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7년 영화노트

넘버 3 ★★★★1/2

쭈니-1 2009. 12. 9. 14:11

 

 



감독 : 송능한
주연 : 한석규, 이미연, 최민식, 박광정, 방은희, 송강호

현재 충무로에 떠돌고 있는 통설에 따르면 한국영화의 흥행은 박중훈과 한석규 두 배우의 손아귀에 있단다. 박중훈의 경우 뛰어난 코미디 감각으로 한국 영화계를 강타했던 코미디 장르의 열풍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원맨쇼 코미디에 너무 강하고 코미디라는 한정된 이미지에 갇혀져 있다.
그에비해 한석규는 휠씬 자유로운 편이다. 시작은 [닥터 봉]이라는 로맨틱 코미디로 시작했으나 멜로극인 [은행나무 침대], [접속] 그리고 느와르풍의 깡패영화 [초록 물고기]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이미지 변신을 하며 영화의 흥행을 이끌어낸다. 게다가 특이한 점은 출연작 모두 신인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그는 시나리오를 읽을줄 아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자신의 스타성을 살린 원맨쇼가 아닌 다른 배우들과의 조화속에서 영화를 재미있게 이끈다. 그것이 평범한 마스크를 지닌 한석규의 장점이다.
[넘버 3]는 블랙 코미디이다. 한석규가 [닥터 봉], [은행나무 침대], [초록 물고기]이후 4번째로 선택한 영화이며 흥행과 비평면에서 성공을 거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한석규가 맡은 태주라는 캐릭터는 [초록 물고기]에서 이어받은 깡패라는 3류 인생이미지이지만 [초록 물고기]보다는 절 심각하게 약간의 유머를 곁들이는 여유마저 보인다.
넘버 1을 꿈꾸는 넘버 3 깡패 태주와 시인을 꿈꾸는 호스티스 현지(이미연) 그리고 깡패같은 검사 마동팔(최민식)과 얼치기 시인 랭보(박광정)등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현대 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가장 뛰어난 점은 현대 사회를 풍자하면서도 전혀 심각하지 않은 점이다. 그럼으로써 [넘버 3]는 심각한 영화를 원하는 관객과 그저 코미디만을 원하는 관객 모두를 만족시킨다.
이 영화는 한석규의 진가가 맘껏 발휘된 영화이다. 한석규의 진가는 조연 배우들과의 조화속에 있다. 주연이면서도 전혀 튀지 않고 오히려 영화의 전체적 재미를 위해 자신을 영화속에 용해시키는 능력. 이것은 박중훈과는 전혀 다른 매력이다. 그럼으로써 영화는 한석규 한사람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여러 조연들의 색다른 재미를 제공하고 여러 볼거리를 관객에게 제공한다. 그중 청순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시인을 꿈꾸는 호스티스 현지로 나온 이미연과 멍청한 불사파 두목 조필역의 송강호는 단연 돋보인다. 이러한 조연들의 활약은 영화를 쉴틈없는 재미속에 몰아넣는다.
[넘버 3]는 또 이 영화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 송능한이라는 새로운 인물을 발견케한다. 그는 세상을 보는 부정적인 시선속에 배꼽잡는 유머를 만들어 냈으며 색다른 캐릭터 창조를 통해 조연 배우들을 부각시키는 재치를 보여주었다. 또 사자성어 설왕설래 장면같은 아이디어 넘치는 대목을 통해 신인 감독으로써의 신선함을 관객에게 인식시켰다. 이러한 것들이 나에게 하여금 한국 영화를 기대케한다.

1997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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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아주 가끔 [넘버 3]와 [세기말] 이렇게 단 두편의 영화만 남기고 해외로 이민을 가버린 송능한 감독이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자신이 그토록 만들고 싶었던 [세기말]을 연출하며 이 영화가 흥행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감독을 그만두고 이민을 가겠다는 황당한 약속을 어김없이 지켜버린 이 괴짜 감독.
그래도 그 덕분에 최민식, 송강호, 박상면 등이 배우로써의 대성을 했으니 그가 남긴 것들은 우리 영화 발전에 꽤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할 수 있죠. 아주 가끔 그가 그립습니다. ^^
 2006/07/15   
조르바
돌아오소서!! ^^  2006/07/15   
쭈니 저도 송능한 감독에게 돌아오소서를 외치고 싶군요. ^^  2006/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