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7년 영화노트

깡패수업 ★★★1/2

쭈니-1 2009. 12. 9. 11:31

 

 



감독 : 김상진
주연 : 박중훈, 박상민, 조은숙, 명계남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이 터져 전국이 술렁이고 있을때 우연인지 필연인지 고위 관료층의 비자금을 소재로한 코미디 영화 [돈을 갖고 튀어라]를 때맞춰 내놔 흥행에 성공시켰던 김상진 감독. 그가 두번째 연출작으로 선택한 작품은 99%일본 올로케이션된 액션 영화 [깡패수업]이다.
이 영화는 마치 장현수 감독의 흥행 성공작 [게임의 법칙]을 연상하게한다. 깡패의 세계에 들어온 순진한 청년, 오야봉이 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갖은 그는 온갖 이용만 당하다 결국 최후를 맞이한다. 한국식 액션 느와르의 걸작으로 호평받은 [게임의 법칙]에서 박중훈이 보여주었던 연기는 결코 잊지못할 명연기였다.
그리고 이제 무대는 일본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말로만 들어왔던 일본 야쿠자의 세계가 한국 영화 최초로 집중 조명된다. [게임의 법칙]에서 오야봉이 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지고 설치다 안타까운 최후를 맞이하던 박중훈은 무게를 잡고 진짜 야쿠자가 되어있고 그대신 박상민이 그 역을 맡았다. 많이 달라진듯 하지만 사실 달라진것이 없이 퇴보하였으며 라스트의 감동 또한 없다.
먼저 이 영화의 문제점은 톱스타 박중훈이다. 이미 [투캅스 1, 2], [마누라 죽이기]등 코미디 영화에서 맹활약으로 흥행의 보증 수표가 된 그는 [돈을 갖고 튀어라]에 이어 김상진 감독과 다시한번 만났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코믹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가 맡은 캐릭터인 황성철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잇던 배우 박중훈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한국에서의 살인 사건으로 일본으로 도피한 황성철. 그는 과묵하며 냉철하고 한번 폭발하면 걷잡을 수 없이 차가운 그런 남자이다. 액션 느와르 [게임의 법칙]에서도 코믹함을 잊지 않던 그였기에 그의 그런 연기변신은 너무 낯설다.
게다가 박상민이 맡은 손해구가 너무 종횡무진 설치고 돌아다니는 덕분에 그는 뒷전으로 밀려나 버린다. 그래서인지 김상진 감독은 귀여우면서도 깜찍한 일본 여성 하나꼬와 황성철의 로맨스를 만들어주었는데 두사람의 로맨스는 김상진 감독의 주먹구구식 설정때문에 처음부터 어울리지도 못할뿐아니라 영화의 진행을 번번히 차단시킨다. 그렇기에 마지막에가서는 두사람의 로맨스는 얼버무려져버리고 하나꼬는 그냥 사라져버린다.
그에비해 손해구와 술집창녀 삼순(조은숙)의 로맨스는 조금 현실적이다. 마치 [게임의 법칙]에서 박중훈과 오연수의 로맨스처럼.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서 주목받는 연기를 했던 조은숙은 이 영화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하며 오히려 박상민을 압도한다. 그녀의 대담한 연기는 아마 이 영화가 전져올린 가장 값진 진주인듯하다.
그러나 박상민은 그리 잘하지 못했다. 그가 맡은 손해구는 관객에게 사랑받을만한 매력이 전혀 없었다. 손해구는 너무나 성공하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무쳐 안하무인격이고 은인인 황성철에게도 배신한다. 그리고 너무 무능력하고 멍청하다. 그가 마지막에서 자기 조직 야쿠자 오야봉을 살해하는 장면에선 관객의 동정심을 전혀 얻어내지 못한다. 그렇기에 마지막에 그가 황성철의 손에 의해 죽을때도 관객들은 전혀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싸구려 인간 쓰레기뿐이었으니까.
이것이 [게임의 법칙]에 비해 너무나도 뒤떨어지는 이유이다. [깡패수업]이 개봉당시 전국 60만 관객을 동원 흥행에 성공했고, 제작전 일본에 수출되는 성과를 올리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김상진 감독에게는 드라마적 연출이 약하다는 오점을 남긴 영화이다.

1997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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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제가 김상진 감독을 별로 좋아하지 않게된 계기가 된 영화입니다. 이 영화 이후에 찍은 [투캅스 3]는 거의 쓰러질뻔 했죠.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철저하게 망가뜨려서... 암튼 김상진 감독은 이제 강우석 감독의 뒤를 이어 시네마서비스의 운영을 맡고 강우석 감독은 활발하게 감독을 할것이라하니 개인적으로 제겐 반가운 소식이 아닐수 없습니다.  2005/08/11