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7년 영화노트

영국식 정원 살인 사건(The Draughtsman's Contract) ★★★★1/2

쭈니-1 2009. 12. 9. 12:44

 



감독 : 피터 그리너웨이
주연 : 안소니 히긴스, 자넷 수즈만

피터 그리너웨이의 영화를 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데이빗 린치 감독의 영화만큼이나 어렵다.) 정성적인 시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소재를 주로 다루는 그의 영화는 화가 출신답게 강렬하고 현란한 색체가 난무하여 관객을 혼란스럽게 한다.
그의 영화가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은 89년작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이다. 그나마 비디오 출시때 무참히 가위질 당한 이 영화는 섹스와 죽음 그리고 음식에 관한 새로운 포르노그래피로써 전세계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아낸 작품이다.
그의 영화중 국내에 소개된 두번째 작품은 그리너웨이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인 82년작 [영국식 정원 살인 사건]이다. 4시간 20분의 원판을 극장 개봉을 위해 1시간 48분으로 재편집한 [영국식 정원 살인 사건]은 그래서인지 스토리는 미궁에 빠진채 끝내 관객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지 않지만 피터 그리너웨이의 명성을 확인해주는 그런 영화이다.
영화의 배경은 1694년 영국의 시골마을이다. 저명한 지주 집안인 허버트 백작부인(자넷 수즈만)은 젊고 도도한 제도사 네빌(안소니 히긴스)에게 저택과 정원 그림 12장을 그려줄것을 부탁한다. 네빌은 백작부인의 부탁을 들어주는 대신 그녀와의 섹스를 요구한다. 이 기묘한 계약은 성사되고 네빌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러던중 허버트 백작부인의 외동딸 사라 탈만이 네빌을 유혹하고 네빌은 다시 사라와 섹스를 내용으로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결국 그림은 완성되지만 허버트 백작이 시체로 발견되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린 네빌의 그림은 허버트 백작의 살해 및 사라 탈만의 부정의 증거가 된다.
여기서부터 관객은 추리를 해야만 한다. '누가 허버트 백작을 살해했을까?' 그러기위해선 그리너웨이 감독이 제시한 단서인 12장의 그림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영화는 단서를 살펴보기전에 막을 내려버린다. 4시간 20분의 영화가 1시간 48분으로 재편집되면서 관객이 추리할 시간과 단서가 다 삭제되어 버린 것이다.
이제 이 영화는 허버트 백작을 누가 살해했는지에 대한 관심은 멀어진다. 대신 허버트 백작 부인과 사라 탈만이 재산 상속자를 얻기위해 네빌을 이용했다는 반전이 남아 있다.(사라의 남편 루이스 탈만은 생산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네빌은 루이스 일당에게 죽음을 당한다.
이 영화는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에 비교해본다면 섹스씬을 자제했고 내용을 파격적이기보다 흥미롭게 끌고 간다. 사실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는 너무 파격적인 영상과 내용 덕분에 보는 이를 난처하게 만들었었다. 그러나 [영국식 정원 살인 사건]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어떤 책에선 이 영화가 그리너웨이의 작품중 가장 대중적이라고 평한다.)
이 영화는 중세의 영국을 완벽히 재현했으며 음악은 흥겹고 스토리는 발랄하다. 영상도 무난한 편이다. 물론 관객이 정작 관심을 가졌던 허버트 백작 살인 사건은 결국 밣히지않고 끝냈지만 중세 영국 귀족의 성적 문란함을 교묘히 풍자했으며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조용히 속삭이는 듯 하다.

1997년 9월 3일

IP Address : 221.139.96.173 
쭈니 4시간 20분짜리 영화가 어떻게 1시간 48분으로 편집될수 있었는지 무지 궁금하네요. 시간만 허락한다면 두 버전의 영화를 함꼐 비교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네요.
확실한 것은 우리나라의 편집 기술은 세계수준이라는 겁니다. ^^;
그리고 또한가지 피터 그리너웨이의 장편 데뷔작은 [영국식 장원 살인 사건]이 아니라 80년작 [몰락]이라는 영화입니다.
그 이전엔 3편의 중,단편 영화를 만들었었고요. ^^
 2006/03/01   
이영화.. 5년전에 글쓰기 과제때문에 봤었는데, 5년이 지난 지금도 내용은 미지의 수수께끼로 남아있습니다.... -ㅁ-  2008/05/03   
쭈니 피터 그리너웨이의 영화는 언제나 수수께끼인 영화입니다. ^^  2008/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