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니콜라스 하이트너
주연 : 다니엘 데이 루이스, 위노라 라이더, 조안 알렌
18세기 영국을 무대로 권력에 대한 인간의 광기를 유쾌한 코미디로 풀어낸 [죠지왕의 광기]로 데뷔한 니콜라스 하이트너 감독이 본격적으로 '광기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 작품이 바로 [크루서블]이다.
[크루서블]은 17세기의 미국 한 작은 마을에서 벌여졌던 마녀사냥을 소재로한 작품으로 원작자인 아서 밀러가 1950년대 미국에 불어닥친 맥카시즘에 대한 조롱을 위해 쓴 희곡을 그 기초로 하고 있다.
니콜라스 하이트너 감독은 집단 광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인간 내면에 형성된 두려움이 몇사람의 선동으로 인해 폭발하여 사리분별력을 잃게 되는 것이라 설명한다.
[크루서블]역시 그러하다. 사실 사건의 발단은 철부지 소녀들의 장난에서 시작된다. 사랑의 소망을 이루겠다는 소녀들의 순진한 생각은 장난처럼 숲에서 춤을 추게되고 우연히 이 광경을 목격한 마을 목사는 현장에 자신의 딸과 조카 에비게일(위노라 라이더)이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목사의 딸 베티는 겁에 질려 의식을 잃는척하고 이는 마녀의 소행이라는 소문이 마을 전체에 퍼진다. 이 뜻하지 않은 마녀 소동은 순진한 마을 사람들의 두려움을 부채질한다.
애초에 아서 밀러의 원작은 실제 사건을 기초로 쓰여졌기에 영화 역시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마녀 사냥이 벌어진 계기에 대해 세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마녀 사냥을 주도한 인물은 단 3명 뿐이다.
그 중 에비게일은 이단행위로 문책받을 것이 두려워한 나머지 이 모든게 마녀의 행위라고 거짓 증언하고 자신과 함께했던 소녀들을 협박하여 자신을 따르게 한다. 그녀의 이러한 행위는 단순히 두려움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자신의 말한마디, 행동하나로 마을 사람들이 악마로 몰려 궁지에 처하자 자신이 평소 사랑했던 유부남 존 프록터(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아내 엘리자베스(조안 알렌)를 마녀로 지목하여 존을 빼앗으려 한것이다.
또 마녀 사냥을 주도한 인물중 토마스라는 농부는 자신의 자녀중 8명이 사망하고 한명만 살아남자 이 모든 것이 마녀의 소행이라 믿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받았던 산모를 마녀로 몰고 영토 분쟁을 하던 이웃 농부를 마녀로 몰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인물 페리스 목사는 마을 사람들의 두려움을 이용 자신의 지위를 좀 더 확고히 하기위해 마녀 재판을 부채질한다.
이렇듯 집단 광기는 두려움에서 시작하여 개인 욕심과 복수심으로 이어진다. 마녀로 지목된 이는 자신이 악마에게 영혼을 빼앗겼음을 고백하고 이웃을 고발해야만 살수있다. 그렇지않고 끝까지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 무조건 교수형에 처해진다.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재판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러나 더 우스운건 17세기 마녀 재판과 비슷한 사건이 1950년대 미국을 강타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크루서블]은 결코 마녀 사냥에 대한 단순한 우화가 아닌 집단 광기에 대한 심각한 경고와도 같다.
니콜라스 하이트너 감독은 수려한 영상미와 빠른 편집을 통해 관객에게 호소력있게 다가선다.
[크루서블]에서 뛰어난것은 니콜라스 하이트너 감독의 연출력뿐만은 아니다. 배우들의 사실적 연기도 그 한 몫을 단단히 해냈다.
특히 에비게일 역의 위노라 라이더는 이전의 청순한 소녀나 악동 이미지를 벗고 사랑의 쟁취를 위해 집단 광기를 이용하는 무시무시한 소녀역을 해냈다. 그녀의 신들린듯한 연기는 진짜로 마녀에게 사로잡힌 것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사실적이었으며 그렇기에 에비게일의 거짓에 놀아나는 목사와 판사 그리고 주지사들을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영화의 설득력은 17세기의 어처구니없는 마녀 재판에 대해 비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약점을 잘 메꾸어냈다.
위노라 라이더의 상대역인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도 여느때처럼 빛났다. 그는 자신의 아내와 신념을 지키기위해 집단 광기에 희생되는 존 프록터 역을 멋지게 해냄으로써 자칫 에비게일에 의해 주도되어질뻔한 영화의 분위기를 잘 조절해 내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이러한 강렬한 연기는 집단 광기에 희생되는 개인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냈으며 에비게일의 거짓을 밝히기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존 프록터의 모습은 영화의 극적 재미를 더욱 살려놓았다.
다른 헐리우드 영화처럼 악한 이들이 벌을 받고 선한 주인공은 누명을 벗는 해피엔딩이 아니다. 그 이유는 실화를 기초로 했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교수형당하는 존 프록터를 비롯한 희생자들을 통해 나콜라스 하이트너 감독은 이러한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듯하다.
1998년 1월 8일
*** 2006년 오늘의 이야기***
[크루서블]은 제겐 추억이 담긴 영화랍니다.
이 영화를 봤던 추운 겨울.
저는 너무 감동깊어서 비디오로 보고 또 봤었죠.
그리고는 당시 제가좋아하던 후배를 집으로 초대해 같이 또 봤더랬습니다.
여러번 봐도 영화의 감동에 흠뻑 졎어있던 제게 그 후배의 한마디.
'뭐야. 재미없어. 어떻게 여자 아이 한명의 말한마디로 마을 전체 사람들이 놀아날 수 있어. 말도 안되'
순간 제 가슴엔 상처가...
아직도 그 후배의 그 시큰둥한 표정과 불만섞인 한마디는 기억에 오래 남아있답니다. (소심한 쭈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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