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질 마무니
주연 : 뱅상 카셀, 모니카 벨루치, 로만느 브링거, 장 필립 에코피
질 마무니 감독의 데뷔작 [라빠르망]은 아주 새로운 영화이다. 감각적이고 현대적인 러브 스토리면서 또 한편으로는 스피드한 미스테리의 형식을 띄기도 한다. 한마디로 말해 왕가위식 멜로 드라마와 히치콕식 미스테리극을 합쳐놓은 듯 하다.
영화는 도쿄 출장을 앞둔 막스(뱅상 카셀)라는 한 남성이 우연히 2년전 운명적인 사랑을 했던 리자(모니카 벨루치)의 자취를 발견하며 시작된다.
이때부터 영화는 막스의 과거를 추적하며 2년전 막스와 리자(모니카 벨루치)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한가지 미스테리를 관객에게 제시한다. '왜 리자는 막스에게 한마디 말도없이 갑작스레 떠나버렸을까?'
이러한 물음은 궁극적으로 영화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며 막스를 현재 혼동에 빠뜨리는 원인이 되어버린다. 이제 막스는 리자가 놓고간 호텔 열쇠를 단서로 그녀를 찾아내야한다. 이때부터 영화는 본격적인 미스테리 형식을 띈다.
막스는 아무도 없는 호텔방에 들어가 찢어진 신문조각을 맞추며 리자의 행방을 추적하기도 하고 리자의 새애인인듯한 남자를 미행하기도 한다. 그렇게함으로써 결국 리자의 아파트를 찾아내는 막스. 그러나 그 곳엔 막스가 그리워하던 리자가 아닌 다른 여인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앨리스(로만느 보링거). 그녀는 막스에게 자신의 이름이 리자라고 속이고 그를 유혹한다. 이러한 앨리스의 등장은 전분부까지 극을 지탱해주던 한가지 의문 '왜 리자는 막스곁을 떠났을까?'하는 것은 해소시켜준다. 그러나 그 대신 영화는 막스와 리자, 그리고 앨리스라는 세 인물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제시함으로써 관객의 관심을 이끈다.
사실 앨리스는 리자의 친구로 그녀 역시 막스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리자의 편지를 일부러 막스에게 전해주지 않았으며 그에 대한 오해로 막스는 뉴욕으로 떠나버렸던 것이다.
극이 진행더ㅣ면서 서서히 리자와 막스의 관계를 가로막는 앨리스의 존재가 두각을 나타내며 관객은 새로운 고나심거리를 찾아낸다. 바로 자꾸만 엇갈리게되는 리자와 막스의 만남이다. 이들의 엇갈림은 관객에게 안타까움을 안겨주며 상대적으로 앨리스를 미움의 대상으로 이끈다.
결국 막스는 앨리스가 자신의 친구인 루시앙(장 필립 에코피)의 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앨리스는 막스에게 자신이 2년전 막스를 처음 보았을때 썼던 일기장을 전해줌으로써 막스의 사랑을 얻어낸다. 막스는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리자를 만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앨리스에게 달려감으로써 이들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리자 역의 모니카 벨루치의 매력에 비해 앨리스 역의 로만느 보링거의 매력이 덜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관객은 내내 리자의 편에서서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앨리스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며 마지막 막스의 선택에 안타까워하게 된다.
결국 막스의 선택에도 불구하고 앨리스는 혼자 로마로 떠나게되고 리자는 옛 애인 때문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막스는 약혼녀인 뮤리엘의 품에 안김으로써 3일간의 방황을 끝으로 제자리를 찾게된다.
이렇듯 막스는 다시 제자리를 찾았으나 리자는 죽음을 그리고 앨리스는 프랑스를 떠나게 된다. 이러한 결말은 모니카 벨루치의 매력으로인해 깊은 여운을 안겨준다.
질 미무니 감독은 [라빠르망]을 통해 도시적 감각의 사랑 이야기를 멋지게 그려냈다. 그가 선보인 모노톤의 화면은 왕가위 스타일의 사랑 이야기에 익숙한 관객을 단번에 사로잡았으며 복잡한 스토리를 한꺼번에 나열한후 마치 실타래를 풀듯 하나씩 풀어나가는 미스테리식 감각은 그야말로 관객에게 멜로극과 미스테리극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영화 세계로 안내했다.
그리고 모니카 벨루치의 매력은 영화내내 관객을 안타까움을 밀어넣으며 영화를 슬픈 러브 스토리로 만들어 버렸다.
질 미무니 감독은 과거와 현재를 이으며 세 사람의 엇갈린 사랑을 감각적이며 슬프게 그리고 너무나도 멋지게 그려냈다.
아마도 모니카 벨루치의 마지막 그 슬픈 눈빛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1998년 1월 16일
*** 2006년 오늘의 이야기 ***
오늘 [무간도]의 리메이크인 [디파티드]의 영화이야기를 쓴 후, 곧바로 [라빠르망]의 영화노트를 쓰니 왠지 서로 연결된 느낌을 받네요.
[라빠르망]은 최근에 할리우드에서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되었었죠.
하지만 [디파티드]도 그렇고,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도 그렇고 원작에 비해 제겐 상당히 실망스러운 영화였습니다.
특히 [라빠르망]은 모니카 벨루치의 그 눈부신 아름다움때문에 제 마음을 설레이게 했었죠.
이 영화로 인하여 모니카 벨루치는 아직도 제겐 최고의 여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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