과의 미묘한 아이러니이다.
캐스터는 복수심에 의해 가족을 돌보지 못했던 숀을 대처한다. 무관심했던 그래서 삐딱하게 행동했던 숀의 딸에게 아버지로써의 관심을 보여주고 비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회복시킨다. 무뚝뚝하여 부하들을 긴장시키던 숀에 비해 캐스터는 유머와 여유로 부하들을 격려하기도 한다.
숀 역시 마찬가지. 캐스터의 정체를 밝히기위해 그의 옛 동료를 찾아간 숀은 그곳에서 캐스터의 아내인 샤샤(지나 거숀)와 긔 숨겨진 아들을 만난다. 언제나 차갑기만 하던 캐스터에 비해 숀은 샤샤를 이해하고 포근히 안아주며 갑자기 들어닥친 캐스터와 FBI의 총격 속에서 캐스터의 아들을 지켜낸다.
다시말해 캐스터는 숀의 주위 사람들이 원하던 숀이었고, 숀은 캐스터의 가족들이 원하던 가장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미묘한 관계들속에서 캐스터와 숀은 자기 자신을 되찾아야 한다. 그렇기에 두 사람의 총격전은 단순한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닌 주인공들의 자아찾기가 된다.
[첩혈쌍웅]의 클라이막스인 성당 총격씬을 재현한 장면과 [상해에서 온 여인]을 모방한 거울방 총격씬등 그렇기에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액션씬들은 그저 단순한 액션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오우삼 감독은 사람 내면에 존재하고 있는 선과 악의 양면적 모습을 액션이라는 장르속에 표현해낸 것이다.
존 트라볼타와 니콜라스 케이지는 그런 면에서 이 영화의 가장 적절한 캐스팅이었다. 그들만큼 선과 악의 극단적인 모습을 함께 가지고 이는 배우도 드물것이다. 나콜라스 케이지는 징그럽게 웃는 비열한 캐스터에서 위기에 처한 숀 아처 연기를, 존 트라볼타는 복수심에 불타는 우울한 숀 아처에서 갑자기 영웅이 된 캐스터 연기를 너무나도 완벽하게 해냈으며 숀 아처의 부인역의 조안 알렌과 캐스터의 부인 샤샤역의 지나 거숀은 상반된 여인의 이미지를 멋들어지게 표현해 냈다.
1998년 1월 19일
2006년 오늘의 이야기
제가 꽤 좋아하는 액션 영화입니다.
할리우드로 건너가 좀 실망스럽다고 생각했던 영화들만 내놓았던 오우삼 감독이 완벽하게 자신의 스타일을 되찾은 영화였죠.
이 글을 다시쓰며 이 영화가 보고 싶어졌답니다.
특히 숀과 캐스터가 서로 뒤바뀌며 서로의 주변인물들과의 미묘한 관계 변화를 그린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기발한 장면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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