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황인뢰
주연 : 김승우, 심혜진, 허준호, 김여경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고개숙은 남자], [연애의 기초]등으로 유명한 황인뢰 PD가 MBC프로덕션의 후원을 등에 업고 영화계에 데뷔했다. 그 작품이 바로 [꽃을 든 남자]이다.
PD의 감독데뷔가 한참 유행이었던 97년 이진석 PD가 [체인지]로, 이현석 PD가 [용병이반]으로 이미 데뷔한것을 고려해볼때 PD의 감독 데뷔 막차를 황인뢰 PD가 탄 셈이다. 바로 그가 선택한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역시 멜로극으로 넘어가는 추세에서 막차인 셈이다.
황인뢰 PD는 이 영화의 흥행 요소로 4가지를 제시했다.
그 중 첫번째가 철지난 로맨틱 코미디이다. 물론 이 영화를 촬영할때까지만해도 로맨틱 코미디가 이렇게 갑자기 퇴조해버릴줄 아무도 예상치못했으니 그의 잘못만은 아니다. 암튼 황인뢰 감독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위해 김승우와 심혜진을 끌어들였으며 그들은 자신이 지금까지 유지해놓았던 이미지를 영화속에 그대로 반영시켰다.
솔직히 이러한 안전주의는 이 영화의 약점이기도 하다. 이진석 감독은 하이틴 코미디의 부활이라는 모험을 걸어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이현석 감독은 러시아 올로케 액션이라는 모험으로 실패를 당했다. 이렇듯 모험은 성공과 실패라는 극단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황인뢰 감독은 이러한 모험을 피함으로써 [꽃을 든 남자]는 현상유지를 해냈으나 아무런 특징없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되고 말았다.
두번째 흥행 전략은 긴박한 추격전이다. 영화사 사장이 보낸 해결사 타이슨과 시나리오 작가 영주(김승우)의 추격전은 영화가 영주와 정민(심혜진)의 사랑으로 편안하게 진행될때쯤 벌어져 영화의 진행을 자주 방해하긴 하지만 영화의 극적 재미는 조금 살려 놓은 듯 하다.
세번째 흥행 전략은 에로티즘이다. 그렇기에 영화의 무대도 부산의 성인 나이트클럽이다. 영화는 자주 댄서들의 야릇한 춤으로 관객의 시선을 잡아 놓고 그것도 모자라 육감적인 댄서 애경(김여경)이 영주를 유혹하게끔 한다. 심혜진이 톱스타라 옷을 벗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했을때 김여경의 누드씬은 충분히 눈요기가 된다. 게다가 영주와 정민의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니 일석이조가 아니던가.
네번째 흥행 전략은 액션이다. 추격씬이 시들해질쯤 허준호의 액션이 터져나온다. 추격씬과 액션씬들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긴박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한 황인뢰 감독의 관객에 대한 배려인듯 하지만 [꽃을 든 남자]와의 결합에는 좀 서툰듯하다.
이렇듯 [꽃을 든 남자]는 로맨틱 코미디의 장점을 잘 살려내긴 했으나 그 스스로 장르의 틀속에 갇힌 느낌이다.
영주와 정민의 사랑은 그 어떤 로맨틱 코미디처럼이나 흐뭇하고 김승우와 심혜진의 매력 역시 그대로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텅빈듯한 느낌은 무엇 때문일까?
이 영화에서 나타난 아이러니 한가지...
영화사 사장은 시나리오 작가인 영주를 앉혀놓고 이렇게 말한다. '물론 영화의 끝은 해피엔딩이겠지? 내 마누라가 말이야 주인공이 죽는 것을 싫어해서 말이야.'
이러한 영화사 사장의 강요는 결국 영주를 부산으로 도피하게 한다. 부산에서 다시 영화사 사장을 만난 영주는 '남이 원하는 것에 날 맞출순 없어요!'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이 영화 [꽃을 든 남자]는 어떠한가? '로맨틱 코미디 = 해피엔딩'이라는 장르의 공식에 갇혀 너무나 뻔한 결말을 관객에게 선사하고 있다. 황인뢰 감독에게 영주의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으면 좋겠다.
1998년 1월 14일
*** 2006년 오늘의 이야기 ***
화장품 이름으로도 유명한 제목이죠.
한가지 궁금한건 화장품 이름과 영화의 제목이 무슨 마케팅 전략으로 인하여 일부러 같게 만들었냐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 마케팅 전략을 세운 사람은 천재입니다.
왜냐하면 이 재미없는 영화를 아직까지 기억하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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