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버나드 로즈
주연 : 소피 마르소, 숀 빈, 알프레드 몰리나, 미아 커쉬너
구질서가 뿌리채 흔들리던 19세기. 러시아의 불안과 타락 그리고 귀족 부인과 청년 장교의 비극적인 사랑을 서사적 드라마속에 탁월하게 그려낸 톨스토이의 고전 [안나 카레니나]는 1911년부터 지금까지 러시아, 프랑스, 미국등에서 10차례 넘게 영화화됐다.
그 중 그레타 가르보나 비비안 리가 연기했던 안나는 올드팬의 가슴속에 가장 비극적 여성상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이제 버나드 로즈가 소피 마르소를 앞세우고 다시한번 [안나 카레니나]를 부활시켰다.
고전 소설을 영화화하는데에는 한가지 선택이 필요하다. 과연 원작에 충실할 것인지 아니면 내용만 차용하고 감독 스스로의 해석이 들어갈지의 선택은 고전을 영화화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선택이다.
예를 들어 고전중 가장 많이 영화화된 [로미오와 줄리엣]의 경우 68년작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과 96년작 바즈 루어만 감독의 작품은 똑같은 원작을 중심으로 영화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다른 영화처럼 느껴지는 것은 앞에서 말한 선택탓이기도 하다.
버나드 로즈 감독은 프랑코 제피렐리식의 원작에 충실함을 선택했다. 그는 장중한 백야와 상트 페테르부크에서 촬영한 장엄하고 화려한 로마노프 오아조 궁궐들, 화려한 의상의 무도회등 시각적으로 풍성한 치장들을 통해 톨스토이 원작의 장중함을 표현해냈다.
그러나 버나드 로즈의 [안나 카레니나]는 이러한 시각적 치장들이외엔 별로 볼것 없는 그런 평범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버나드 로즈 감독은 캐릭터 구축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는 안나(소피 마르소)와 브론스키(숀 빈)의 사랑에 대비되는 레빈(알프레드 몰리나)과 키티(미아 커쉬너)의 사랑을 부각시키기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으며 이러한 원작에의 충실함은 결국 영화의 주인공인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과 관계의 부실함이라는 결과를 안겨주었다. 한정된 시간내에 이 두 사랑을 다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렇이게 영화는 브론스키가 첫눈에 안나에게 반하여 사춘기의 소년처럼 행동한 것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브론스키의 사랑을 애써 외면하던 안나가 브론스키에게 마음을 여는 장면 역시 짧막하게 표현되어 있다. 안나와 브론스키의 밀애라던가, 이탈리아로의 도피, 그리고 러시아로 돌아온후의 갈등 등. 이 영화가 두사람의 관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부분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렇기에 안나를 집에두고 사업한다며 밖으로만 나돌아다니는 브론스키에 대해 이해할 관객은 그 어디에도 없으며 아편으로인해 서서히 폐인이 되는 안나의 외로움도 관객을 이해시키지 못한다.
결국 안나의 자살 역시 관객을 이해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불멸의 연인]에서 베토벤의 사랑을 감각적 미스테리로 표현했던 버나드 로즈 감독은 [안나 카레니나]에서는 원작의 무게에 눌려 그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안나와 브론스키보다 레빈과 키티의 사랑이 더 두각을 보이는 것은 이 영화의 최대 실수이다. 아무리 원작에 충실한 것도 좋지만 영화를 위해선 생략할 것과 자세히 표현할 것을 가리는 것은 더욱 중요할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레빈과 키티가 아닌 안나이기 때문이다.
1998년 1월 15일
*** 2006년 오늘의 이야기 ***
원작도 읽지 않고 이 영화가 원작에 충실했는지 어떻게 알았는지 지금 생각해도 미스테리네요. ^^;
다른 것보다는 출연진들이 화려하네요.
소피 마르소는 물론, 요즘 매력적인 조연으로 부각을 드러내고 있는 숀 빈, 그리고 [스파이더 맨 2]의 옥타비우스를 연기했던 알프레드 몰리나, 그리고 미아 커쉬너까지...
그들의 10년전 모습을 볼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갑자기 다시한번 보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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