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7년 영화노트

인샬라(Insh Allah) ★★★★

쭈니-1 2009. 12. 9. 12:22

 

 



감독 : 이민용
주연 : 최민수, 이영애

95년 우리는 정말로 참신하고 개성적이며 독특한 한명의 신인 감독을 만났었다. 그가 바로 이민용 감독이다. 그의 데뷔작 [개같은 날의 오후]는 코미디의 형식을 띄었으면서도 결코 가볍게 보고 넘어갈 수 없는 메세지를 가지고 있었으며 상업적으로나, 비평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어 그의 실력을 입증시켰었다. 이렇듯 주목받으며 데뷔에 성공한 이민용 감독은 두번째 작품으로 100% 사하라 올로케의 대작 [인샬라]를 선택하였다. 그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거장이 되기위한...
솔직히 [인샬라]는 특별한 영화이다. 한국 영화로선 최초로 사하라 사막을 올로케했다는 것을 접어두고라도 북한 장교와 남한 여대생의 이념을 초월한 슬픈 사랑이야기는 50여년동안 분단된채 마치 북쪽을 원수보듯이 하는 우리나라의 특별한 나라 사정 덕분에 참신하면서도 쇼킹한 소재인 것이다. 그렇기에 모두들 [인샬라]에 대해 기대했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그랬던가? 97년 연초에 개봉한 [인샬라]는 상업적으로나 비평적으로 기대했던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렇다면 [인샬라]의 실패요인은 무엇일까? 해답은 영화를 꼼꼼히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나온다.
영화의 시작은 한국인 유학생 이향(이영애)이 외국인 친구들과 알제리로 여행왔다가 밀수혐의를 받으며 홀로 낯선 땅에 남겨지며 시작한다. 때는 1989년 우리나라와 알제리 사이에 수교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시기의 일이었기에 문제는 더 컸다. 그때 한승엽(최민수)이라는 북한 장교가 이향 앞에 나타난다. 분단된 우리나라의 사정을 잘 모르던 경찰국장이 그에게 연락을 한것이다. 어색한 만남. 그러나 승엽은 향이 출국할 수 있게끔 조치를 취한후 그녀의 곁을 떠난다. 하지만 부패한 경찰국장은 승엽의 돈만 받아먹었을뿐 향에 대한 조치는 취해주지 않고 향은 점점 낯선 땅에 홀로 고립된채 절망과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이민용 감독은 이 영화를 이념에 부딪친 심각한 영화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는 여성 문제를 가벼운 코미디 형식을 띄었던 전작 [개같은 날의 오후]에서처럼 [인샬라]에서도 분단된 아픔을 전형적인 멜로극 형식을 띄게하여 관객에 대한 부담감을 최소한으로 줄이려 했다. 그러기위해선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사랑을 느끼게되는 과정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향의 감정 변화는 충분히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아무도 믿을 이가 없는 낯선 땅에서의 어려움. 그것은 이향에게 이 낯선 땅에서 유일하게 믿음을 주었던 한승엽을 그립게 만들었으리라. 그렇다면 승엽의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향에 대한 이유없는 사랑? 그것만으로 승엽의 목숨을 건 모험을 설명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암튼 두 사람은 다시 재회하고 향을 고국으로 돌려보내려는 승엽의 모험은 시작된다. 그리고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에서의 안타까운 정사가 이어진다.
이 영화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념이 다른 두 남녀의 사랑은 생각보다 엄청난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리라. 그러나 이민용 감독은 너무나 철저하게 전형적인 멜로의 형식을 주장했다. 그 덕분에 두 주인공의 안타까운 사랑은 사막위에 내버려진 그저 이국적인 사랑 이야기에 그치고 말았다. 좀 더 특별한 이야기와 안타까운 사랑이 펼쳐질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형식처럼 펼쳐지는 사막의 낯선 풍경과 풍습들은 로케 영화의 한계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너무 실망은 하지 말것. 이영애는 여전히 청초해보이며, 최민수는 여전히 터프해보인다. 특별한 사랑 이야기는 펼치지 못했으나 두 사람의 사랑은 사막위에서의 안타까운 섹스처럼 아름답다.

1997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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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아까운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다시 리메이크를 한다면 한층 발달된 기술력과 시나리오로 좀 더 재미있는 영화로 만들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2005/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