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장 피에르 쥬네
주연 : 시고니 위버, 위놀라 라이더, 론 펄만
1979년 리들리 스코트 감독에 의해 [에이리언]이 완성되었을때 그것은 하나의 커다란 충격과도 같았다. 우주를 어둡고 폐쇄공포적 공간으로, 그리고 그곳에서 정체불명 생명체의 공격이라는 단선적인 구조로 그려낸 [에이리언]은 그후 리들리 스코트에게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라는 영예를 안겨준 SF의 걸작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1986년 제임스 카메론은 [에이리언 2]를 하이테크 액션으로 완성시켜 엄청난 흥행 성공을 안겨주었으며 그후 그는 최고의 액션 영화 감독으로 그 명성을 날렸다.
그리고 1992년 데이빗 핀처는 제임스 카메론의 [에이리언 2]에서 완전히 벗어나 리들리 스코트의 [에이리언]과 가깝게 그러나 그보다 더욱 암울하게 MTV 감각적 컬트 영화로 [에이리언 3]를 완성시켰으며 흥행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데이빗 핀처는 [쎄븐]을 거쳐 차세대 감독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렇듯 [에이리언] 시리즈는 각 감독의 다른 스타일로 탄생하였으며 신예와도 같았던 그들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은 진기록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장 피에르 주네의 [에이리언 4]는 ?
그는 이미 [델리카트슨]과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에서의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시선으로 인해 전세계 영화팬들을 놀라게 했던 이미 최고의 자리에 올라있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특기대로 [에이리언 4]의 분위기를 다분히 유럽풍으로 더욱 음울하고 충격적으로 그리고 있다.
[에이리언]의 팬이라면 모두 알겠지만 분명 리플리(시고니 위버)는 몸속의 퀸 에이리언과 함께 잔 다르크와도 같은 최후를 [에이리언 3]에서 맞이했었다. 그렇다면 그녀를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리플리가 없는 [에이리언]은 상상조차 할 수 없기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그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의외로 쉬운 문제였다. 왜냐하면 스필버그가 이미 화석에서 공룡의 DNA를 추출하여 6,500만년전의 공룡을 되살려냈으니([쥬라기 공원]) 그깟 인간하나 되살리는 것은 어디 문제가 되겠는가?
이처럼 [에이리언 4]는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다. 20여년전 가까이 시리즈를 이끌어가며 이미 많은 팬들이 [에이리언] 시리즈를 식상해하고 있으며 79년 당시 젊은 여전사로 활약했던 시고니 위버가 너무 늙어버렸다는 어쩔수없는 사실 등등...
그러나 쥬네 감독은 이전 [에이리언] 시리즈와는 또다른 시리즈로 [에이리언 4]를 완성해냄으로써 팬들의 식상함을 해소시켰으며 신세대 스타 위노라 라이더의 투입으로 늙은 시고니 위버를 보충시켰다.
[에이리언 4]의 놀라운 점은 쥬네 감독의 놀라운 시각효과 감각뿐만이 아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리플리의 변신이다. 에이리언을 맞아 항상 힘겨운 혈투끝에 겨우 에이리언을 처치하던 시고니 위버의 리플리는 [에이리언 4]에서는 퀸 에이리언의 유전자를 체내에 갖음으로써 좀더 강력한, 에이리언과 동급의 여전사로 재탄생했다. 그녀는 이제 결코 에이리언에게 쫓기지 않으며, 오히려 당당히 에이리언을 뒤쫓는다. 그녀의 피는 에이리언과 마찬가지로 강철을 녹이는 산성이며, 그녀의 근육은 무기를 든 군인들을 간단히 쓰러뜨릴 정도로 강력하다. 예전의 리플리라고 하기엔 너무 강력해지고 위험해진 그녀의 변신은 이 영화의 재미를 주도해 나간다.
폐쇄적인 공간이 주는 공포와 함께 영악해진 에이리언과 강력해진 리플리의 대결은 관객을 영화속에 흡입시키는데 큰 몫을 해낸다.
리플리의 강력함과 대조되는 청초하고 인간적인 안드로이드 칼(위노라 라이더)의 캐릭터 역시 영화의 강약을 조절하는데 한 몫을 해낸다.
에이리언을 배양하기 위해 동면중인 인간을 납치하여 실험하는 과학자의 비인간적인 모습과 지구를 지키기위해 자신의 한 몸을 바치던 안드로이드의 인간적인 모습을 대조시키던 이 영화는 라스트에서 퀸 에이리언이 인간의 자궁을 물려받아 새로운 에이리언을 출산하며 극에 달한다.
여기에서부터 쥬네 감독은 [에이리언] 시리즈중 최고 히트작 [에이리언 2]를 비뚤어 버린다. 제임스 카메론의 [에이리언 2]는 모성애에 대한 영화였다. 혹성 L-462의 유일한 생존자인 어린 소녀 뉴트에게 모성애를 느낀 리플리와 자신의 자손을 번성시키려는 퀸 에이리언의 육탄전. 바로 어머니와 어머니의 싸움에 대한 영화였던 것이다.
그것에 비해 [에이리언 4]는 그 반대편에 서있다. 스스로 에이리언의 어머니라고 자칭하던 리플리는 지구를 지키기위해 자신을 어머니로 여기는 새로운 에이리언을 처치해야 하는 것이다.
포악해보이던 새로운 에이리언도 리플리에게는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안긴다. 리플리가 우주선 창문에 구멍을 뚫어 새로운 에이리언을 우주밖으로 분해해버릴때 새로운 에이리언의 눈에 맺힌 눈물과 마지막 '미안하다 아기야.'라고 되새기던 리플리의 안타까운 표정은 [에이리언] 시리즈의 새로운 아이러니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이러한 독특한 결말은 [에이리언]시리즈의 식상함을 완전히 없애줄만큼 독창적이었으며 깊은 여운마저 남긴다.
이제 과연 누가 또 [에이리언]시리즈를 이어나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1998년 1월 11일
*** 2006년 오늘의 이야기 ***
드디어 제게 있어서 최고의 SF 공포 영화인 [에이리언 4]까지 도달했군요.
[에이리언 4]는 [에이리언]시리즈 중에서 가장 흥행에 실패한 영화이지만 제겐 그 어떤 영화보다도 독창적이고 재미있었던 영화랍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선 살짝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도 했답니다.
세상에 그 포악한 에이리언이 죽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릴줄이야...
암튼 쥬네 감독이 대단하다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네요.
그나저나 [에이리언 5]는 안나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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